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흐름을 따라가노라네 나는
-김영록 시인의 『강의 흐름을 따르립이까』시집 -
이 영 지
시인· 시조시인 ·문학박사 · 철학박사
김영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강의 흐름을 따르립이까』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김영록 시인은 『강의 흐름을 따르립이까』시집을 통해 여성 시인이면서도 남성 화자를 특징으로 한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는 시인이다. 느긋하고도 의연한 자세로 사물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긍정적 시각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이러한 천재적 능력은 일찍이 김소월 시인이 남성이면서도 여성화자의 목소리를 낸 시인의 능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시조와 동시에도 일가견을 보임으로써 시 장르가 지니는 깊은 이해를 넓히고 있다.
김영록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한낱 피조물에 불과하지만 시인(詩人)이란 이름에 대한 자존심을 걸고 시를 쓴다고 하고 있다. 그 만큼 시의 가치를 높이는 고상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다.
김 시인은 한 시인의 삶으로써 잘 살아왔는가를 이 시를 통해 시에 대한 경외감과 열성의 혼을 다 태우고 있다.
1. 물 흐름의 남성 화자
(1) 남성화자
김 시인의 『강물의 흐름을 따르립이까』제목이 보여주듯이 시인은 물 흐름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의연한 자세로 읊고 있다.
김 시인의 시는 강이나 바다의 파도쳐 흘러가는 경이로움을 「파도쳐 흘러간다」시에서 시와 파도쳐 흘러감을 동일시한다. 동일시는 시의 일차적 기법이다.
파도 쳐 흘러서 간다
파도 쳐 흘러서 간다
해변가 모래성 위로 파도 쳐 흘러서 간다
작풍(作風) 기법을 좇아
작품 짓고 서 있는 파도 몸짓 쳐드는 그 숨결을 따라서
모래 위 슬쩍슬쩍 남몰래 그려놓는 밀물 드는 저 바다 물결들이여!
빼족빼족 가지마다 하늘 향해서 손을 뻗는다
대자연 깊숙이로 가슴뿌리 줄기의 선 하염없이 흘기워논다
저 기 거대한 자연의 힘 빌어서
변함없는, 하릴없는 자연(自然)의 경이로움은
이 가슴을 숙연히 말 못 잇게 한다
이 가슴을 조용히 말문 닫게만 한다
저 기 파도소리 물밀듯이 쳐대는 소리고동소리여!
완전한 나무의 모습으로 닮아있다
완전한 나무의 형상으로 드리워져 놓였다
가지마다 줄기마다 하늘을 향해서 뻗어오른 그 모습이……
진정으로 파도는 어떤 그림을 짓고파 했음이랴?
파도는 무슨 그림, 어느 작품을 제 머릿속에 떠올려 놓았었던 것이랴?
이내 가슴으로 무심한 물음표만, 느낌표만 찍어본다
나 홀로 너에게로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나 홀로 너에게로 조용히 내 마음 전해놓는다
파도 네 작품이야말로 다시 또 없을
너만의 수작(秀作)이었단 것을 영원토록 잊지 말라고……!
-「파도 쳐 흘러서간다」전문
김 시인은 해변가 모래성 위로 파도 쳐 흘러서 가는 작풍(作風) 기법을 좇아 작품을 짓고 있다. 김 시인의 시는 파도 몸짓 쳐드는 그 숨결을 따라서 모래 위 슬쩍슬쩍 남몰래 그려놓는 밀물 드는 저 바다 물결들에게서 시는 살아난다. 김 시인은 사물을 바라보면서 시를 동일시한다. 이토록 절실한 시에 대한 신뢰는 빼족빼족 가지마다 하늘 향해서 손을 뻗는 자연 깊숙이로 가슴뿌리 줄기가 솟고 있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자연의 힘을 발견한 김 시인은 곧 시 쓰는 법을 파도쳐 흘러가는 강물에서 찾는다.
파도소리 물밀듯이 쳐대는 고동소리에서 김 시인은 완전한 나무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완전한 나무의 형상으로 드리워져 가지마다 줄기마다 하늘을 향해서 뻗어갈 것을 기대하는 긍정적 시각에 서 있다. 아주 의연한 남성화자의 목소리이다.
강 주변에는 반드시 섬이 있다.
여느 계절에서부터였던가?
붉게 멍울져 타오르는 지는 해를 정면으로 바라봄이
또 다시끔 잊지 못해 찾아 서게 함을
돌아서는 맘까지도 넌 언제나
피치 못해서라도 늘
향하게끔 하고서야 말았었으니까
멎거라 가거라 향해 섰거라
짙어드는 명암선 조차도 알아채지 못하게
어둠만이 널 알아봄이 아니었구나
그림자빛살만이 널 지켜섬이 아니었구나
한낮처럼 눈부신 땡볕아래에서 넌
더더욱이 강인한 존재였을 테니까
바다를 떠올린다
낙조를 떠올린다
쉼 없이 그침 없이 향수에 젖어
그 앞에 우뚝 서서 날 내려다 보고있는 섬 자락을 쳐다본다
-「섬」전문
「섬」시를 통하여 김 시인은 여느 계절에서부터였던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흥미유발의 시적 기법은 붉게 멍울져 타오르는 지는 해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 이 때문에 섬은 다시 찾아오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이처럼 시와 사물의 동일시는 김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김 시인은 섬을 지켜서려 섬을 찾는다. 사람은 누구나 보람된 일에 전념하면서 위대한 인생이 탄생한다. 어떠한 환경이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어떤 병력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시는 더 아름답게 탄생하고 그로하여 한 사람의 생애는 빛나게 된다.
가령 김 소월의 경우 일찍 요절하였더라도, 또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대였다 할지라도 시로 그의 생애는 지금도 빛나고 있다. 황진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기생이었지만 그의 시는 전 세계를 통하여 찬란함을 드러낸다.
김 시인의 시는 한낮처럼 눈부신 땡볕아래에서 더더욱 강인한 섬을 말하려 한다. 이 때문에 바다를 떠올리고 낙조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앞에 우뚝 서서 날 내려다보고 있는 섬 자락을 쳐다본다.
시인은 바닷길 수평선 자락 저어기 본연의 하늘을 향해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영원을 약속하는 엄숙한 삶을 향해 나아간다. 더구나 이 길에서 외롭지 않는 것은 평행선 그 한 곳만을 바라보던 의연한 백두루미 한 마리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강물의 흐름을 따르립이까라고 질문하고있는 김 시인의 고향은 강의 바위틈새에 그 고향이미지를 두고 있다.
분명 바위틈새
난 섬지기 자생초라 하네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마냥 그렇게 선인장만 같았었던 너의 본 고향은
낯설음직한 어느 섬 바위틈새 되었을 테니……
엄산함으로의 밤바다 낀 풍경 밖으로 또한
변함없는 네 꿋꿋함이야말로 그 뉜들 좇을 수가 있었으랴!
제 길을 찾아서 향해 따르며
지금에까지 생명선을 더디게 이어왔을
너임을 나 이제서야 알겠구나
뒤늦은 지금에서라나마
-「난 섬지기 자생초라 하네」에서
감탄하는 남성적 화자의 목소리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의 3회 반복리듬을 통하여 마냥 그렇게 선인장만 같았었던 너의 본 고향이/ 낯설음직한 어느 섬 바위틈새 되었을 테니……“라고 확인하고 있다. 물가 곧 밤바다 낀 풍경 밖으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자생초를 향한 김 시인의 반가움과 기이함의 발견은 제 길을 찾아서 향해 따르는 평안함이 묻어난다.
“지금에까지 생명선을 더디게 이어왔을/ 너임을 나 이제서야 알겠구나/ 뒤늦은 지금에서라나마”의 시적 리듬은 처음과 한 연의 끝에 놓인 시적 의미이다. 자생초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직 너만이/ 너 혼자만이 밟아온 생(生)의 길이었을 테니/ 네 이름 섬지기 자생초”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에 내세운 제목에서와 같이 강, 즉 물 주위에 있는 것들과 관련한 「풍란」시는 이 풍란이 생길 수 처한 환경에서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통해 파도에 접근한다. 오히려 위협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파도침도 뿌리침은 너의 안온한 힘이란다.
파도침도 뿌리침은 너의 안온한 힘이리다
어찌하면 그 또한 너의 삶이 빚어놔 놓는
섬 바라기 한 무명의 발자취를
가리킴일 테니
아무도 찾지 않을 그 섬 자락 위에 제 집 터를 만들며
스스로가 쌓아둔 해질 무렵 수견화 돼 있는 듯이
끊임없는 생명력 불어 넣으면서
한결같은 푸르름 선 멀리 멀리감찌끔
지켜 바라보면서
-「풍란」에서
풍란의 의미는 섬 바라기 한 무명의 발자취이다. 아무도 찾지 않을 그 섬 자락 위에 제 집 터를 만들며 스스로가 쌓아둔 해질 무렵 수견화이다. 이 대유법을 통한 시의 생명은 살아 파도가 넘나들면서 한결같은 푸르름 선 멀리 멀리감찌끔 지켜 바라보는 풍란이다. 풍란은 바다와 섬줄기를 향하여 너로 인한 그리움 물결 그리움을 갖는다. 여름 한가운데 서 있는 열정을 드러낸다. 풍란의 탄생은 해풍 속에 떠밀려온 사계절 소나무향 따라 따라서 늘 푸른 이미지, 즉 변하지 않는 영생을 꿈꾼다.
(2) 사랑스러운 여인을 향하여
「산수유 꽃 속에서」시에서 김 시인은 아름다운 여인을 향한다.
저 너머쯤
남쪽 어귀 구례마을로
올해 또한 흐드러져 만개한 노오란 산수유 꽃
의초로웁게 비춰 들이고 섰다
동백꽃 속
동백터널 지나서
-「산수유 꽃 속에서」에서
김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 모습은 아름다운 여인이 다. 그 여인을 향하여 무한한 사랑스러움을 표시한다. 구례마을 어귀에 흐드러져 핀 노오란 산수유 꽃이 의초로웁게 비춰 있는 것은 동백꽃 속 동백터널 지나서 있어서이다. 아름다운 시의 기법을 통해 빠알간 동백꽃과 산수유의 노오란 어울림이 이제 처마 끝을 타고 오르며 집집마다 어우러져 세상에 빛 불을 밝힌다.
“빛 불”이라는 김 시인만의 시어는 흔히 시에 등장하는 “불 빛”이 아니다. 이 탁월한 시어의 도치법이다. 신선한 김 시인만의 기법이다.
터울마당 밖으로 속속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산슈유는 언덕바지 구불거리는 시골 마을길 옆에 피어 있다. 피어있다는 표현을 김 시인은 “끼고”로 한다.
산수유를 향하는 김 시인의 남성적 시법은 내일 길을 걷는 김 시인의 발걸음 길이다. 꽃이 있는 시의 공간은 “젖은 손길 연둣 빛깔 희망 선박”이다. 이 선박에 “바짝 올라탄 너희”라고 하여 아름다운 꽃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남성화자로 한다.
시「제비꽃은 나에게로」또한 제비꽃을 향한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남성화자의 마음이다. 제비꽃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제비꽃의 향기와 품위에서이다.
제비꽃은 나에게로
소담스러운
은근한 제 보랏빛의 향기를 띄어 보낸다
이 가슴속 언제나 품위를 띠는
자그만 미소만은 말없이 살아 숨쉬기를 바라며……
...........................................
여기 이 얽박아논 봄색 든 울타리 양지녘으론
연-노란 나비 한두 어 마리가
설들은 날갯짓 짚풀향 숨을 쉬며 으스름 달무지기 향해서간다
-「제비꽃은 나에게로」
「제비꽃은 나에게로」시의 ‘제비꽃’은 시적 화자 ‘나’ 에게로 소담스러운 은근한 제 보랏빛의 향기를 띄어 보낸다. 제비꽃이 사랑스러움은 언제나 품위를 띠는 것에서이다. 그리고 미소띄며 함께 와 피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박수를 보내듯이 울타리 양지녘의 연-노란 나비 한두 어 마리 곧 김 시인의 마음이 날아든다. 이 남성 시적 화자는 그 꽃을 다정-스레 바라다본다.
김영록 시인이 남성 화자인 것은 「기생란」에서도 같다.
널 내 가슴 돛단배 위로 한번쯤 띄워 보내고져 한다
넌 도대체
무슨 연유(緣由) 가슴팍 고이고이 품어놔 놓았었기에
하루 새 밤이슬을 맞고서
그리도 빨리 시들해버릴 수가 있었는지를……
그리도 빨리 제 모습 잃어갈 수가 있었는지를……
그저 너에게로 물어보고픈 마음만
슬쩍 슬쩍 밤안개 빛 속으로
드리워질 뿐이니
언제라 이야기 할 수 없는
예기치도 못했던 시간 탑 그늘막집 아래로 외로이
홀로써, 둘이서 무릎 꿇고 앉았으니
내 어찌 널 잊을쏘냐?
내 어찌 널 무심케만 흘려보낼 쏘더냐?
-「기생란」에서
기생꽃이 주는 감각적인 언어를 통하여 김 시인은 널 내 가슴 돛단배 위로 한번쯤 띄워 보내려 한다. 기생란 즉 기생은 가슴팍 고이고이 품어놔 놓았었기에 하루 새 밤이슬을 맞고서 빨리 시들해버릴 수 있다. 그 이유를 궁굼증으로 한다. 너에게로 물어보고픈 마음만 슬쩍 슬쩍 밤안개 빛 속으로 한다.
잊지 못할 대상에게 대한 그 대상이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대상의 고향인 분명 산 비탈길에 있었을 것이고 지금 내려와 앉은 그 모습의 연유를 알고 싶어 한다. 분홍빛 색채깔로의 기련(妓戀)함만 품고 있는 남성화자로서 닥아간다.
「꽃 입맞춤」시는 “노오란 향기 입맞춤을 해 본다”로 시작된다.
노오란 향기 입맞춤을 해 본다
내 영혼의 길 잠깐 멈춰 서 버린
살짝 취해드는
이내 맘 설렘이어라
어디서 취해 버린
무엇으로 취해 버린
이리도 고운 향긋하기만한 계절의 시작문, 노크였던 마냥
-「꽃 입맞춤」에서
사람의 마음을 잡아 이끄는 유혹경험은 입맞춤의 느낌에서이다. 영혼의 길 잠깐 멈춰 서버린 경험을 통해 취해든 마음이다. 기쁨을 만끽한 행복의 순간을 황홀한 기쁨으로 꿈결 환희로 느낀 경험이다.
김 시인은 이처럼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겪은 경험의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의 삶을 불태운다. 사랑스러운 이! 그대 곁으로 가서 보호하여 사랑하여 주고 싶다. 가벼운 입맞춤만으로도 은밀히 띄워 올려 보낸 행복을 고이 간직하고 싶어 한다.
대상에게 대한 미안함도 시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현재 살아가는 삶의 디딤돌이 된다. 역시 대상의 모습은 그 고왔던 너의 얼굴 자줏빛 향기이다. 날 줄을 모르는 그리움이다. 이 남성 화자로서의 애틋한 마음이 시적 시적 화자이다.
2. 희망띄우기
한국의 전통성 의식은 긴 기다림이다. 김영록 시인은 「들풀」시를 통하여 끊임없이 기다리는 긴 희망을 내포한다.
시인이 시를 짓는 것은 절망의 세계에서도 이 절망이 절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마음의 기쁨을 줄 수 있는 때가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희망 때문이다. 김 시인은 「희망 띄우기」시를 통하여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한다.
어느 한 청록빛 어둑어둑 해질 무렵 무심한 해변가로
자그마한 촛불 배 한 척을
멀찍이 실어 보낸다
소나무 뿌리 뻗친 낯설음직한 섬 자락 앞에다 세워놓고
미미할지나마 저 불빛 하나에
이 세상 변함없이 깃들어 줄 커다란 파랑새
훨 훨 함께 그 속으로다 깊이 깊이
심궈 날려 보내 놓고선
-「희망 띄우기」에서
김 시인은 예명을 영록으로 하고 있다. 영원히 푸를 것에 대한 희망 띄우기를 시 「희망 띄우기」를 통해 청록빛 어둑어둑 해질 무렵의 해변가로 하고 있다. 김 시인은 촛불이 켜진 배 한 척을 실어 보낸다. 바람이 불 면 꺼질 촛불이지만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 소나무 뿌리 뻗친 낯설음의 한 섬 자락 앞에다 세워놓고 늘 푸르기를 연결한다. 그리고 변함없이 깃들어 줄 커다란 파랑새로 시를 진동시키면서 방금 떠나보낸 그 촛불 실린 배 한 척을 오버렙 시킨다.
이처럼 시는 어떠한 현실이거나 절망의 마음도 시를 통하여 오히려 시를 통해 인생 해돋이의 발판이 되어 줄 것을 믿는다. 그 방법은 연락선을 기다리는 일이다. 인생은 기다림의 역사이다. 자취조차 알 길이 없도록 눈에는 안 보이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 하나님은 이루어 주신다.
이 희망은 머나먼 섬 무인도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잔혹한 기다림을 김 시인은 멈추지 않는다. 그 실례는 일제 강점이의 긴 기간동안 한국인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지금의 이 나라가 있는 것처럼...... 망망 대해에 촛불 실린 배 한척을 보낸 시적 화자의 현실에서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김 시인의 이 시집 주제이다.
이제 김 시인의 심상세계는 「버들개지」를 통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에 대한 답을 얻고 있다.
아직은 때 이른 봄
그런 줄로만 알았었는데……
어느 새 졸 졸 졸
살얼음을 깨고서
버들개지 강아지들
어김없이 활짝 활짝이들
피어들어 있었어요
은빛 도는 솜털만 가득가득 하면서
-「버들개지」에서
한겨울 속
앙상한 나뭇가지 뚫고서 나온
망울망울 망울이
토옥 톡 터질 것 같은
매화나무 꽃망울들
매서운 저 겨울한파 속에서도 꿋꿋이
하얗게 하얗게
피어들고 있네요
-「매화 꽃망울」에서
긴 고독의 겨울 지나 살얼음을 깨고서 버들개지 강아지가 어김없이 활짝 활짝 피어든다. 김 시인의 시와 현실의 동일성은 희망의 배한척을 떠나 보냈던 먼 기다림에 대한 지금의 무한한 감사이다. 은빛 도는 솜털에서 봄날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받으면서 감사한다. 아이와 버들개지를 접목시키고 그 이미지를 동일하게 강아지들로 재구성한다. 설렘과 아지랑이의 진동어법은 반복리듬을 통해 혼자가 아닌 봄의 어울림 잔치를 연다.
한국고유의 전통의 위대함은 어울림에 있다. 이 어울림을 의연한 멋으로 시의 몇줄에서 쾨적하게 낚아 올리고 있다. 한 겨울을 딛고 막 일어난 새해맞이는 그토록 김영록 시인이 마음조이면서 떠나보낸 배 한척에서 피어오른 봄의 불꽃이다.
김영록 시인은 「매화 꽃망울」을 통해서도 봄맞이의 망울망울 봄핌의 강한 표현을 망울이 토옥 톡 터질것 같은 매화나무 꽃망울이라 한다. 더구나 그 안에서 하얀 순결까지 확인하는 경이로움을 드러낸다. 한국인의 정절은 하얀 순결이다. 이 뜻 깊은 철학을 김 시인은 몇줄 시로 대변한다.
시인은 「청매실」의 시를 통하여
뙤약볕, 뜨거운 햇살 기대어서 자라난
셋 들, 하나하나
맞춰다 바라보기들 하고 있는
6월의 푸르름 언덕배기 품기 한 산자락들
힘껏 힘껏 짙푸른 향기로를 내달립니다
쭈욱 뻗은 흑고동 가지 가지마디로
새, 바람, 물소리…… 등
이 계절 축복 받은 여름향수 맡으며
향기 돋는 상큼한 꿈, 도움닫기 세상을 맞으며
동글동글 동그란
밤하늘 별빛 꿈속에서라도 연둣빛깔 고운 알알들이
빛바램 없이 성큼 성큼 물오른
창공높이 떠오른 싱그런 영양수로
열매질 터이니
햇푸르름을 꼬옥 품에 껴안는다
유한인 듯 가슴 속에 그림 그려 놓여짐과도 같이
굵직굵직 섭새김질이라도 하듯
-「청매실」에서
뙤약볕, 뜨거운 햇살 기대어서 자라난 매실을 셀 때에 셋 들, 하나하나로 세고 있다. 자연스러운 수치보다는 시적 읽기를 6월의 푸르름 언덕배기 품기 한 산자락들에 핀 힘껏 힘껏 짙푸른 향기로를 내달리는 철매실을 통하여 곧 겸하여 들려오는 새, 바람, 물소리에서 축복 받은 여름향수를 맡고 있다. 그것은 향기 돋는 상큼한 꿈, 도움닫기 세상을 향하여 나가는 길이다.
동글동글 동그란 밤하늘 별빛 꿈속에서라도 연둣빛깔 고운 알알들이 빛바램 없이 성큼 성큼 물오른 창공높이 떠오른 싱그런 영양수이기에 열매가 된다.
때문에 이 청매실이 주는 햇푸르름을 꼬옥 품에 껴안아 이 생애 삶의 유한성을 굵직굵직 섭새김질하고 있다. 큰 산자락 하나,내 안으로 소중히 옮겨 담아 둔
설렘 꿈, 희망 찾은 그대로를 함께 모두의 푸른 세상을 위해 나아간다.
그 깊은 심연에 마주해 김 시인은 그의 앞에 닥아오는 새로운 말없음표의 계절 특히 봄이 주는 얼굴 마주보기를 즐긴다. 대화를 한다. 대화는 절망이 아니라 소통이다.
한국시의 특징은 대화법이다.
3. 김 시인이 함께 걷는 시
.
(1) 여유
김시인은 남성화자로서의 여유로움을 시의 특징으로 한다. 일찍이 한국의 선비들은 자연을 벗삼아 여유로운 삶을 즐겼다.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면서 한국인들 특히 시인들은 세계의 가장 우수한 민족이 되는 외유내강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김연아가 세계를 빛냈던 것처럼 그 유연하고 의연함에서 어머니 곁에 있는 편안함과 믿음직스러움을 맛보게 된다.
김 시인은 「세 잎 클로버」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김시인만의 시어를 낚아올린다.
세월이여 네월이여 훨 훠얼
한 여름날의 깊은 골짝 옹달샘 터 주위를 너머서
이르른 아침 새벽녘으로 이슬방울 맞으며
잔디밭 숲 안으로 빽빽이도 들어차 있는 수많고 많은
세 잎 클로버의 꽃말 뜻풀이에서마냥
소중히 소중히 내 작은 두 손 앞으로 소박한 기도를 한다
아늑한 집 창문 안으로 물밀듯이 환하게 비춰 들이는
때 하나 묻지 않은 그리움 된 환희의 빛 물결,
- 「세 잎 클로버」에서
일반적으로 시인들은 네잎 크로바를 읊는다. 그런데 김 시인은 평소 눈에 잘 보이는 세잎 클로바를 낚아 올린다. 이 자연스러움은 자연의 강의 흐름을 따르립이까의 남성화자 “세월아 네월아”로 한다. 이 여유작작하는 삶의 여유로움은 더 나아가 “세월이여 네월이여 훨 훠얼”한다.
이 한마디 시어로 하여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김 시인의 쾌적한 시어구성은 한 여름날의 깊은 골짝 옹달샘 터 주위를 지나 이르른 아침 새벽녘으로 이슬방울 맞는 경쾌하고 신선하다. 긴장함에서 위대함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면서도 힘찰 때에 전문분야의 기량은 더욱 발휘되면서 탄생한다.
그러면서도 김 시인은는 잔디밭 숲 안으로 빽빽이도 들어차 있는 수많은 세 잎 클로버가 작은 두 손은 환하게 비춰 들이는 때 하나 묻지 않은 기도임을 기법으로 한다. 그리움 된 환희의 빛 물결에 대한, 그리고 따사론 축복임 감사한다.
이러한 시적 기량은 시 「처서(處暑) 앞에서」에서 더욱 발휘된다.
이른 저녁 무렵쯤 바깥세상 가을빛 차드는
서늘한 밤 정경을 한 치 미리 앞질러 내다 본다
어둠의 녘 안에서 이 가을
평정심을 좇은 땅강아지 풀벌레들로 함께
귀뚜르르 귀뚤 귀뚤 귀뚜라미 울음소리들로 흩어져
저물어드는 여름 끝 무더위를 걷어 제치고
내 마음도 이젠 고독의 시간으로 접어들어 가려고 한다
고즈넉이 멀찌금 떨어져 있는 줄로만 알았던
평온의 섬 갈대숲을 떠올려 가보며
-「처서(處暑) 앞에서」에서
김 시인은 시간의 포지션을 저녁 무렵으로 한다. 바깥세상 가을빛 차드는 서늘한 밤 정경에 선다. 김 시인의 마음에 평정심을 주는 땅강아지 풀벌레들이 있다. 청각 이미지 귀뚜르르 귀뜰 귀뜰 귀뚜라미 울음소리들과 어울린다. 밤정경과 땅강아지와 풀벌레와 귀뚜르르 귀뜰 귀뜰 귀뚜라미의 함께 어울어짐은 그 안에 김 시인이 중심이 되어 있다. 결코 이 안에서 울거나 외로워 할 수 없다. 이 심상치유의 결과는 여름 끝 무더위를 걷어 제친 방법이다.
더욱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고독의 시간을 맞는 길이다. 고독은 시를 얻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다. 귀중한 논문이나 아주 훌륭한 시는 고독의 시간에서 탄생한다. 평온의 섬 갈대숲을 찾아 가는 시의 길이다. 시인의 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미소 속에서 시를 탄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랜 기다림에서 얻어지는 김 시인의 「가을 문턱에 서서」시는 기다렸던 결실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가을이던가?
벌써 수수알 알알이 익어버렸네
파아랗게 물들은 가을하늘 머금고
어디선가 날아든
참새 대여섯 마리
수숫대 앞으로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말이다
여물은 그 수수알 바짝 입에 물고서
그래서 가을엔
그저 마냥 행복에 젖어 산다 말합니다
마냥 흥분된 마음 추스릴 새도 없이
-「가을 문턱에 서서」에서
김 시인은「가을 문턱에 서서」시에서 수수알 알알이 익어버린 현재이다. 병치법으로 놓여진 파아랗게 물들은 가을 하늘과 참새 대여섯 마리와 수숫대가 나란히 찰싹 달라붙어 있는 여물은 그 수수알 바짝 입에 물고 있다.
의인법의 이처럼 아름다운 기법은 시인의 눈에서 발견되는 시를 쓰며 시인으로 살아가는 시인이 곧 시이며 시의 결과물이다. 축복이 시인의 입에 물려 있다. 시인은 “그래서 가을엔/ 그저 마냥 행복에 젖어 산다 말합니다”라고 “젖어산다”가 아니라 “젖어산다 말합니다”이다. 이 확인은 입으로 고백하여 그 결과를 승인하는 싸인이다.
(2) 행복한 탁월의 음성언어
시인은 언제나 시가 있는 한 결코 불행할 수 없다.김 시인은 그 이유를 「들꽃 길 걸으면서」에서 제시한다.
들꽃을 따라서
들꽃 길을 걸으면서
‘루루루루 랄랄라’
‘루루루루 랄랄라’ ……
가벼운 발걸음을 하고서 내딛습니다
이내 즐거운 입모양을 띠고서
앞 산자락 정답게 바라다들 보면서
낯선 뒷동산도 힐끔 쳐다보면서
그 앞을 훑고 지나던
들까치들이 그 길을 따라서
자기만의 맘속 길 향해 가면서
마음사냥에 나서기도 합니다
새 파아란
가을 하늘 빛을 좇고 좇으며
가을하늘 물끄러미 지켜 바라다보며
하-얀 들국화
노-란 들국화
자기만의 마음 꽃 활짝 활짝 피우며
연보랏빛 들국화
함께 모여서 따뜻한 이야기 꽃
서로 서로 나누어 가며
-「들꽃 길 걸으면서」에서
이제 김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완전히 우수한 시인의 경지에 들어섰음은 시의 청각적 기법에서이다. 「들꽃길을 걸으면서」시에서 시인은 ‘루루루루 랄랄라’ ‘루루루루 랄랄라’ ……의 2회 기법을 통하여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드러낸다.
입모양에서 흘러나오는 루루루루 랄랄라 소리는 그대로 앞 산 자락도 낯선 뒷동산도 같이 일치한다. “그 앞을 훑고 지나던/ 들까치들이 그 길을 따라서” 가던 길과 일치한다. “새 파아란/ 가을 하늘 빛을 좇고 좇으며” 얻어진 결과이다. 바라봄의 경지를 벗어나 함께 하-얀 들국화와 노-란 들국화와 연보랏빛 들국화와 같이 따뜻한 이야기 꽃을 서로 서로 나누는 시간이다.
인간의 마음의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는 공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를 통하여 같은 하늘 아래에 맑고 투명한 시냇물길 따라서 그리고 비둘기빛 조용한 오솔길을 따라서 손 붙잡고 함께 걷는다. 시와 시인의 동행은 곧 사랑하는 님과 같이 가는 길이다. 시인이 걷는 길은 곧 시를 짓는 길이다. 이 결실은 같이 걷는 길이다.
이러한 기법은 시의 구체성을 요구함에 부응하는 「우산 속 연인(戀人)」시에서도 “주루룩 주루루룩 주루룩” 가을길에서의 “후두둑 후두둑” 청각리듬을 통해서이다. 둘이 함께 맞잡은 우산 속 연인(戀人)의 모습이 향기꽃이다. 노오란 국화 꽃송이들 팔짱으로 옆에 둥둥 함께 끼어지는 일이다. “그윽이 밀려드는 은보라색/ 자주빛깔 향악(香樂)기 선율곡”으로 “찾아설 듯 조용히 조용히/ 물밀듯이 조심히 조심히” 밀려드는 행복이다.
이러한 서정시는 바야흐로 김 시인이 이제 완전히 시인의 몫을 잘 담당하고 있음을 예시한다.
4. 시조의 품위를 살린 김시인
김영록 시인은 시집의 제일 첫 시 제목 「해돋이」 <시조>를 선택했다.
새날이
일어선다
새해가
불끈 솟는다
감열(感咽) 쥔
가슴 깊은
심황(深黃)을
묻고들 섰는
이내 삶,
첫 발걸음들을
우(尤) 뇌이며
걷힌 구름 밝히며
-「해돋이」전문
한 해가 다 가고 새 날이 온다하는 의미를 김 시인은 새날이 일어선다고 하고 있다. 이 진동으로 새해가 불끈 솟는다고 하고 있다. 시가 지니는 가장 아름다움은 시의 진동에 있다. 사람이 슬플 때도 울지만 아주 감동을 받을 때도 운다. 여늬날과 같은 날이지만 새 날을 맞이하면서 받는 새로운 각오의 다짐이 깊을수록 시인의 새 날에 대한 희망이 그만큼 크다. 이로하여 김 시인은 감동함을 넘어서서 감열한다고 하였다.
너무 감동하여 목메어 올 정도의 새해맞이는 이제 닥아올 기쁨과 각오에 대한 앞날에 다짐이다. 김 시인은 구름을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밝히려고 한다.
「오리난초」시조에서 김 시인은 율격을 지키면서 언어의 절제성과 서정적 자아의 기풍을 뿜어낸다.
산자락
메줄기여
산의 비취
호반새
올연함 속
깃들은
박초릉빛
잎의 대공
흰 물새
입맥져 오른
여색 띤
난의 꽃아
-「오리난초」
오리난초를 부르는 감탄호격이다. 산자락에 피어있는 오리난초에 대한 정겨움과 반가움을 “산자락/ 메줄기여”라고 한다. 그 진동은 오리난초가 한 마리 호반새이다. 이제 또 이 호반새는 올연함 속 깃들은 박초릉빛 잎의 대공이 흰 물새이다. 이러한 진동은 이제 다시 여색띤 난의 꽃이다.
김 시인은 「입춘(立春)」<시조>를 통하여 봄의 절기를 맞아 연둣빛 창을 내밀고 있는 봄에 흠뻑 취하고 있다. 그리고 묭연(蒙然)히 서 있다.
봄의 절기
연둣빛 창
몽연(蒙然)히
피워놓는
버들개지는
앞서 놓인
그늘진 막
표대(表對) 지음을
멀찌감치
절창객에게로
운(韻)을 좇아
묻고 서 있다
-「입춘(立春)」 <시조>에서
김 시인의 봄은 노랗고 노란 버들개지에서 온다. 봄은 그늘진 막의 표대(表對) 지음이 멀찌감치 김 시인에게 운(韻)을 좇아 묻고 서 있다. 김 시인은 꽃을 바라보는 미소년이 된다. 자연을 즐기는 남성화자이다. 이 여유로움은 한폭의 김 시인과 더불어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이다.
어울림은 「봄비」에서도 같다.
생명움
생명들아
순황류(純黃流)
달빛문책
허영청
뚫고선은
녹수림(綠樹林)
찾고 서라
그 길목
쓰르램 목청
갈 필 잃고
헤매니
-「봄비」전문
아름다운 봄 정경을 바라보는 선비 시조이다. 시조 한 수를 읊는 광경은 이조 선비를 연상시킨다. 「봄비」시조는 한자어 ‘생명움’을 반복하면서 달빛이 비치는 뜰에서 바라본다. 실연에라도 빠졌는지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정취이다. 인생을 고민하는 그 자체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생명들아”하고 부르면서 “순황류(純黃流)/ 달빛문책/ 허영청”이라고 하는 시어 구성은 일반언어로 휘영청인데도 시적 언어 허영청이라고 하여 o 음가의 아름다운 리듬을 세 번 반복한다.
5. 꿈 동심
김 시인의 동시적 관점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쓴 시들을 「금강제비꽃」 <동시>에서이다.
새하얀 꽃물
두 손 가득 모아서
소중하게 모아서
곱게 곱게 피워낸 금강제비꽃들
산기슭 한 마당 틈바구니서
초록발 넓대 잎줄기들 피워를 내다간
남의 눈 띄지 않게
남몰래 은밀히 너
피어들은 거였구나
다섯 무리 하이얀 꽃잎새
마치도 흰 제비들 날아서는 모양새를 띄고선
활-짝 활-짝 활짝이
피워 놓았으니
피워 놓였으니
-「금강제비꽃」 <동시>
새하얀 꽃물을 두 손 가득 모으는 소중한 동심이다. 곱게 곱게 금강제비꽃들이 산기슭 한 마당 틈바구니에 있다. 시인은 남몰래 은밀히 너라 지칭한다. 다섯 무리 하이얀 꽃 잎새모양이 흰 제비들 날아서는 모양이다. 활-짝 활-짝 활짝이의 세 번 리듬의 동시리듬이다. 남북통일의 꿈을 펼치고 있다.
김 시인의 특징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다림과 기대이다. 그 날은 꼭 한 번 밟고 서 보곤은 했던 금강산 그 자락 속이다.
「저기 다람쥐 한 쌍이」<동시> 또한 동시의 절정이다.
산중 깊고 깊은 산사에
기와 담 위에서 산 다람쥐 깡충깡충
뛰놀듯 한 봄맞이 몸놀림으로 뽐을 내보입니다
나들이길 첫 인사 겸 몸 풀면서
....................
남몰래 살짝 살짝이
눈 맞춤으로 해서
입맞춤으로 까지를
-「저기 다람쥐 한 쌍이」 <동시>에서
「저기 다람쥐 한 쌍이」 <동시>는 산중 깊고 깊은 산사에 기와 담 위에서 산 다람쥐 깡충깡충 뛰는 몸놀림의 동시이다. 나들이길 첫 인사 겸 몸을 푼다. 이 풍경은 산에 오르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동시인 것은 남몰래 살짝 살짝이 눈 맞춤이 있어서이다. 곧 입맞춤으로 까지 간다는 것이다.
초록빛깔 잔뜩이 꿈을 실으며 단 둘이서 좋아하는 마음이 이루어 내는 행복한 세상, 그리고 서투른 대화마저 또한 자연스러웁게 하는, 그러나 오히려 서툴러서 아름다운 일이다. 행복이 깃드는 올바른 길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삶의 소소한 작은 행복의 가치를 일깨우는 일은 동시에서이다. 동심같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건너가야 함을 지시한다. 결코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가는 길이란다.
「하늘다람쥐」<동시>에서 다람쥐는 하늘다람쥐이다.
이 가을날
갖은 갈빛 물결을 타고
어둑어둑 칙칙한 나무털색 띠우고선 다람쥐
늘 푸른 솔나무 가지 끝을 넘나들며
솔새바람 휘감으며 머물고선
그 순간만은 하늘 끝 다하도록
훌-쩍 훌-쩍 날아들곤 한답니다
「하늘다람쥐」 <동시>에서
그냥 다람쥐가 아니라 하늘 다람쥐이다. 이러한 동시적 발상은 푸르른 꿈을 싣는데 있다. 구름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털 양떼구름, 깃털구름 헤치고 있는 구름이다. 저 멀리 푸르게 더 높으게 날아 하늘다람쥐이다. 김 시인의 동시가 우수한 것은 숲속지기 산새들이 지저귀어 함께해온 산골마을에 있고 그 마을에 산골 다람쥐가 아니라 하늘 다람쥐가 날고 있어서이다.
6. 아름다운 것들에의 눈 돌림 가치
김 시인은 아름다운 것들에의 눈 돌림으로 시 「새벽 물안개」는 물에 피는 안개에서 그 가치를 찾는다
파-아란 수묵 담색채로 덮인
가을빛 안개비 되어서
옅게 옅게 어슴풀하게도 피어오른다
으스름한 달빛의 향 가슴속을 스미어 파고들듯이
날으는 하늘새 그 어딘들
한 마리 보이질 않는
물안개 핀 고요한 강나룻길 앞에 두고서
-「새벽 물안개」에서
시인은 보는 세계는 아름답다. 파-아란 수묵 담색채로 덮인 가을빛 안개비이다. 새벽 물안개이다. 옅게 옅게 어슴풀하게도 피어오른다. 으스름한 달빛의 향 가슴속을 스미어 파고들듯이 날으는 하늘새가 거기에 있다.
그 어딘들 시인에 의하여 시는 재탄생된다. 아지랑이도 아닌 그리고 안개도 아닌 새벽녘 어두움을 휘둘러 가며 뿌-연 는개를 발견하는 시인의 아름다움에 눈돌리기는 저기 강물 속으로 아른 아른 이름 모를 그리움을 찾아나서는 김 시인의 아름다움 찾기이다.
한 없는 그리움을 뿜어 내는 일은 빈 배를 노저어가는 나루터지기가 되는 김 시인의 기이다. 김 시인은 항상 물과 관련되는 배를 연상하고 그 연상작용에서 얻어지는 기다림의 긴 줄을 잡고 있다. 기다림 끝에 반드시 있을 만남을 위해 오늘도 시인은 시를 쓰고 있다.
김 영록 시인은 「별빛 되어 살아갈래요」시를 통하여 시인의 의지적 방향을 제시한다.
저기 밤하늘
반짝이는 별빛 되어 살아갈래요
저기 밤하늘 속
초롱초롱 박혀 있는
별빛날개 달고서 살아갈래요
어둔 밤 속에서만
깜깜한 밤 속에서만
어찌도 저리 저 빛은
아리따운 제 빛 속 반짝반짝 거리며
오늘도 서성이며 미소 짓고 있을까?
.......................
영원히 새기고 갈
영원히 우리 함께 새기면서 살아갈
한밤중 피어드는
너와 나 작은 별빛
삶으로의 보석 진 꽃무늬들을
-「별빛 되어 살아갈래요」
저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되어 살아갈래요라는 단정적인 의지력을 드러낸다. 살아가는 방법은 하늘에 통하여 초롱초롱 박혀 있는 별빛날개 달고서 살아갈래요라는 것이다. 깜깜한 어둔 밤 속에서만 별빛이 더욱더 빛나기에 아리따운 제 빛 속 반짝반짝 거리며 오늘도 서성이며 미소 짓고 따라가고 있는 김 시인이다. 바로 어젯날 밤에서도 바로 오늘날 밤에서도 내일, 모레, 글피까지로도……그렇게 살아가는 김 시인의 역할이다. 인생은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존재이다. 한밤중 피어나는 작은 별빛이고 이 삶은 삶으로의 보석 진 꽃무늬이다 .
김영록 시인의 필명이 그러하듯이 삶의 향기는 김 시인의 초록빛 향기를 위한 것이다. 김 시인은 초록빛 깊은 향기가 흠씬 젖어 폭포수 물빛 삶의 향기를 만들고 있듯이 살아간다.
이 초록의 빛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다. 졸졸졸 시냇물의 흐름을 따라 그리고 더 나아가 저 너머 강물 따라 바다로 흐른다라는 걸 아는 흐름이다.
김 시인에게는 높이 높이 저 하늘의 흐름을 따라가노라의 철학이 있어 축복이 있고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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