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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국 장편소설 <꿈꾸는 설악> 연재 2회
2010-04-03 17:17:43
38hwakook

조회:1276
추천:81
장편소설 <꿈꾸는 설악> 연재 2회
 

 

2. 설악에 분 바람

 

  

 

 

   어제 내린 소나기 때문인지 설악산의 하늘은 유난히 파랬다. 눈이 부셨다. 이런 날은 대청봉과 울산바위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듯했다. 봉화대도 코 앞에 잡힐 듯 턱 밑으로 다가앉는다. 정말 발걸음 가벼이 하이킹이라도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설악동 다래 모텔 현관 데스크에 앉은 그녀, 선희의 마음은 장마철 덜 마른 젖은 옷을 입은 듯

무겁고 우울할 뿐이었다. 고생 속에 철이 든다고 하지만 삼십 대 후반에 설악동에 발 들여 놓고 어언 7년여의 세월이 흘러 불혹의 나이를 넘겼으면서도 여전히 좋은 일엔 기쁘고, 걱정되는 일엔 참을성 없이 그 걱정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선희는 한숨을 지었다.

 

    장사 같지도 않은 계절장사에 4월, 5월 반짝 손님이 있는가 했더니 벌써 썰물 나가듯 다 빠져 나가

버렸다.

   이제 바캉스 철이나 기다려 봐야 할 터이다.

바캉스 철

    봄철엔 단체 관광 손님이 주를 이루지만 바캉스 철엔 개인손님을 받아야 할 처지라 방마다 도배도 새로 해야 하고, 이불도 빨고 할 일이 태산인데 그만 종업원 보이가 온다 간다 말 한 마디 없이 나가버린 것이다.

    선희는 아침밥을 먹다 말고 남편인 김은태에게 물었다.

 

   “뽀이를 또 어디서 구하지요?” 

   “구해 봐야지 뭐. B 지구 자운 모텔 형님한테나 올라가 봐야겠군. 그 형님은 장사 경력이 많고 이 바닥에 발이 넓으니까.” 

    형님이라고 해도 혈연 관계는 아니다. 남다르게 가까이 지내는 사이일 뿐이었다.

 

  “뽀이 못 구하면 당신 못 들어올 줄 알아요.” 

  “사람이 말버릇 하군.” 

    “그거야 꼭 구하십사 하는 뜻이지 뭐.” 

 

    김은태는 수저를 놓자 휭하니 나가버렸다. B지구는 그녀의 모텔이 있는 C지구에서 청봉교를 건너 설악산을 향해 우측으로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식당에서 남편을 따라 올라온 선희는 김은태가 나간 뒤에 현관 밖 마당에 내려서서 한참이나 설악산을 올려다 보았다.

 

   할 일 없이 무료할 때, 서울에 두고 온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속에서 불이 난다고 생각될 때와 하다 못해 꿈자리가 뒤숭숭했을 때에도 설악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하도 많이 쳐다봐서 눈 감고 그림 그리라고 해도 그릴 수 있을 만큼 눈에 박혀있는 산이었다.

   C 지구

    B 지구

    지금 쯤 서울에 두고 온 애들이 밥이나 제대로 먹고 학교엘 갔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맏딸에 아들 둘, 그것들 잘 먹이고 가르치자고 시작한 사업이 속으로 곪고 있었지만, 주방장이 차려주는 밥을 먹고, 뽀이가 심부름 해주며 사장님, 사모님 하는 속에서 외형으로는 그럴듯하게 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선희는 자식들 생각하면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어쩌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후회는 뾰족한 송곳이 되어 그녀를 찔러댔다. 그래서 후회는 형벌 같았다. 아픔이 따라오기 때문이었다.

 

    선희네가 설악동에 모텔을 짓던 해가 1978년이었다. 이른 봄부터 건축 공사에 들어갔고 9월말에 완공하여 가을 장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공사 계약은 어그러졌다. 그로하여 파생되는 여러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머리가 터질 지경이지만 잊자고 해도 생각은 그리로만 달려나갔다.

 

    국가에서 국립공원 설악산 개발이란 이름 아래 시작한 일의 일환으로 숙박단지가 조성되고, 동시에 백여동의 호텔, 모텔, 산장이란 이름으로 작아서 200 평, 더 크게는 1.000 여평의 건물을 한꺼번에 짓노라니 자재가 제대로 조달되기 어려웠으며 건축 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집 짓는데 난관이 이만저만이 아니

었다.

 

    거기에다 건축업자를 잘못 만나서 공사비는 추가, 추가로 이어져 예상 외로 돈이 많이 들어갔다. 개업이라고 겨우 문을 열었을 때가 그해 12월이었다. 성탄 공휴일 전후와 신정 연휴 3일에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실정을 몰랐던 선희는 그 짧은 기간에 잽싸게 장사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고 넘어갔다.

 

    건축할 당시 받은 융자금의 이자를 낼 길이 없었다. 이자는 왜 그리 비싸던지 은행 금리가 20%였으니 사람들이 어디에 투자 하려 들지 않고 금리만 따먹으려고 돈장사만 할 뿐더러, 거기에 맞춰 사채 이자는 또 얼마나 비쌌던가. 죽을 노릇이었다.

산장 모텔 

   그 이듬 해 봄장사를 시작하려 속초에 왔지만 한 달에 십 몇 만 원씩 누적된 전기료 때문에도 우선 돈 백만 원 정도는 빚을 내야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전기료라는 것이 전등을 한 등도 켜지 않아도 기본료라는 명목으로 부과되는 금액이 그렇게나 많았다.

 

                (잠깐 설명 --- 금액 숫자는 80년대 그때 당시의 것입니다.)

 

    장사를 할 줄 몰라 우왕좌왕 하다가 봄이 다 가버렸다. 숙박비에는 엄연히 협정가격이 있었지만 정직하게 이것을 지키노라니 관광철에 바가지를 씌워서라도 한 몫 잡고 넘어갈 일을 그렇게 못했고, 비철엔 남들이 덤핑하는 바람에 손님을 다 뺏기고 말았다.

 

    알게 모르게 이자에 이자까지 붙어서 눈덩이처럼 불어가던 빚이 무서워 진즉에 모텔을 팔아버릴 결심을

했지만 과다한 업소가 밀집하여 이미 장사가 안 되는 상태에서 경매 물건이 속출하는 판에 매도가 될 리 없었다.

 

    그 여름 바캉스 철은 협정가격을 절대 지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 한 가지만 배우고 넘어갔다.

    가을이 왔다.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이라는 사건이 터졌다. 역시 관광은 먹고 사는 나머지 시간과 물자로 움직이는 것이었던지 그 좋은 단풍철에 비로 싹 쓴 것 같이 손님이라곤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 해 1980년 봄장사가 붐을 이뤄야 할 시기에 5.18 광주 항쟁이 터지더니 흉흉한 소식만

오갔다.

 10월 26일

  5월 18일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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