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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만년필
2008-04-01 10:52:20
김사빈

조회:2557
추천:192

   순이가 막 잠에서 깨어나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것이 참새이다. 초가 처마 밑에 사는 참새가 전깃줄에 앉아서 ,제일 먼저 아침 인사를 하고 
 순이가 나오나 보다가 안나오면, 순이의 창문에 가서 짹짹 하며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한다. 순이는 앞집 한식오빠를 사랑을 하게 되었다. 온통 그 한식 오빠의 눈웃음이 떠나지 않는다.참새가 아침 마다 깨우는 것이 즐거워진 것도 한식오빠를 보고 싶어서 일찍 일어난다.   
전에는 동생과 함께 학교 가려면 동생 책가방을 챙겨 주어야 하고 . 신발도 신겨 주어야 하지만 , 한식이 오빠를 알고부터는 동생이 따라 올까봐 집에서 일찍 나온다.  동생을 깨우지 않고 세수 하고 이발 닦고 책가방을 챙기고 밥을 뚝 딱 뜨고 나가면 엄마는 부엌에서 벌써 가니, 네 동생은 하고 물어온다. 허지만 순이는 엄마 학교서 할 일이 있어요. 빨리 가야 해요 집을 빠져 나온다 .엄마는 순이가 6학년이 되더니 부지런해지고 착해 졌어요.  아버지 에게도 말한다.

  순이가 빨리 집을 나오는 것은 한식이 오빠와 강가에서 앉아서 순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순이가 밥을 먹고 후닥닥 나가면 모퉁이에서 서있다가 순이야 여기야 하고 그가 싸가지 온 고구마를 내어 놓는다 .순이와 한식이 오빠는 학교를 지나 강가에 앉아 고구마를 같이 까먹으면서 그들의 여름을 바라본다. 순이네 집에서는 고구마, 감자가 별식이다. 농사를안 짖는 순이네 집은 동네 사람이 우리집 농사 지은 것인데 잡수어 보세요 하며 가져다 주지 않으면 금산 장에가서 사 와야 먹을수 있기 때문에 고구마를 좋아 한다.

  멀리서 밀려오는 강줄기에서 소리 없이 몰려오는 것은 막연한 그리움이다 . 한식이 오빠는 아는 것도 많다. 서울 애기를 많이 한다. 순이야 이담에 학교 졸업하면 서울 갈 거다. 돈을 많이 벌어서 여기다 집을 지을 거다 한다. 순이는 한식이 오빠가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온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나는 중학교는 안길기다. 왜 돈 벌지 중학교는 갈긴가 한다.

  순이는 초등학교 졸업하면 중학교를 가기로 딱 맘먹었다. 영동에 사는 큰 집에 동생하고 여름 방학 때,  무주 읍내를 지나갈 때, 하얀 교복 입은 언니들을 본적이 있다. 하얀  저고리에 그리고 검정 치마가 그렇게 부러웠다. 나도 중학교에 꼭 가야지 하였다. 내일은 읍에서 나온 사람이 일제 고사를 본다고 한다. 일제 고사에 좋은 성적을 받아야지 학교 가는 데 시험문제가 어렵다고 한다.

  순이가 신이 나서 말하니, 한식이 오빠는 시큰둥하더니, 그래 시험 잘 봐라 한다. 전에 몇 번을 순이더러 중학교 가지 말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아니다 나는 갈란다. 하였던 것이다. 한여름 한식이 오빠와는 잘 다니던 강가도 안 가게 되었다. 시험 본다는 날부터 한식이 오빠는 순이를 실실 피한다. 순이는 한식이 오빠보다 시험 보는 일이 더 중요 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는 섭섭하지만 그렇다고 시험을 잘못 보면 중학교에 못갈 까봐 열심히 저녁이면 공부 했다.

 

 내일은 시험 보는 날이다 . 지금부터 설렌다. 아비지가 중학교를 보내 준다고 말하지는 안했지만 순이는 딱 마음을 정하고 독하게 공부를 하였던 것이다. 적어도 이런 시골 아이들은 일 이등은 해야지 읍네 중학교를 갈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은 이 동네에 중학교 다닌 아이는 하나도 없어서 물어 볼 사람은 없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일이등 하면 중학교 붙을 거라고 한다. 언니 몰래 몰래 공부를 하여 두었다, 언니가 알면은 언니가 심통을 부릴 것은 정한이치다.  언니는 625사변에 초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어쩌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여 아버지에게 원망을 많이 했다. 왜 중학교 안 보내 주느냐 아버지에게 대들면 아버지는 방문을 열고 집을 나가신다. 할 말이 없나 보다. 가끔씩 언니가 부화를 지르면 엄마 아빠는 아무 말도 못한다. 순이만은 꼭 보내야 갰다고 마음먹은 것, 순이도 알고, 언니도 알고, 동생도 알지만 말은 안한다. 언니는 나 공부 못했다고 순이마저 공부 못하는것은 아니재 하지만 그래도 섭섭한 마음이고 질투가 날 것 같다.

  학교서 시험을 보았다. 당연이 순이가 공부를 제일 잘했다고 한다. 작년에 졸업을 하고 읍내 중학교 보내려고 아버지가 재수를 시켰다. 너무 어린것 읍내로 보내면 혼자서 학교 못 간다고 생각하고 6학년 재수를 시킨 것이다 . 그것도 언니는 알고 있다. 너는 얼마나 공부를 못 하면 재수를 하니, 하지만 은근히 부럽기도 하고 가끔씩 심통을 부리는 것 쯤 이해한다. 한식이 오빠에게 그래도 시험 잘 보았다고 연락했다. 한참이나 있어서 나오더니 그래 너는 좋겠다하더니 방으로 휑하니 들어 가버린다. 그래도 순이는 기뻐서 그런행동에 신경이 안 쓰인다.

  아버지가 제일 기뻐했다. 엄마는 시찬은 기집에 공부는 운문만 깨쳤으면 됐지 한다. 엄마는 간신히 운문만 오빠들 공부하는데 등 너머로 익힌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그래도 엄니가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살림 잘하고, 아이 잘 낳고, 뭐 못하는 것 있는가 하시는 엄니다. 윗집에 사는 김광천 선생님 사모님은 서울 대학 나왔지만 조금 일하면 아프다고 들어 눕는다고 그것보라 대학 나오면 뭐 다른 것 있니 하시는 엄니다. 순이는 속으로 무식한 엄니라는 걸 잘 안다. 옆집 김 선생님 사모님은 교양있고 참 예쁘다. 그의 딸 수지는 너무 예쁘다. 예쁜 옷을 입히고 있다. 당연 이 동네에서 최고의 미인이다. 사모님은 말도 잔잔하게 하고,  웃음도 배시시 웃어 주면 누구든 그 사모님을 천사 같다고 우러러 보고 있다. 나도 저 사모님처럼 저렇게 해가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순이는 일찍이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러자면 공부해야 한다는 것 쯤 잘 알고 있다.

순이 엄니는 교장님 사모님이라도 공부를 하나도 못해서 아버지가 항상 무식한 것 하시지 않는가. 무식한 것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속에 옹이를 박았다. 나는 공부 하자라고 …….
언니와 동생은 순이 옆에 와서 그래 너는 좋겠다. 언제 읍내로 시험 보라 가니 하며 은근히 부러운 듯 놀린다. 옷을 그렇게 입고 가면 촌놈이라고 할 걸 한다. 워낙 엄마가 무식하여 옷 변변한 것이 없다. 엎집 수자는 언제나 예뿐 옷만 입고 다니는데 나는 엄니가 짠 명주치마에 명주 저고리를 입고 다녔다. 초등학교 내내 명주 치마저고리 입고 다니는 아이는 우리 형제뿐이다. 비단옷을 입고 싶고 뉴똥치마도 입고 싶었다. 반지르르한 뉴똥치마 입은 여선생님이 예쁘게 부였다. 우리 엄니는 늙었다. 머리는 언제나 쪽찌고 있고 치만 검정 치마에 엄니가 베틀에 짠 무명 저고리 , 다른 엄니처럼 비단을 입었으면 좋겠다. 한식이 오빠한테 저녁에 잠간 만났다. 내일 시험 보라 간다. 오빠 나 시험 잘보고 올게 하였다. 그래 시험 잘보고 오너라. 하지만 오빠의 얼굴은 슬퍼 보인다. 그래도 순이는 기뻤다 내일은 보러 가니까…….

  순이 언니는 옆집 광천 선생님 댁에 가서 수진가 입던 예쁜 옷을 빌려 왔다. 한시름 덜었다. 아이들이 최소한 놀려 대지는 안을 것 같았다. 아버지와 같이 시험 보러 갔다. 읍내를 가지면 30 리 거리를 걸어야 했다. 강을 아홉 번 건너야 했다. 아버지는 앞서고 순이는 뒤에 서서 걸어갔다. 한나절 걸려서 읍내 내려서 여관에 들어갔다. 아버지와 한방을 쓰자니 부끄럽기 한이 없다 ,아버지는 언제나 윗방에서 주무시고 엄니와 언니,동생, 나는 아랫방에서 한 이불 덥고 자는 것이 순이네 집 일상이다. 그런데 난생 처음 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자니 오금이 저린다.
  
  다음날 시험장에 갔다 읍내는 남녀 공학이지만 여자 학교는 남학교와 좀 떨어져 있어서 공학은 공학이지만 남학교, 여학교가 따로 있었다. 남학교에서 시험을 아침 8시에  오후세 시까지 시험 보았다. 날씨가 쌀쌀해서 달달 떨고 시험을 보았다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다. 아는 것 먼저 답을 쓰고, 모르는 것은 연필을 굴려서 답을 쓰고,  시간이 남아 다시 들여다보고 비슷한 말을 적어 넣었다. 다음날 발표 날이다 . 아버지는 시험날  돌아가시고, 나는 남아서 발표를 기다렸다.
   
  남학생은 따로 벽보에 붙여 있고 여학생 이름은 따로 벽보에 붙이어 있었다. 아무리 내 이름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공부 잘했는데 절망이 왔다. 안절부절 하고 다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이름이 무엇이니 아마 남자 이름속에 들어 있는지 모른다고 , 남자 이름 벽보에 가보자 한다. 남자 이름 벽보에 가서 보니 거기에 내 이름이 있다. 이름은 등수대로 이름이 붙이어 있었다. 200명 뽑는데 내가 열아홉 번째 있었다. 합격이었다. 뛸 뜻이 기뻤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순이는 그날로 집으로  돌아왔다.

“엄니 나 합격했어, 하고 나 열아홉 번째야”
 남자이름 속에 있는데 열아홉 번째라고 말했다. 언니가 제일 부러운 것 같았다. 순이가 동네에서 처음으로 중학교 간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와서 축하 하였다. 순이는 기뻤다 , 자랑 하고 싶었다. 또한 한식이 오빠에게 먼저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 틈에서 빠져 나와서한미를 탖았다. 한식이 오빠네 집은 바로 옆집 건너이었다. 한식이 오빠가 나와 있다가 순이와 마주치니 멋쩍은 듯 모양이다. 기다린 모양이다.
“언제 왔어, 시험을 잘 보았니.” 한다.
“응 나 시험 잘 봤어 그런데 내 이름이 남자 이름 같아서 남학생 이름 속에 있었어. 하고 열아홉 번째야”를 말했다. 그 말은 듣고 아무 말 안하고 먼 산을 쳐다보며 무거운 짐을 내려 놓듯이 한숨을 쉬더니
“언제 입학식이니”.
“3월 달이야 ”했다. 
“그전에 우리 한번 만나자”. 오빠는 그말을 하고 집으로 들어 간다.

   순이는 중학교 가서 입을 속옷과 치마 저고를 몇 벌 더 만들고 이것저것 준비에 바쁘다. 순이가 한창 학용품도 준비 하고 , 정말 할 일이 많았다 . 어느 날 저녁에 한식이 여동생 한미가 쪽지를 들고 왔다. 강가에서 만나자고 쪽지다. 순이와 한식이가 연애 한다고 학교에 벽보에 붙이어 있고 동네에 소문이 나서 연락은 여동생이 하고 있었다.

   작년 말에 빨간 만년필 선물 준 것도 여동생이 한미가 오빠가 전해주래 하며 은밀히 전해 준 것이다. 학교에 소문이 나고, 동네에 소문에 엄니도 동네 소문이 사실이냐 하시고, 빨빨거리고 밖에 싸돌아다니지 말라고 이미 엄포를 놓았다. 한식이 오빠를 만날 때는 언제든 동생 한미가 먼저 망을 보고 알려 주면 만났던 것이다. 한미는 순이 보다 한반 아래다 실은 두 반 아래인데 재수 하여 한반 아래다. 한식은 그도 초등학교를 늦게 들어가고 한반 재수하여 순이와 같은 반이 된 것이다. 순이보다 세 살이나 위이다.

 순이는 한식이 오빠가 어둠의 저쪽에 서있는 것이 보인다. 한식이 오빠는 이미 먼저 와서 한참이나 된 것 같다 차가운 얼굴이다. “ 오빠 온지 오래 되었어” “ 응 한참 됐지”, 오빠의 말에는 슬픔이 묻어난다, 달빛이 오빠의 얼굴에 잠시 머물다가 지나가고 있다.  창백한 얼굴이다. 비상한 각오가 된 것 같다, 순이는 “오빠 안 추워”, “ 응 좀 추워,” 한다. 순이는 한식이 오빠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은 간다, 지금이라도 나를 사랑하면 학교 가지 말라 하는 말을 할 것 같다.

“순이야 니 그렇게 좋나 학교 가는 게”
“응 오빠 나는 학교 꼭 가고 싶다,” 순이와 한식이 사이엔 검음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r,별빛도 찰랑 찰랑 하게 발밑에 떨어지고, 달빛은 한식이 오빠의 얼굴에 머물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한참 만에
“순이야 우리 헤어지자 이제”
"                               "
순이는 이미 각오는 했지만 아무 말이 안 나온다. 각오한 일이다. 나는 크면 이 동네 안 산다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한식이 오빠는 한 번도 그런 말은 안했다. 돈만 번다고 했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는 말 안했다. 순이는 공부를 해야지 돈도 벌고 ,출세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이와 한식이가 돌아 가는  등 뒤로 사뭇 달빛이 따라오다 문 앞에서 돌아갔다. 며칠 후 한미한테서 다시 쪽지가 왔다.

“ 내가 준 빨간 만년필 내게 돌려주라 ” 라고 쓰여 있다. 순이는 아득했다. 빨간 만년필을 동생이 훔쳐 가서 한동안 쓰다가 뚜껑은 잃어버리고 몸통만 있다. 순이가 그 만년필을 얼마나 자랑 했는지 순이 친구들은 다 알고 있다. 빨간 만연필하면 순이었던 것이다. 몸통만 돌려준 만년필이 소중하여 이제는 책상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그걸 내어 놓으라 한다.
"알았어 어디 있는지 찾아서 돌려 줄께"

  다음날 언니는" 순이야 대문 밖에서 한미가  기다린다, 나가 봐라 한다" . 한미가
"오빠가 만년필 받아 오래 "
 "한미야 그런데 만년필 뚜껑을 잃어버렸는데, 미안해서 어쩌니"  
"알았어. 그렇게 말 할께" 
 몸통만 남은 만년필을 한미한테 주었다, 순이의 보물 하나가 빼앗긴 기분이다.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 간 것 같다. 너무 쓸쓸하여 이불을 덥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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