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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카지노 가는 길(3-1)-방영주
2010-01-21 10:30:56
1205b

조회:1605
추천:89
 
카지노 가는 길
 
 
 
 
(1)
 
“어서 오세요.”
“…….”
“어디로?”
“정선, 사북.”
“허허, 요즘 같은 불경기에 큰손님이 탑승했군. 안전띠는 매세요.”
“…….”
“단속이 부쩍 심해져서…….”
“노상강도들이 쫙 깔렸다, 이 말씀이군. 할 수 없지.”
“몸이 자유롭지가 않군요.”
“예, 빠져나간 부분들이 많아서…….”
“노상강도? 빠져나간?”
“…….”
“흐흐, 유머 감각이 제법이군요. 눈도 안 오는 쾌청한 겨울날 선글라스를 끼신 것하며. 정말 유머러스하군요. 하하하.”
“유머라기보다는 세티어죠.”
“세티어?”
“풍자 말씀이오.”
“아, 풍자…….”
“자, 그럼 출발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갑시다.”
“무슨 급하신 일이라도?”
“평택에서 사북까지, 왜 택시를 탔겠소.”
“알겠습니다.”
“아,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지는 마시오.”
“생명은 하나뿐이군요.”
“우린 가끔 그런 중요한 사실을 까먹고 산단 말씀이야.”
“그렇지요.”
“…….”
 
(2)
 
“안성, 죽산으로 해서, 중부 고속도로를 탈까요?
“최단 거리가 되겠죠.”
“헌데, 사북엔 왜 가십니까?”
“원수를 갚으러.”
“원수?”
“마지막 대결입죠.”
“무슨 서부 영화의 한 장면 같군요.”
“그 이상일 겁니다.”
“저런, 목소리가 꽤나 자조적이군요.”
“당한 게 너무 많아서요?”
“적이 많은 모양이군요.”
“그래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이 사람이 아니란 말씀이군요.”
“기계들이지요.”
“아, 그렇군요.”
“눈치가 무척 빠르시군요.”
“사람이 기계를 이길 순 없죠.”
“기계는 냉정하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니까…….”
“알면서 왜?”
“일종의 오기랄까, 그런 거죠.”
“아, 네, 저도 알고 있죠.”
“알고 있다…….”
(3)
 
“제가 한 말씀 드릴까요?”
“…….”
“한 십 년은 됐을까? 경마장에 한 노파 청소부가 있었죠.”
“예…….”
“어느 날, 노파는 청소를 하다……”
“마권을 주었다는 말이군요.”
“끊지 말고 잘 들어봐요.”
“저런 목소리에 날이 서네. 형씨는 무척 다혈질인 것 같군.”
“그 마권이 10억 짜리가 됐죠.”
“만화 같군요.”
“세상엔 그런 일도 많아요.”
“그래서?”
“아들과 둘이, 그야말로, 뭐가 째지게 가난하게 살던 노파 네는 갑자기 갑부가 된 거지요. 하기야 요즘엔 아파트 한 채에 그 이상 하는 것도 있지만. 학력이나 연줄이 없어 집에서 빈둥거리던 아들이…”
“사업 자금이라도 달라고 졸랐겠군.”
“…….”
“말을 중도에서 가로챘다고, 그렇게 노려볼 것 까진 없잖소.”
“내가 잠시 흥분했었던 모양이에요, 손님한테 결례를 했군요.”
“괜찮소. 계속 해봐요.”
“편의점을 하나 내 달라고 했죠. 밤을 새워 열심히 일해서 며느리도 들이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자고요.”
“노파가 거부를 했다는…….”
“얼결에 행운을 주운 노파는, 이 세상에 할 일은 경마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무지몽매한 노파였죠. 그렇게 행운을 주었으면 한울님의 뜻을 알고, 얼마간 불우 이웃에 보태고, 아들의 생각에 힘을 실어 줬어야 할 텐데…….”
“다시 마권을 계속 사다가, 끝내는…….”
“어이 그렇게도 잘 아세요.”
“내가 지금 어디에 가고 있는 사람이오?”
“예…… 그렇군요. 그런데…… 다시 묻지만…… 왜 그런 곳에 가세요?”
“노름이란 그런 게 아니오. 당신의 어머니도 그렇고.”
“아무튼 아들까지 등을 돌리고,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노파는, 청소 같은 것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죠. 어떻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억 재산가였던 사람이 청소를 하겠어요. 노파는 경마장 출입구 앞에 양재기를 놓고 구걸을 했죠.”
“그것으로 다시 마권을 샀고.”
“그러다…….”
“예……?”
“돌아가셨죠.”
“저런, 울고 있군요.”
“…….”
 
(4)
 
“손님, 이젠 차가 고속도로로 접어드는군요.”
“제 속력을 다 낼 수 있겠군.”
“하늘이 조금씩 납빛으로 변해요. 오늘 눈이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있었지요.”
“눈이 오면 큰일인데…….”
“그래요. 강원도 길은 정말 골치죠. 오죽하면 보험회사에서 강원도 차의 보험을 꺼리거나, 보험료를 더 비싸게 책정했겠어요.”
“언젠가 대관령을 넘어갈 때였죠. 눈이 질금거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온 산하를 하얗게 덮는 거였죠. 길이 막혀 차들이 움직이질 못했죠. 전나무나 소나무가 적설을 이기지 못하여 쫙쫙 갈라지는 소리를 내는데, 얼마나 장엄하던지. 얼마 후, 제설차가 동원되어 겨우 숨통을 뚫었죠.”
“실망스러웠겠네요.”
“예?”
“저도 그런 기억이 있어요. 잠시나마 그런 비현실적인 공간에 내팽개쳐져서, 이 숨 막히는 현실을 잊어 보고 싶었던…….”
“좀 시적이군요.”
“시를 공부한 적이 있어요.”
“학창시절?”
“전 학력이 짧아요. 중학교밖에 다니질 못했죠.”
“그럼, 어머니가 마권에 팔려 집에서 빈둥거릴 때?”
“눈치 한 번 번개군요.”
“요즘, 그 정도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형씨 표정이나, 어투, 또는 울먹이는 것들에서 모두 드러내고 말았는데.”
“흐흐. 그렇군요.”
“담배 태워도 되겠소?”
“좋을 대로 해요.”
“유리창을 내리겠습니다.”
“그래야지요.”
“바람이 차군요.”
“조금 올려요.”
“그러지요.”
“참, 지하에 계시는 어머니는 얼마나 추우실까. 돈에 얼마나 설움을 당했으면 그랬을까.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줬어도 되는데…… 빌어먹을…….”
“옛말 그른 것 하나도 없지요.”
“뭘, 말씀이오?”
“살아 계실 때 잘해야지,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해도…….”
“그래요. 모두 지난 일이죠.”
“나목들이 삭풍에 징징 우는군요.”
“단련시키는 거지요.”
“예?”
“폭풍은 대기를 정화하고, 해일은 바다 속을 청소하고, 폭우는 대지를 깨끗이 하는 거래요. 그러면서 약한 생물체는 도태시키고, 강한 생명체를 더욱 강하게 만들려는 자연의 질서 운동이라는 거죠.”
“꼭이 나를 빗대어 하는 말 같아서, 기분이 영…….”
“아, 아닙니다요. 형씨…….”
“됐어요.”
“사실 모든 사라져 가는 자연물은 아름답지요.”
“그래요. 낙조가…… 단풍이…… 그리고, 백조는 죽을 때 가장 아름답게 울고 죽는다 했지요…… 인간도 그럴까…… 아니,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저런 담배가 손가락 안으로 타들고 있군요. 재떨이를 없앴으니, 그냥 차창 밖에 버려요. 그리고 유리창을 올리시고.”
“그래야겠군요.”
“참, 지하에 계시는 어머니는 얼마나 추우실까…….”
“젠장, 그만 합시다.”
“형씨는 나보다 못할 짓을 더 많이 한 모양이군요.”
“입 좀 닥치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요.”
“저런 목소리에 날이 섰네요. 아, 알았어요. 나 원 참…….”
“…….”
 
(5)
 
“손님, 벌써 원주군요.”
“제천, 영월로 빠져야지요.”
“그 길밖에 더 있나요.”
“손님은 얼마나 됐어요.”
“뭘 말씀이오?”
“나이, 그 검정색 선글라스 때문에…….”
“아마 그쪽 정도는 됐을 거요.”
“전 오십인데.”
“저런, 이런 우연도 있나.”
“나이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랬죠.”
“살림살이가 간단했던, 저 공자 시대의 이야기죠.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모르겠소. 그리고 세상이 하도 어지럽게 돌아가, 세 살 때나 지금이나, 도대체 사는 게 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요. 내가 지금 비싼 택시비를 지불하며 이렇게 서둘러 사북에 가는 이유도 모르겠고.”
“참, 손님, 성함이 어떻게?”
“어차피 사북에 도착하면 해어질 것, 딱히 그런 것을 알아서 무얼 하게요. 그냥 편한 대로, 손 형이라고 부르오.”
“난, 차 가요.”
“난 손님이니까 손 형, 거기는 차를 운전하니까 차 형, 이것도 우연이네요. 그런데 차 형은, 참 열심히 산 분 같은데…….”
“우여곡절이 많았죠. 어머니 때문에, 가슴에서 불길이 불쑥불쑥 치밀어, 술로 많은 세월을 탕진했죠.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마음잡고, 막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지금은 개인택시를 몰며 다소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편이지요. 아이들도 잘 커 줬고…….”
“행복한 분이네요.”
“듣고 싶군요.”
“한참 일할 시간에 사북 같은 곳을 가는 이유를? 날 힐난하는 거요?”
“아니오. 이 직업은 자의든 타의든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어 있어요. 택시 운전 십 오 년이면 사회 곳곳 꿰차지 않는 자리가 없지요.”
“아하, 차 형의 지식 창고에 뭔가 보태어 달라는 말씀이구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한 번은 가보고 싶었어요.”
“왜요?”
“글쎄요. 요즘 살 만하게 되니까, 어머니만 생각하면, 경마장이나 카지노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려요. 노름도 유전되는 것인가, 으허허.”
“그런 데, 기웃거리는 것은 안 좋아요. 나처럼 패가망신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벌레 같은 인생이 되기 십상이니까.”
“패가망신? 벌레 같은 인생?”
“어디서부터 이 만화 같은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지, 후우…….”
“한숨은 그만 쉬어요. 차가 지하로 굴러 떨어지겠소.”
“우후후…….”
“손 형, 울고 있군요.”
“…….”
(6)
 
“우리 부친은 한의원이었는데…….”
“예, 손 형.”
“전국에서 관절염 환자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요. 젊은 사람들에게도 어쩌다 있고,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관절염을 앓죠. 여자들은 특히 더하죠. 그 아픔, 당해 본 사람은 알죠. 시도 때도 없이 날카로운 송곳으로 쑤시는 느낌, 부친은 거기에 착안한 것 같아요. 돈이 될 것 같다는. 고심참담한 연구 끝에 특효약을 만들었죠. 닭과 지네를 주성분으로 한 환약이었어요.”
“돈을 많이 벌었겠군요.”
“목적이 거기에만 있었으니까요.”
“예?”
“무슨 마약 같았어요. 아니, 어쩌면, 그런 성분을 넣었을 지도 몰라요. 좀 어수룩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환자들은 줄을 서 그 약을 타다가 복용하면 한 달은 아무 통증을 못 느꼈죠. 그런데 한 달이 지나면 통증이 더하는 거예요. 환자들은 예약을 해야 부친을 접할 수 있었죠. 은행과 금고에 돈은 쌓여만 갔고요.”
“저와 달리 유복하게 자랐군요.”
“무슨 말씀을…….”
“아니란 말씀예요?”
“난, 찢어진 검정 고무신을 신고 초등학교에 다녔죠.”
“이해가 안 되는군요.”
“부친은 돈을 모두 부동산에 투자했거든요.”
“욕심이 욕심을 불렀군요.
“칠팔십 년대가 지나면서 그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새기를 쳐 엄청나게 불었어요. 차 형, 알지요?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다마다요.”
“부친은 배가 불러지자, 한의원을 남에게 임대하고, 부동산 관리나 하며 유유자적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 짠돌이 근성은 바뀌지 않았어요. 나 역시 차 형처럼 사업체를 하나 내 달라고 졸랐죠. 삼류 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어디 들어갈 데가 있어야지요. 부친은 강경하게 말렸어요.”
“이야기의 내용은 다르지만, 그 틀은 어딘지 나와 비슷하군요.”
“그렇군요. 차 형. 정말 우연이네요.”
“우연들이 모이면 필연도 되겠지요.”
“그럴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평택, 지역사회 아닙니까. 내 속사정을 아는 선배, 동창, 후배들이 서서히 접근하더군요. 여러 가지 감언이설로 말이에요. 내 부친에게도…….”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씀이군요.”
“무엇보다 부친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정치였죠. 돈이 많으면 뭔가 하나 더 갖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부친은 국회의원에 몇 번 출마했죠. 난 선거 사무장이었어요. 그때부터 돈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었지요.”
“이해가 가는군요.”
“돈을 처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회의원 출마자의 외아들, 그런 자리가 아니겠어요. 선배, 동창, 후배들은 날 유흥가와 노름판에 끌어들이기 시작했죠.”
“용의주도한 계략이었군요.”
“초창기의 이야기지요. 그들은 룸살롱 같은 데 가서 술을 사고 계집을 붙여 주며 극진히 대접했어요. 고스톱과 포커판도 자주 열었죠. 그들은 처음엔 따게 해주더니 왕창 왕창 긁어가는 거예요. 노련한 노름꾼은 처음 상대편에게 한번쯤은 미끼를 던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카지노, 경마, 주식, 복권 같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난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됐어요. 갖은 폭력과 협박…… 맞기도 많이 했죠. 소위 ‘하우스 방’이라는 모텔 노름방에 갇혀 있으면서 물고문도 많이 당했고요. 갈비뼈가 나가 한 달 가까이 입원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돈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군요.”
“그래요. 돈이 없을 때, 인간은 보다 더 인간적이 되지요. 차 형의 말대로 부친께서 한울님의 뜻을 알고 불우 이웃에 보태고, 나한테 사업 자금이라도 얼마간 줬더라면…… 흐흐흐…… 모두, 지난 일지지요…….”
“부친은 어떻게 됐나요?”
“출마 세 번째였어요. 부친은 단 3표 차로 떨어지고, 선거 무효 소송을 내 재 검표를 했는데, 오히려 2표가 줄었지요. 내 노름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도 확인됐고요. 선배들은 국회의원이 꿈인 부친에게 아들을 납치, 또는 고발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으니…… 게다가 근소한 표 차로 낙선…… 부자(父子)의 어리석은 짓으로 찬물에 뭐 줄듯이 팍 줄어버린 재산…….”
“홱 돌아 버릴 일이었겠네요…… 그래서요?”
“뇌졸중. 그 뒤를, 동일한 병으로 어머니도 따랐고요.”
“저런…….”
“추운 겨울 날, 지하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추우실까…….”
“…….”
 
(7)
“손 형, 벌써 제천으로 접어드는군요.”
“그렇군요.”
“손 형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날 것 같지 않소만…….”
“그래요.”
“시간은 많이 남았잖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먹고 살 게 있다고 했죠. 남은 부동산을 처분하면 몇 십억은 좋이 되었죠. 하지만, 난 노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지요. 노름꾼들이 날 불러내지 않으면, 내가 찾았죠.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이미 난치병이 되어 있었군요.”
“가만히 누워 있으면 천장이 모두 화투장이나 카드로 보이는 거 있죠. 거기에 더해, 경마장, 투계, 소싸움, 주식, 로또복권, 심지어 해외 카지노까지, 사행성이 있는 것이라면 손을 안대는…….”
“거기에 뿌린 돈만 하여도, 허허…….”
“집사람이 말리기 시작했죠. 아내는 초등학교 교장의 딸입지요. 가정교육의 덕택이랄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그런 타입, 왜 알죠?”
“제 집사람하고 같군요.”
“또 하나의 우연이 추가되는군요.”
“흐흐, 그렇군요.”
“그런 여자가 독하게 마음먹으면 더 무서워요.”
“잘 알고 있지요.”
“아내는 내가 가는 노름판마다 좇아와서 난장판을 만들기 일쑤였죠. 대부분 ‘주먹’들이 끼어 있는 판인데 말이오. ‘주먹’들은 거칠고 상스런 말을 내뱉으며,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는데, 아내는 하얗게 웃으며 품속에서 칼을 꺼내고,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네가 죽을래, 아니면 내가 죽을까…….”
“눈에 잡힐 듯해요.”
“이젠 아무도 날 불러내지 않았죠. 난 잠시 태도를 바꿔야 했지요.”
“어떻게?”
“평택 시내에 입시 학원을 크게 내었죠. 강사들도 많이 뽑고요. 학원생 수가 늘어가는 것을 보아 천천히 채용해도 되는 것을……. 나는 도의원에도 출마했어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초석이라는 토를 달아서 말이오. 하여, 아버지의 한을 갚아드리겠다고요. 내가 왜 그런 일을 벌였을 것 같아요?”
“아내를 안심시키고, 돈을 빼내, 노름을 더 하기 위해서…….”
“과연 족집게시군요. 노름에서 빠진 돈을 그쪽에서 없어진 것처럼 하기 위해서였죠. 그게 오래 가겠어요. 불과 3년 만에 재산은 거의 거덜 나고 말았죠. 아내는 곧 눈치를 채었죠. 어느 날이었어요. 마지막 돈을 다 털리고 집에 가보니까, 아내는 눈을 까뒤집고 누워 있는 거예요.”
“약을 먹은 모양이군요.”
“빌어먹을 년, 그리 죽을 게 뭐람…….”
“저런, 또 울고 있군요.”
“…….”
 


   메모
ID : 1205b    
2010-01-21    
11:28:50    
<한국비평문학회> '2005년을 대표하는 문제 소설' KBS FM '라디오 독서실' 극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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