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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1 이후)


빈집(퇴고)
2017-08-15 06:37:52
allopoet

△경남 합천 출생(1954)
△대구 계성고 졸업
△시사문단 등단(2004)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사랑문인협회 회원
조회:1390
추천:20

빈집 /김 안로

늘 다니는 길, 옆 외딴집은

개발 바람에 올라선 8 차선 신작로 때문에

분화구처럼 움푹 패어 버려 논마지기와 대밭 사이에

지금은 여남 통의 허름한 벌집 거느리는

삽짝문도 없는 폐가입니다

죽었는지 떠났는지

몇 년 째 벌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빈 마구간 옆으로

산에 길을 내어 다니는 사람들이

가끔, 밭일하는 주인처럼 측간을 드나들어

언뜻 보기엔 사람 사는 집

웃음도 울음도 외로움도 받아주고, 허락하고, 감싸안던

쭈그린 채 공허한 이 집, 내일 헐린답니다

부득불, 한 영혼이 소천 (召天 )한다기에 인적 드문 저녁

조심스레 촛불 하나 들고 마지막 조문객으로 들었습니다

오래 격리되어 곰삭은 고독이 낯선 침입자의 숨통을 잡았고

널브러진 공간을 검색하는 촛불도 이내 소름 돋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물레처럼 도는 객 ()

주인이 떠난 물증인 듯한 2010 4 , 농사달력 앞에 서니

한창 일철을 앞두고 집을 비운 것 같았습니다

달력 위, 둥근 침 ()통으로 붙어 있다가

덕지덕지 거미줄에 포획된 벽시계, 의 시간은 11 43

정오인지 자정인지에 올라서지 못해 끙끙거린 시간의 미라가

유리관 속에서 자못 처량해 보이나

숱한 사연들 두고 떠나기 하루 전 풍경치고는

그래도 의연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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