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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단편 소설)
2009-06-29 10:31:49
신대식

조회:1616
추천:99

 

산 신 제


호암 신대식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푸근한 날씨였지만 해발 600m의 광산 현장 사무실에서도 가파르고 험준한 오르막길을 200여 미터 더 오르다보니 몸만으로도 오르기 힘든데, 지고 들고 산을 오르는 우리들에겐 벌써 땀이 흥건히 이마에서 목으로 흘러 내렸다.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현장 관리자 및 광부들을 선별하여 오늘을 대비했었다.

박 반장도 관리자 중 일원으로 이 팀에 합류했다.

박 반장은 비교적 사리분별을 확실히 하는 성격인지라 오늘 같은 ‘산신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으나 광산의 안위를 대의명분으로 하는 ‘산신제’를 거부하지 못한 채 일행과 같이 커다란 바위 밑에 조그맣게 지어놓은 산신당에 당도했다.

‘성황당이나 이런 산신당이 선뜻한 감을 받는 것은 누구나 그렇게 느껴지리라’

박 반장은 이렇게 생각하며 마을에서 한문 깨나 한다는 박씨의 지시에 따라 함께 온 동료들과 가지고 온 산신제 제물들을 제상 위에 박씨가 시키는 대로 차례차례 제자리에 놓았다.


박씨가 초와 향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이 항장님 여기 앉아서 잔을 올려요.”


항장님은 수십 차례 산신제를 올린 경험이 있는지라 장화를 벗고 돗자리 위에 단정히 꿇어앉아 옆에 서 있는 김계장이 따라준 술잔을 향불에 두어본 돌리고 나서 다시 술잔을 김계장에게 건네고 공손히 일어서서 김계장이 젯상에 술잔을 놓자 큰절을 두 번하고 다시 제자리에 꿇어 앉았다.

박씨는 잠바 속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더니 제문을 꺼내어 유세차 모년 모일 하면서 또박 또박 읽어 광산 사고를 막아 주시고 광산에 종사하는 모든 광원들이 무탈케 해달라는 신식 문구도 제문에 삽입하여 읽고 상향하며 끝을 내고 또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엔 계장님이 잔을 올려요.”


우리들 모두는 무슨 죄나 지은 사람들 마냥 말 한마디 않고 박씨가 시키는 대로 돌아가며 큰 절을 두 번씩 서열대로 절하고 물러서고를 반복하고 나니 박씨는 제상 밑에 두었던 소지봉투에서 소지할 얇은 창호지를 항장님을 비롯해 서열대로 4-5명에게 쥐어 주면서 항장님에게 불을 붙이라고 손짓했다. 항장님은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고 소지에 불을 붙여서 소지를 하고 그 재가 높이 올라가라고 양손으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저기압 탓인지 한자 정도 올라가다 내려와 까만 재로 부서졌다.

박반장도 소지를 들고 있는 김계장 다음으로 같은 방식으로 소지를 했다.

모두들 소지를 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B방 선산부 최씨가 걸걸한 경상도 사투리로 “신령님 부디 우리 사장님 돈 많이 벌게 우리 과부 잡아가지 마소.”하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큰절을 하니 누구할 것 없이 모두들 엉겁결에 따라 절을 했다.

그러자 박씨가 “절 많이 한다고 잘못될 거 없지요. 암~”하며 거들었다.

그러고 나니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산신당 안이 왁자하게 소란했다.

박씨가 대충 삶은 돼지 머리의 귀 한조각을 잘라 산신당 밖으로 던지며 “꼬시내” 한다.

바닥에 깔린 돗자리에 제물들을 내려놓고 힘들게 돌려가며 지고 온 탁주 통에서 작은 양동이에 탁주를 붓고 나니 김계장이 얼른 탁주잔에 가득 술을 따라 항장에게 권했다.

“항장님이 먼저 한잔 하시유.”

“아니야. 오늘은 수고한 박씨가 먼저 해야지.”

“지가 어떻게 먼저 하나유.”

항장은 박씨에게 잔을 돌렸고 박씨는 그것을 거절했지만 결국 항장의 권유에 술을 받아들었다.

“항장님 미안하구만유. 그럼 제가 먼저 할께유.”

박씨가 고개를 돌려 한잔 하자 이번엔 김계장이 다른 잔에 가득 술을 채워 다시 항장에게 주었다.

항장이 그 잔을 받아 마신 후 내려놓자 먼저 잔을 비운 박씨가 다른이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회사 사장님만한 어른 없구만유.”

박씨는 김계장을 슬쩍 보며 말을 이었다.

“요즘 시상에 회사 종업원을 위해 매해 잊지 않고 요맘때면 꼭 산신령님께 제를 올리는 사람 없어유.”

“박씨가 바로 보았소. 우리 사장님은 하나도 종업원, 둘도 종업원 이구만요.”

김계장이 박씨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며 좌중을 살폈다.

“김계장 말이 맞네. 우리 사장님 같은 분이 드물다네. 내가 광산에 일하며 몇 분의 사장님들을 모셔봤지만 우리 사장님 같은 분은 처음일세.”

박씨와 김계장의 말을 듣고만 있던 항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며 좌중을 살피자 모두들 그들의 말에 동감하며 사장님의 칭찬이 늘어졌다.

하지만 박반장만은 평소와는 달리 입을 꽉 다문채 C방 선산부 유씨가 따라주는 술을 쭉 들이켜고 그 잔을 말없이 유씨에게 따라주며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씨. 고생이 많아요. 우리 안전 규칙을 지키며 차근히 일해 봅시다.”

서로들 돌아가며 가지고 올라온 탁주 통을 다 비워 가는데 누군가 산신당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들 서둘러야 겠소.”

“왜 그랴. 한잔 더 할려는데.”

B방 선산부 최씨가 김계장에게 술을 따르며 그렇게 말하자 밖에 있는 몇 사람들이 급한 듯이 말을 이었다.

“서둘러야겠네. 눈이 제법 많이 오는구먼.”

그들의 말에 박반장도 허리에 차고 어깨에 둘렀던 안전등을 켜고 밖으로 나갔다.

안전등에 비친 하얀 눈밭들이 아롱아롱 떨어지며 불빛을 받아 눈 기둥, 아니 크리스마스를 문득 떠올리게 만들었다.

‘산신당 앞에서 크리스마스라니...’

박반장은 빙긋이 웃으며 큰 소리로 하산을 재촉했다.

"빨리들 하산할 준비를 합시다.“

산신제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서둘러 하나 둘 하산하기 시작했다.

험준한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는 동안 옥갑산 산신령이 빨리 내려가라는 듯 눈발은 더욱 굵어지더니 급기야는 발목이 빠질 만큼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신령님 덕인지 200m 아래 있는 현장 사무실에 도착해 보니 한 사람도 엉덩방아 한번 안찍고 발목 접힌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산신령 덕이라고 하며 현장 숙소에 두었던 푸짐한 안주와 탁주로 기다리고 있던 종업원들과 박반장도 거나하도록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항장이 슬그머니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박반장 벌써 2시 일세. 적당히 하고 모두들 숙소로 보내게.”

항장의 말을 전해들은 박반장은 술을 몇 순배 돌리고는 종업원들에게 말했다.

“자~ 숙소로 가서 잡시다. 내일 또 일찍 일어나 작업해야 하니 그만하고 일어섭시다.”

“벌써 자다니, 박 반장님 한잔 더 하고 일어섭시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따라 일어서는데 몇 사람은 취했는지 그리 말했지만 박반장은 벌써 문밖으로 나간 뒤였다.

남은 몇 사람은 그대로 남아 세상 이야기를 바닥난 안주를 대신하며 또 몇 순배 돌렸다.

결국 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그대로 그 자리에 고꾸라지듯 상머리에 코를 박고 골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웅성거리며 박반장의 취한 잠을 깨웠다.

박반장과 함께 누웠던 김계장과 이반장, 오반장도 억지로 눈을 부비는데 탄가루가 범벅이된C방 선산부 안씨가 다급하게 박반장의 귀에 대고 한마디를 하고 숙소에서 나갔다.

‘큰일이다’

박반장은 잠이 확 달아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박반장님 왜그래요? 졸려죽겠구만.”

“빨리들 작업복 입고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요.”

옆에서 눈을 부비며 일어난 김계장이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하자, 박반장이 조용히 대꾸했다. 그러자 고참인 오반장이 금새 눈치를 채며 김계장에게 빨리 서두르자고 독촉했다.

사장의 먼 조카벌 되는 김계장은 실은 광산 경험이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니 광산 사고의 눈치를 채지 못하다가 오반장의 독촉에 뭔가 감지를 하고 허겁지겁 작업복을 차려 입고는 벌벌 떨며 박반장에게 물었다.

“박반장님 인사사고 랍니까?”

“김계장님 아무 소리 하지 마시고 사람들 눈을 피해 본 사무실로 내려가시오.”

“내가 내려가면 어떻게 해요.”

“계장님이 여기 있어도 도움이 안 되고, 막장패들 나오면 곤란하니 빨리 피해요.”

그렇게 채근 대는 김계장을 내려 보내고 곧바로 갱도 입구에 대기 중인 갱도 관리자들과 전차로 달려가는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묵묵히 안전등 불빛에 눈을 고정시킨 채 갱도를 요란하게 울리는 전차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하 1편사고 현장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차에 모두들 올라탔다. 수평 갱도도 갱외에서 볼 때는 서먹한데 사수 갱의 검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십년이 가까운 오늘까지 광산 생활을 한 박반장이지만 정말 들어가기 싫단 생각을 수없이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인차는 벌써 하 1편에 당도하였다.

우리들은 또 다시 갱외에서 지시한대로 대기한 전차에 달린 빈 공차(탄이나 패석을 싣는 광차)에 두명씩 분승하여 타고 채탄 제 2 승갱도 막장으로 허겁지겁 사고 막장으로 조급히 올라갈 때 제일 먼저 오르던 박반장에게 사고현장 김반장의 다 죽어가는 소리가 박반장 바로 위에서 들렸다.

“어서오세오...”

박반장은 먼저 김반장을 보고 있던터라 어깨를 다독여주며 우선 자초지종을 물었다.

좁은 승갱도라 올라가던 그대로 일행은 일렬로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굽힌 채 귀를 새웠다.

김반장은 잠시 쉬었다 말을 이었다.

“죽었어요. 둘씩이나요.”

“내려가 있게.”

박반장은 7살 연하의 젊은 김반장에게 내려가라고 지시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오반장님. 김반장 데리고 항(갱)사무실로 나가시어 대충 준비를 해주세요.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하겠으니 그렇게 해주세요.”

그렇게 말을 하고 몇 사람 소수 관리자와 사고 막장 가까이 더 올라갔다.

막장에서 너덧개의 안전등 불빛으로 보이는 것이 이 막장 종업원이란 것을 안 박반장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니 두 사람을 쏟아진 탄 더미에서 끌어내고 있었다.

박반장의 상식과 경험으로는 그 두 사람은 이미 산 사람이 아니었다.

그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광부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 맥을 짚고 가슴에 귀를 대더니 급하게 관리자들에게 달려들었고 자신들의 반장인 김반장을 찾았다.

“김반장 개새끼! 사람죽여놓고 어디 갔어? 야! 이 새끼들아 사람 살려!!”

“야 이 새끼야! 니가 의사야? 박씨하고 홍씨가 병원에 가서 너 때문에 시간 지체되어 위험하게 되면 넌 이새끼야 살인자야.”

박반장의 멱살을 쥔 광부에게 박반장이 소리치며 말을 이었다.

“야 빨리 손을 써서 박씨하고 홍씨를 저 아래 대기하고 있는 인차로 옮겨. 급해! 갱 사무실에 연락해서 정선 병원 응급실 대기시키라고 해! 빨리! 빨리!”

박반장의 멱살을 쥐었던 광부와 동료 광부들은 살인 누명이라도 쓰게 될까봐 손발을 빨리 하여 사고 막장을 비워둔 채 모두들 대기한 인차에 분승하여 막기다데(승갱도 권양기가 끌어올리는 지점)에서 기다리는 권양기조차 공이 로프에 인차를 연결하는 동안 박씨와 홍씨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박 반장은 울컥 눈물이 났다.

남이 볼세라 얼굴을 돌리고 권양기 로프에 달려 곧바로 인차는 또 다시 대기하고 있던 전차에 끌려 갱외로 달렸다.

일행이 사고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막장으로 향할때는 캄캄하였으나 벌써 갱 바깥은 환하게 밝아 있었다.

박반장은 팔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 7시 반이었다.

갱 밖으로 나오자 소장과 갱장, 그리고 많은 광부들이 근심스럽게 우리 모두를 지켜보았다. 인차가 서자 우르르 홍씨와 박씨를 찾기 시작했다.

박반장은 앰블런스 기사에게 손짓을 하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자 빨리 빨리 홍씨와 박씨를 조심스럽게 엠블런스에 옮겨요. 어서요!”

근심스럽게 다가와 지켜보던 소장과 항장이 박반장에게 다가와 안도하는 얼굴로 물었다.

“박반장 수고했네. 저 사람들 괜찮아?”

“소장님. 아직 숨은 붙어 있으니 빨리 응급실로 가는게 시급합니다!”

박반장은 근심스러워하며 묻는 소장과 항장에게 큰 소리로 말하며 재빨리 앰블런스에 올라 홍씨와 박씨 옆에 붙어 앉았다. 몇 사람이 함께 타고 정선 병원으로 향했다.

박반장은 그제야 앰블런스 안에 있는 광부들에게 조심스레 말하며 좌중을 살폈다.

“부디 아무 이상 없어야 하는데... 막장에서는 맥이 약간 있었으나 걱정이 되는구만.”

사고 막장에서부터 같이 일하던 체탄 후산부 최씨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박반장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지. 병원에 가야 알지. 아무도 몰라...”

박반장은 포기하는 듯한 얼굴을 하는 최씨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손가락을 자기 입에 대고 누구든 말하지 말라는 암시를 하고 박씨와 홍씨의 얼굴을 목에 걸쳤던 수건을 풀러 대충 닦아주었다.

함께있던 최씨도 얼른 목수건을 풀러 박반장이 닦고 남은 부분들을 깨끗이 닦아 주었다.

조용히 누워있는 홍씨는 올해 나이가 46세라 했었다.

얼마전만 해도 박반장 소속이었기에 박반장은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경주 어느곳이 집이라 했으며 딸만 둘을 낳아 중2와 고1 아버지로 딸들을 무척 사랑한 술담배를 모르는, 일만 열심히 하는 채탄 선산부였고 박씨는 이제 겨우 광산 생활 4년째 접어든 34살의 갓 선산부가 된 사람이며 얼마전 둘째 아들을 낳았다고 자랑하며 박반장에게 포장마차에서 만나 술을 권하던 예의성 바르던 사람이었다. 일이라면 케빙(공동내에 붙은 탄덩이들을 떨어뜨리는 막장) 막장이 나빠도 약삭빠르게 올라가 폭약을 장진하고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사지에서 잘 빠져나오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나무 잘 타는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이 문득 박반장의 머리에 떠올랐다.

비포장 길을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앰블런스 안에서 이생각 저생각하던 박반장은 누군가 말하는 소리에 생각을 접게 되었다.

“병원에 다 와 가는구만유.”

꽉 막힌 앰블런스 안에서 조금 기다리자니 그렇게 우앵 우앵 거리던 경보음이 멈추고 차가 섰다.

앰블런스 문이 왈칵 열리고 박씨와 홍씨는 순식간에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들어갔다.

몇 사람이 따라 들어가려 하니 간호원이 단호하게 막았다.

“여기 밖에서 기다리세요.”

간호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응급실 문을 닫고 들어갔다.

모두들 문 밖에서 서성이며 좋은 소식 있기만을 기다리는데 조금 있다가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나왔다.

“누가 책임자 입니까?”

모두들 박반장의 얼굴을 보자 박반장이 말을 이었다.

“네. 접니다... 만...”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간호원을 향해 박반장에게 “영안실로 안내해 드리게.”하고는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모두들 허망해졌다.

복도에 길게 누운 11월 하순의 나무 의자는 싸늘하게 우리를 앉혔다.

모두들 또 다시 시선을 모우며 박반장에게 말했다.

“C방 선산부 박씨가 살았다고 했는데 죽다니요.”

“글세, 막장에서는 두 사람 다 맥이 약하긴 했어도 분명히 뛰었는데...”

“......”

“내가 의사선생님을 만나보고 나올테니 조금만 기다려 보게.”

박반장은 마치 혼잣말을 하듯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에 노크를 두어번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박반장이 의사를 만나러 사무실로 들어가니 복도에 남은 세사람이 말을 이었다.

“나는 간거 같더라고. 박반장이 빨리 병원에 가봐야 안다고 하여 따라 왔지만 짐작은 했어야.”

“내도 수족을 만져 보았지만 안좋더만...”

“......”

“그래도 박반장만한 사람 없재. 생각을 한번 해보소들. 만약 박반장이 이리 몰아오지 않으문 막장에서부터 싸움질 나고 현장 사무실 다 부끄고. 박반장이 간담이 크지만도 쪼꼬만 사람이 생각이 깊은 사람이네.”

현장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단 한마디도 없던 나이 많은 유씨가 그렇게 말하며 나이 많은 티를 냈다.

그때 사무실 문이 드르륵 열리며 박반장이 나왔다.

모두들 우르르 박반장에게 다가갔다.

선산부 박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요? 어디가 잘못되었데요?”

“우선, 박씨와 홍씨를 영안실로 옮기고 봅시다.”

흥분하여 다그치는 박씨에게 박반장은 그렇게 말하여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에서도 젊은 의사와 간호원이 박씨와 홍씨를 하얀 씨트에 싸서 각자 한사람씩 응급 운반기고(바퀴 달린 들것)를 밀고 나오는 중이었다.

우리들이 인계 받으니 그제야 간호원이 박반장에게 영안실을 안내했다.

“영안실이 저기니 가셔서 수속하세요.”

박반장과 광부들은 영안실로 천천히 발길을 옮기고 박반장은 조금 앞서 영안실 사무실로 들어가 수속을 마치고 영안실 직원과 함께 나왔다.

그들은 답답한 가슴을 달랠 겸 밖으로 나왔다.

함께 간 최씨가 답답한 듯 박반장에게 물었다.

“반장님! 죽긴 죽은 모양인데 어디가 잘못됐데유?”

그제야 박반장도 답답한 듯 호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다른 사람들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의사 말로는 홍씨는 심장이 눌린 것으로 봐서 막장에서 바로 간 것 같다고 생각했고, 박씨도 역시 가슴을 눌려 사망했지만 현장에서 병원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더군. 그러니 박씨는 갱 내․외에서 운반 도중 갔을거라더군.”

그 말을 들은 유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려... 어쩐지 박씨는 손이 홍씨보다 덜 차더군.”

박반장은 입에 문 담배를 깊이 빨았다가 길게 내뿜으면서 영안실 뒤뜰에 수북히 쌓인 눈을 그제야 발견한 듯 잘 정돈된 수목에 눈이 소복히 쌓인 곳으로 발길을 옮기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뒤의 세사람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현장에서 회사 버스로 많은 일행이 당도하였다.

버스문이 열리자 어느 사이에 술들을 들었는지 반취하고 만취된 광부들이 쏟아져 나왔다.

관리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관리자들은 따로 다른 차로 출발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당도한 만취한 광부들이 험한 얼굴로 박반장에게 달려와 목소리를 높였다.

“박반장 어떻게 됐소?”

“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소. 저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시오.”

박반장은 조용히 말하며 먼저 온 일행 옆으로 다가갔다.

버스에서 내린 광부들이 우르르 앰블런스를 타고 온 C방 선산부 박씨와 후산부 최씨, 후산부 유씨와 박반장의 주위에서 누군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선산부 최씨가 유씨를 가리키며 먼저 입을 열었다.

“들은 대로 얘기해줘요.”

평소 마리 없던 유씨는 최씨의 말을 듣고 조용히 주위를 살피더니 피우던 담배를 발로 비벼끄며 마치 자기가 의사에게 들은 양 박반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복사하듯 느릿느릿 이야기를 하고는 잠시 생각에 빠지는 듯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됐구만... 간사람은 갔더라도 유가족에게 전했는가?”

“그거야 본 사무실에서 알아서 할 일이구만.”

광부들 틈에 속해있던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조용해 졌다.

박반장은 C방이 소속되어 있는 노조대의원 정의원에게 말을 건넸다.

“정의원! 여기는 많은 사람이 그냥 몇일 난장에서 보낼 수 없으니 항 사무실에 연락하여 대형 천막과 거기에 따른 장비들을 빨리 보내달라고 연락 좀 해줘.”

“알았소.”

정의원은 퉁명스럽게 한마디 남기고는 영안실 사무실로 전화 연락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올해는 산신제를 잘못 지냈는가 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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