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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란 사람은 누구 눈에나 잘 뜨이는 그런 인물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선희는 귀한 보물인양 그가 사람의 손을 탈까 안절부절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나보았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면 연애는 밥 먹고 나머지 시간에 하는 일이란 뜻이 된다.
여하간에 밥이고 연애고 선희, 자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현실이 인식될 뿐이었다. 갑자기 말의 방향이 엉뚱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대화를 바꿨다.
“그러니까 삼정은 설악동 개발되기 전 옛날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으니 돈 좀 모았겠네요.”
“웬 걸. 그때 번 돈 지금 까먹는 중이지비”.
“그럴 리가.”
“왜냐 하면 설악동 개발이라고 작아서 200 평 이상 큰 집을 지으라고 하니 그만큼은 돈이 안 되었걸랑. 그리고 우리가 깔고 앉았던 땅은 평당 3.000원을 계산해 주고는 도로, 하수 시설 좀 해놓았다 해서 그 땅을 다부 우리한테 평당 열 배를 더 받고 팔아먹었다 이 말이지비.”
“누가요?”
“뉘긴 뉘기야. 나라에서 그랬지. 나라가 도둑놈이라니까. 나라에서 개발 개발 하며 자꾸 땅을 갈아 엎고
공사를 벌여야 줏어먹을 고물이 많이 떨어지니까 그 짓들을 하는 기야.”
“정말 그렇겠네요.”
“에잇 속상해. 골치 아픈 얘기 집어치우고 저 미남 뽀이 얘기나 하자우. 내가 왜 그러는고 하이 저 사람이 우리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같이 가는 여자 얼굴이 달라지더라 이기야. 어디서 구했어? 재주도 좋네.”
“구하긴요. 뽀이가 넘쳐서 내다버리는 집에서 줏어왔어요.”
“저런. 그러게 다 사는 방법이 있지비. 그저 웃으며 살자우.”
삼정 마담은 돌아갔다. 별로 걱정한다거나 그런 법이 없는 밝은 성격을 지닌 것 같아서 선희는 명덕 엄마를 좋아했다.
이번 학생단체는 먼저보다 숫자도 적었지만 민호가 일을 잘하고 있어서 선희는 한시름 놓였다. 그래서 기사들과 선생들의 식사가 끝나서 방에 들어와 좀 쉬려는데 정군이 노크를 하더니 사장님 전화라고 받아보라 했다. 밖에서 거는 김은태의 전화였다.
한일장에 있다고 했다. 따라온 교장 선생을 조용한 다른 집에 보내어 자게 하고 여자를 불러주라고 했다. 흔히 있는 일이라서 놀라지도 않고 여자를 어디서 부르는지도 알아두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아마도 한일장에서 그렇게 대접하라고 주문한 것 같았다.
정민호를 시켜 관광객이 들지 않은 집을 찾아 깨끗한 방을 구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그리로 교장 선생을 모셨다. 방 호실도 알아놓으라 했다. 선희는 여자를 불러 그리로 보내야 하는데 어쩔까 망설이다가 민호에게 그 일을 하도록 시켰다.
참으로 어른으로서 할 일은 아니지만 좋은 일은 물론이거니와 나쁜 일도 알 것은 미리 다 알아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선희는 판단했다.
“정군, 전화번호부 찾아 미인 다방이라고 표시한 곳에 전화 걸어서 제일 나이 어리고 예쁜 여자를 보내달라고 해.”
“교장 선생님은 스타 산장 205호실로 들어가셨어요.”
“그게 아니고, 여자를 우리 업소로 오라고 해야 하는 거야. 몸값을 우리가 지불한 후에 그리로 보내야
하거든.”
그 미인 다방이란 곳이 어디 있는지 모른 채로 이용은 하고 있지만 그리 먼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부른지 얼마 안되어 화장발이 짙은 여자 하나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코가 납작한 것이 천박하게 보였지만 역시 젊은 사람이라 물 오른 피부가 고와서 밉상은 아니였다. 몸값을 지불했다. 곧 돌아서 나가질 않고 민호를 뚤어져라 쳐다보며 껌을 잘강잘강 씹고 있더니 입을 열었다.
“어머나! 이 집 지배인 참 멋있다. 저런 남자라면 몸값이 문제가 아닌데.”
선희가 돌아보자 그때서야 아쉬운 듯 돌아서 나갔다. 민호가 스타 산장 205호실이라고 거듭 일러주었다.
하루가 그렇게 넘어갔다. 이제 하룻 밤만 더 묵으면 학생들은 떠나갈 차례였다. 한일장의 부탁도 있고 해서 더욱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떠나는 날 가지고 갈 도시락 쌀 준비를 해야했다.
밤에는 특실로 선생들의 야참을 올려다 주었다. 양주도 한 병 내주었다. 그리고 같은 단지 안에 있는 건어물 상회로 민호를 보내어 마른 오징어를 제일 큰 것으로 열다섯 축을 가져오게 했다. 선생이 열 명이었고 기사가 다섯 명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줄 몫이었다.
오징어는 선희 방에 넣어놓았다. 수건도 한 장 씩 나누어 주는데 이것은 미리 미리 수백장을 상호와 전화 번호를 찍어 주문해다 놓은 게 있어서 그냥 집에 있는 것을 내주면 되니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어느덧 시계가 열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 미인 다방에서 불렀던 어제의 그 여자가 또 나타났다. 선희는 민호와 마주보며 웬 일인가 놀라와 했다. 눈치를 챘는지 여자가 말했다.
“오늘 또 오라고 했어요. 계산은 여기서 받으래요.”
민호가 나섰다.
“우리가 부르지 않았으면 우리가 책임질 수 없는데요.”
선희가 어쩔 수 없이 민호에게 일렀다.
“어서 계산 해주어요.”
민호는 돈을 받은 그 여자가 나간 뒤에 투덜거렸다.
“거참, 스타 산장 특실료 방값 이틀치에 저 여자 몸값 이틀치 빼면 뭐가 남지요?”
그랬다. 업주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뜯어먹는 봉이었다.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야지 절이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선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만약에 입을 열었다 해도 진한 욕설을 한 마디 뱉었거나, 외마디 비명 같은 짐승의 소리로 허공을 한 번 가르고 말았을 터였다.
학생들이 떠드는 소란 속에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이 밝았다. 학생들이 떠나는 날이므로 서둘러 아침 준비를 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도시락을 각자에게 나누어 주었다. 서무 선생이 카운터 딸린 방으로 들어와 계산도 잘 마쳤다.
물론 협정 가격은 간데 없고 학생 머리수당 500 원 씩을 떼어주고 영수증은 협정 가격표대로 써주는 것이지만 그런 식이라도 와주십사 하는 것이 업주측의 바람이기 때문에 비밀을 지키는 일은 물론 불평이 있을 수 없었다.
수요와 공급의 원측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값이 떨어지는 일을 막는 재간이 없었다. 설악동을 찾는 관광객보다 밀집한 업소가 문제였는데 이렇게 많은 업소를 짓도록 유도한 것은 국가였다. 설계도까지 간섭하였다. 건물의 높이도 제한하였고 화장실의 갯수도 지정해주었다.
여기에 맞지 않으면 준공 검사가 나오지 않았다. 국가 주도 사업으로 설악산 관광지 개발이란 기치 아래 이뤄진 일이었다. 국가가 관광지 개발 차원에서 개입한 일이기 때문에 개인들은 사업 성패를 따질 생각은 하지 않고 믿거라 참여하였다.
이 소식을 늦게 접한 사람 중에 이 기회를 잡고자 하는 이들이 상당하여 기초공사를 하느라고 땅만 파놓은 상태에서 선희네도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값은 대지값의 딱 두배를 주겠다고 하였다. 그 때 땅을 팔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되었지만 흘러간 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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