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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국 장편소설 <꿈꾸는 설악> 연재 7회
2010-04-07 08:49:47
38hwakook

조회:1211
추천:80
장편소설 <꿈꾸는 설악> 연재 7회|이 화 국

  보고 싶은 엄마께

 

    엄마, 그동안 고생이 많으시지요? 저 훈이예요.

    이번 시험에 일등 했어요. 엄마, 힘내시라고 알려드리는 거에요. 엄마 시키신 대로 고3에 올라와서는 반장은 절대로 못 한다 했구요. 부반장 맡은 건 그 이상 거절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요. 글쎄 수학시험 있는 날 늦게까지 시험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는데요. 아침에 그만 늦잠이 들었지 뭐에요. 누나는 아침 밥만 차려놓고 벌써 나갔지요.  한참 자는 중인데 전화 벨이 울리는 거에요. 받아보니 담임 선생님이 아니겠어요? 대뜸 이러시는 거에요.

 

  “야, 임마, 집에 있으면서 왜 학교엘 안 나와? 지금 시험 중이잖아? 

     부반장이 그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

 저 훈이에요

    엄마, 아침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그냥 학교로 달려갔다는 것 아니에요? 눈곱이 붙어서 좀 무거웠지만 시간엔 대어 들어갔어요. 필운동 100 번지 그 집에서 효자동 경복까지 그렇게 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그래도 가까운 편이죠. 택시 안 타고 뛰어서 시간에 대어 갔으니까요.

 

    선생님이 무척이나 반가워 하셨습니다. 등을 손바닥으로 탁 치며

 “야, 임마, 니가 결석한 걸 알고 얼마나 놀랜 줄 아냐? 너 같은 우등생이 그럴 리가 없는데 말야.” 

    하시는 거에요. 이렇게 시험을 쳤는데도 일등을 했기 때문에 엄마께 자랑하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엄마, 뛰어가면서 무슨 생각 한 줄 아세요? 엄마가 여고 학생일 때 살던 집 효자동 60번지 3호가 지금은 효자 한의원이 되어 있더라던 얘기가 귀에 못이 박혀, 짐짓 그집 앞으로 지나가면서 공부 잘 했다는 엄마를 떠올린 거에요.

 

    제가 적어도 남잔데 어떻게 엄마보다 공부를 못할 것이냐고 다짐하면서 뛰어간 것입니다.

    엄마, 조금만 고생하시면 제가 호강시켜 드릴 겁니다. 그러니까 엄마, 아프지 마시고 실망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아빠께 따로 편지 안 쓰니까요. 인사 전해 주세요. 안녕히.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막내 아들 올림.

 

 

    선희는 손등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녀석이 택시를 탈 일이지. 뛰어서 가다니… 돈이 없어서 그랬나. 돈을 아끼려고 그랬나.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정군이 쳐다보고 있어서 화장실을 가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께   

 

    오! 사랑하는 내 아들, 불쌍한 내 새끼야. 남들은 고3 자식이 시험을 친다면 영양식을 해준다, 보약을 먹인다, 집안에선 까치발로 걸으며 발소리도 죽인다, 아들이 잠들기 전엔 엄마가 먼저 자리에 들지 않고 뜨개질이라도 하며 졸지 않게 곁을 지킨다는데 나는 이게 뭐란 말이냐?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어미 손으로 지어주지 못하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제 시간에 깨워서 보내지도 못하는 엄마 노릇인데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라고 한다. 이렇게 멀리 떠나와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겨우 마른 미수가루나 한 되박 만들어 소포로 보내지 않았던가.

 

    불안스런 생존의 조그만한 고도(孤島)에서 언제까지 사랑하는 식구들이 헤어져 각자 떠돌아야 하는가!

    그것도 때가 되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뿔뿔이 헤어질 게 뻔한데 말이다. 적어도 혼자 서서 걸을 수 있을 만큼은 키우고 가르쳐 놓아야 하는데 그렇질 못해서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무슨 죄값이냐고 선희는 회개와 반성을 거듭거듭 했다. 모진 사람 곁에 있다가 벼락을 맞는다는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내 잘못으로 벼락을 맞는 것이 아닐 터이지만 모진 사람을 몰라보고 그 곁에 있었다면 그것조차도 내 잘못임이 분명했다.

 

    자기 학대와 자기 비하 속에서 선희는 몸둥이가 물에 빠져 물속의 이상한 나라에 와 걷고 있는 듯한 느낌속에 있었다. 무겁고 축축했다. 숨이 막혔다.

 

 

 

 

 

 

 회개와 반성

 

                            

                           5.물밑을 걷는 발걸음

 

 

 

 

 

   희망에 부풀어 다래 모텔을 짓고 준공이 떨어지자, 식당에 놓을 식탁과 걸상을 사서 트럭에 실어 나르던 날이었다. 완공이 12월이었으므로 식탁과 의자를 사서 차에 가득 싣고 설악동으로 들어올 때도 12월이었다. 세 아이들이 방학을 해서 모두 설악동 모텔로 내려와 있었다.

 

    선희가 서울로 올라가 식탁과 의자를 사가지고 오는 일을 맡았다. 오전 일찍 서둘러 물건을 사서 트럭에 가득 싣고 대관령을 향해 달렸다. 날씨는 겨울 답지 않게 맑고 따스했으며 바람 한 점 없는 속에 햇살도 눈부셨다. 기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대관령에 가까워지면서 앞에서 달려오는 차들의 지붕에 쌓인 하얀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한 뼘 정도로 두텁게 쌓인 눈이었다. 선희는 그 눈들이 지난 밤 세워놓은 차 지붕에 쌓인 것일 게라고 생각했다. 다만 달리는 차의 진동에도 불구하고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 게 신기하게 여겨져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운전기사가 입을 열었다.

대관령  

  “아이고 큰 일 났네요. 대관령 넘어에서는 엄청 많은 눈이 내리는 모양인데요.” 

  “그걸 어떻게 알지요? 날씨가 이렇게 청명한데.” 

 

  “저 차 위에 쌓인 눈 좀 보세요. 저쪽에서 넘어오는 차마다 눈에 덮혔지요. 원래 대관령 이쪽과 저쪽의

날씨는 천양지 차이가 있거던요.” 

  “그런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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