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문인글방_소설
HOME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등업신청/기타문의]
로그인 회원가입
회원가입
   

한국문학방송은 지상파방송 장기근무경력 출신이 직접 영상제작 및 운영합니다
§사이트맵§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문인.com 개인서재
 

DSB 문인 북마크페이지

전자책 출간작가 인명록



시조
동시
영시
동화
수필
소설
평론
추천시
추천글
한국漢詩
중국漢詩
문학이론


DSB 앤솔러지 제7집


DSB 앤솔러지 제6집


DSB 앤솔러지 제5집


DSB 앤솔러지 제4집


DSB 앤솔러지 제3집



[▼DSB 앤솔러지 종합]
 



홈메인 > 문인글방_소설 > 상세보기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판매정산 페이지
도서판매/온라인강좌

전자책 제작·판매·구매의 모든 것

사이버문학관


이곳은 문학방송 정회원(문인회원)의 글방[소설방]입니다
(2016.01.01 이후)


돌발사태
2009-10-10 09:00:12
hskim4030

조회:1662
추천:94

고발문학

 

                                                           돌발사태

                                                                                                                                      김   학   섭

 

 

여름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퇴근 무렵이었다. 기사 마감시간을 앞둔 편집실 사무실은 마치 파장을 앞둔 시장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톱기사에 굶주린 기자들의 눈은 화가 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담배연기를 굴뚝같이 내 뿜는 기자도 있었고 커피를 몇 잔 째 마시는 기자도 있었다. 모두 속이 타고 있었다. 톱기사는 잡지 판매와도 직결 되어 있었다. 기자들의 눈이 뒤집혀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화벨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었다. 굵은 사내의 음성이었다.

“김달봉 기자 있습니까?”

“어딘데요?”

“있는지 없는지만 이야기 하시오.”

“대체 누구쇼? 그 쪽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쪽도 대답할 수 없소.”

“누군지 알면 깜짝 놀랄 텐데.”

“그렇다면 더욱 누군지 알고 싶지 않소.”

“이보쇼. 당신들......”

굵직한 사내의 음성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사무실 분위기가 금세 싸늘해지고 있었다. 조봉선 편집장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김달봉 기자. 혹시 벌집 건드린 거 아냐? 김달봉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연예 쪽 기사를 아무리 점검해 보아도 꿀릴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몇몇 연예인 스캔들 기사를 다루기는 했지만 정확한 취재 후 재차 확인에 의해서 쓰여진 기사였다. 대체 전화를 한 사내의 정체는 누구일까. 조봉선 편집장이 다시 확인라도 하려는 듯이 물었다.

“없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오보는 없습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는 거 봤냐? 두 쪽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은 보셨습니까?”

“좋아. 기자라면 그만한 배짱은 있어야지."

잡지사 사무실은 충무로의 허름한 빌딩에 있었다. 낡고 퇴색한 건물이었다. 여기 저기 빗물이 샌 흔적이 있었다. 10충 건물이었다. 입구부터 간판들이 어지럽게 매달려 너덜거리고 있었다. 지하층은 궁전다방이었다. 궁전같이도 않았다. 오히려 음침한 토굴속 같았다. 겉보기에 화려한 잡지사 사무실이 도무지 이런 곳에 있으리라고는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에 잡지사가 있었다. 이층 왼쪽 칸은 술집이었고 오른쪽은 전당포라는 곳이었다. 물건을 잡히고 급하게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었다. 매일 눈꼽이 궤제제한 인간들이 전당포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밥은 굶어도 술은 마셔야 하는 인간들이었다. 물건을 맡기고 술을 퍼마신 사내들이 아침만 되면 죽을상이 되어 전당포 주인에게 살려 달라고 애걸하고 있었다.

“결혼할 때 선물받은 반지입니다. 내일 꼭 갚아 드리겠습니다.”

“그거 없으면 집에서 쫓겨납니다. 제가 여편네하고 헤어져야 옳겠습니까?”

“제 목숨입니다. 저 좀 살려준다고 해서 쪽박을 찹니까?”

전당포 주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야, 나는 뭐 흙 파먹고 장사 하냐?”

“저희 집사람이 알면 저는 죽는다니까요.”

“죽는 게 무슨 장난이냐?.”

“한번 만 봐주시면....”

“돈 가지고 와서 찾아가면 될 것 아냐.”

김달봉 기자도 한때 전당포 고객이었다. 반지도 잡힌 적이 있었고 결혼 할 때 받은 로렉스 시계도 잡힌 적이 있었다. 한때 전당포는 김달봉 기자의 은행창구나 다름이 없었다. 쥐꼬리보다 작은 월급에 목숨을 걸고 있는 김달봉 기자였다. 출판사에서 많은 봉급을 받다가 친구의 간절한 부탁으로 잡지사로 옮긴 것이 화근이었다. 꽃밭 속에서 논다는 것, 대한민국의 톱스타를 만나기 싫을 때까지 만날 수 있다 것, 김달봉 기자는 선뜻 승낙하고 말았다. 그런데 사장이라는 작자는 앞으로 내가 돈을 벌면 혼자 독식하겠느냐, 이래 봐도 인간 도민출은 괜찮은 놈이다. 지금은 돈이 없어 그렇지 나도 야비한 인간이란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아온 인생이다. 솔직히 잡지사라는 곳이 어떤 곳이냐. 문화 사업이 아니냐. 문화사업이라는 곳이 원래 돈을 까먹는 곳이지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들어 봤냐. 자네들도 조금만 참고 때를 기다려 봐. 신입 기자 때 김달봉 기자는 사장의 말에 희망을 걸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희망은 점점 백리무중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잡지사 사장은 돈이 없다고 울상을 하면서도 골프장만 들락거리고 있었다.

“대체 사장이라는 작자는 언제 돈을 올려 줄 거야. 저는 밤낮없이 여자 데리고 골프장이나 다니면서 이건 기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게 아니야?”

“사장도 생각이 있겠지, 지성인이 설마 거짓말이야 하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 다는 거 몰라.”

“기다려보면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올 거야.”

“쥐구멍이 모두 없어지면 모르지.”

하루는 김달봉 기자가 출근하는 데 핸드폰이 울렸다. 박종철 기자였다. 그는 땅속으로 꺼지는 듯한 음성으로 소곤거리듯 말하고 있었다. 겁을 잔뜩 집어 먹은 것이 확실했다. 어째서 그렇게 겁먹은 음성으로 출근길에 전화를 하는 것인지 김달봉 기자는 의아했다. 그는 아직 삼개월도 안 된 신입기자였다.

“무슨 일이야?”

“나왔어요.”

“집사람이 아이라도 낳았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답답하구먼. 큰소리로 말해 봐.”

“서 있습니다.”

“서 있다니? 뭐가 섰어. 앞뒤를 잘라먹지 말고 정확하게 말 하라니까.”

“선배님은 군에 안 갔다 오셨습니까?”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이야.”

“보초를 서 있습니다.”

“누가?”

“모릅니다. 어떤 등치 큰 사내들이 김기자님 잡으려고. 보초를 서 있습니다.”

검은 옷으로 정장한 등치가 큰 사내들이 사무실 앞에서 보초를 서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세 사람이나 서 있다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간파할 때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쪽에서 신분을 확인해주지 않으니 이쪽에서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직에서 왔을 것이라고도 했고 00기관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시 00기관에서 연예인들의 뒤를 봐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떠돌고 있던 시절이었다. 매일같이 확인할 수 없는 괴 소문들이 바람처럼 떠돌고 있었다. 연예기자 두 명이 명예훼손죄로 감옥에 가 있었다. 신입기자였던 이들은 모 유명 영화사 감독 겸 제작자의 아내를 호텔에까지 실어다 주었다는 운전자의 말만 믿고 확인 없이 기사를 썼다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톱기사에 목이 말랐던 신입 기자는 거쳐야 할 확인을 무시하고 기사를 작성한 것이 문제였다. 곧바로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하게 되었고 감옥까지 가는 신세가 되었다. 제작자 겸 영화감독은 오래전부터 법원에 아내의 이혼장을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이혼 구실을 찾고 있던 그는 이 기사를 빌미로 이혼하고 말았다. 기사는 이들이 이혼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를 해도 명예훼손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옥살이까지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잡지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스캔들 기사가 나갈 때마다 고소사건으로 번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편집회의가 진행중이었다. 기자들은 어떤 기사를 써야할지 매일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편집부장은 아침부터 기자들을 달달볶아대고 있었다.

“연예인이 개를 물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습니까?”

“개가 연예인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있습니다.”

“김달봉 기자는 오늘부터 연예인이 개를 물었다는 사건을 찾아다니세요.”

얼토당토않은 지시에 김달봉기자는 황당했지만 그렇다고 위에서 지시하는 것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마침 그때 진화가 걸려 왔다.

“김달봉 기자님?”

“날세.”

“임출입니다.”

“어쩐 일이야?”

“낚았습니다.”

“대어大漁야?”

“배우가 개를 문 사건입니다.”

“좋아, 한잔 사지.”

임출은 김달봉 기자의 정보제공자였다. 임출은 개나리양이 모 호텔에서 방송국 PD와 아침일찍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라면 충격적인 정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몇 사람의 목이 달려 있는 중대사건이었다. 당시 개나리양은 모 방송국 주연 텔런트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간통 사건은 확실한 근거가 없이 잘못 다루었다가 오히려 이쪽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경찰보다 먼저 보도를 했다가 걸핏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기 일수였다. 경찰서에서 보도 자료가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 떠도는 소문은 상대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한 음해사건이 상당부분 있었다. 김달봉 기자는 우선 사건의 진위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개나리 양 계십니까?”

“안 계시는 데요. 누구세요?”

“김달봉 기자입니다. 확인할 것이 있어서.,....”

“저는 일하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는 데요.”

얼마 동안 개나리양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며칠 후 김달봉 기자는 ‘청춘은 아름다워’ 라는 촬영현장에서 개나리 양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문제의 PD작품이었다. 사건의 전말을 들은 개나리양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김달봉 기자의 눈은 개나리양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파랗게 질렸던 개나리양의 표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누군가 자기의 인기를 시샘하는 놈의 음해사건이라며 그대로 나둘 수 없다며 몸까지 부르르 떨고 있었다.

“김기자는 그런 풍문을 믿으세요?”

“PD와 관계가 없다는 겁니까?”

“누가 정보를 제공했는지 모르지만 무고죄로 경찰에 고발하겠어요. 흥, 나는 하늘이 두쪽이 나도 절대 잘못한 거 없어요, 둘이서 잠자는 거 촬영이라도 했대요? 그건 내 인기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음해가 확실해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하는 속담도 있는데?”

“김기자님은 어느 때 분이세요? 지금 굴뚝이 있는 집을 보셨어요?”

이 사건은 더 확대 되지 않았다. 연예인이 아니라도 간통 사건은 피해자 쪽에서 고소를 하지 않으면 좀체 확인하기 힘든 사건 중에 하나였다. 10월이 오자 각종 문화제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세계 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개나리양이 모 영화제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주연상을 따 놓은 당상이라는 소문이 국내 연예가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었다. 그러나 심사 결과는 참담하게 끝났다. 부푼 기대 속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한 개나리양은 결국 조연상조차 수상하지 못하고 말았다. 개나리 양은 상을 타지 못하게 되자 폐막식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통보도 없이 귀국하고 말았다. 행사 관계자들은 행방불명이 된 개나리양을 찾기 위해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벌어졌다. 귀국 했다는 사실을 알고 겨우 안도하는 눈치였으나 행사 당사국은 몹시 불쾌한 표정이었다. 김달봉 기자가 물었다.

“행사에 불참하고 귀국한 연유는 무엇입니까?”

“주연상은 내가 타야 마땅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무슨 야로가 있었던 게 분명해요. 그래서 귀국했어요.”

“누가 돈이라도 뿌렸다는 이야깁니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사건을 만들지 마세요. 다만 이번 행사는 문제가 있다는 거죠.”

“연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까?”

“‘개똥벌레는 밭에서 산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예술 영화였어요.”

개나리양의 불만은 여전했다.

“그 문제로 해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톱스타가 경망스럽게 행동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이야긴데요.. ”

“김 기자도 그렇게 기사를 쓸 거예요?”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사건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이 사건이 보도된 지 사흘 만에 검은 복장의 사내들이 김달봉 기자를 잡으려고 잠복근무까지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김달봉 기자와 검은 복장과 쫓고 쫓는 일이 사흘 동안 계속 되고 있었다. 비오는 날이었다. 김달봉 기자가 아침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김달봉 기자 바꾸시오.”

“누구세요?”

“그건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바꿀 수 없소. 지금 여기 없소.”

“사람을 고문관으로 보지 마시오. 지금 찻잔을 들고 있지 않소,”

“헉.”

심민호 기자가 깜짝 놀라 김달봉 기자에게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실제 김달봉 기자는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김달봉 기자는 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 한 후 전화를 받았다.

“김달봉입니다.”

“당신이 무슨 하늘이라도 되는 거요?”

“용건이나 말하시오.”

“오늘 저녁 개나리 양을 만나보시오.”

“명령입니까?”

“부탁입니다. 만나면 알게 될 겁니다.”

“이유가 없으면 만날 수 없소,”

“이번 국제영화제에 대한 기자 회견이오.”

국내 팬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을 때였다. 개나리양도 파장이 커지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인기는 한번 식으면 다시는 회복 불가능한 존재였다. 인기를 비누거품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달봉 기자는 비로소 그들이 왜 자기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내가 여전히 윽박지르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권력이 여전히 스타의 뒤를 봐준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을 때였다.

“만나보실 거요?”

“거절하면”

“그 후에 벌어지는 문제는 책임질 수 없소.”

“협박이오?”

“마음대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다음날 같은 시각에 같은 목소리의 전화가 같은 방법으로 계속해서 걸려오고 있었다. 모 잡지사 조관용 기자는 모 가수의 스캔들 기사를 썼다가 기사가 보도 되는 즉시 검은 지프차에 실려 간 후 사흘 만에 헬쓱한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있었다. 통금이 있던 시절이어서 죄명은 통금 위반이었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 하루에 한 번 씩 토끼뜀을 뛴 것이 전부였다. 사흘 만에 통금위반으로 풀려나왔다. 그쪽에서 모 가수의 기사를 잘 써주기로 조건을 내걸었으나 조관용 기자는 냉정하게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권력이나 부정과는 타협할 수 없었다는 것이 조관용 기자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고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김달봉 기자도 어쩌면 그런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불의와 타협할 수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들이 일방적으로 약속한 날이 돌아왔다. 김달봉 기자가 모 음식점에 당도하자 정문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버티고 서 있었다.

“김달봉 기자요?”

“그렇습니다.”

그 사내는 김달봉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김달봉 기자와는 첫 대면이였다. 그는 어깨가 떡 벌어지고 주먹이 해머처럼 컸지만 얼굴은 순한 양처럼 생겼다.

“따라 오시오.”

“어디로?”

“들어가 보면 압니다.”

김태봉 기자는 일부러 목에 힘을 주었다. 굵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한옥을 뒤덮고 있었다. 추녀 끝에는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련한 가야금 소리가 꿈속처럼 은은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곳 사람들은 마치 현대와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말로만 듣던 비밀요정? 김달봉 기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김달봉 기자는 기가 죽으면 안 된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태연한척 목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내심으로는 불안했다. 그러나 사내의 행동이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김달봉 기자가 방에 들어서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진수성찬이 방안 가득 차려져 있었다. 평생 한 번도 구경조차 하지 못한 음식들이었다. 음식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것 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게 뭐요?”

“김기자님은 눈도 없습니까?”

“나보고 이걸 다 먹으라는 겁니까?”

“그럼 구경하라고 차려 놓은 음식인 줄 아십니까?”

“김치만 먹던 목구멍이라 이런 음식을 먹으면 목에 털이 나는 성미라서 먹을 수 없습니다.”

“쥐약이라도 들었을까 겁이 나서 그런 모양인데 그런 건 절대 들어있지 않으니까 안심하고 드셔도 좋습니다.”

“혹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못 들어 봤는데요.”

“그러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은?”

“그런 건 더욱 모릅니다.”

“오늘 음식은 잘 먹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다고 회사에서 표창장을 주고 돈이라도 펑펑 줍니까?”

그 사내는 개나리양의 아버지였다. 김달봉 기자는 타협을 원하지 않았다. 사흘 후 개나리양의 자살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돌발사건이었다. 대개 스타들은 자기의 명성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가 그 명성이 추락하는 순간 심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극단적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개나리양은 목숨만은 건졌지만 입을 함구하고 있어 자살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 경찰조사 발표였다. 들판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메모
추천 소스보기 수정 삭제 목록
다음글 : 고향의 그림자 (2009-10-30 12:00:41)
이전글 : 소설"노자가 서역으로 간 이유" (2009-09-23 11:07:17)

[특별공지]댓글에는 예의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부지불식간에라도 작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사기를 꺾지 않게 각별한 유념 부탁드립니다. 글방의 좋은 분위기 조성을 위한 목적상, '빈정거리는 투'나 '험담 투'류의 댓글 등 운영자가 보기에 좀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댓글은 가차없이 삭제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것이 한국문학방송의 가장 큰 운영방침입니다. 비난보다는 칭찬을! 폄훼보다는 격려를! (작가님들께서는 좀 언잖은 댓글을 보시는 즉시 연락바라며, '언제나 기분좋은 문인글방'을 위해 적극 협조바랍니다. "타인의 작품에 대한 지적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차원의 댓글도 아주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 겸허한 자세로~!"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미덕을 가지십시다. 기타 (작품 또는 댓글 중)욕설 또는 저속한 언어, 미풍양속에 반하는 표현 등의 글도 삭제합니다.
◐댓글 말미에는 반드시 실명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실명이 없는 댓글은 무조건 삭제합니다.
 
한국문학방송에서 '비디오 이북(Video Ebook, 동영상 ...
경북도청 이전기념 전국시낭송경연대회
제2회 ‘박병순’시조시인 시낭송 전국대회 / 접수마...
 
사이트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