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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우리 집 고양이 "반디"
2009-06-02 17:14:58
weolsan

조회:1675
추천:109

                                                           <콩트> 우리 집 고양이 "반디"

                                                                                                                                    최 용 현

     ‘반디’는 흰 바탕에 노란색과 검정색 무늬가 곱게 채색되어 있는 우리 집 암고양이의 이름이다. 반디라는 이름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외동딸 수진이가 지었다.

   재작년 겨울 시골 할머니댁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설날 연휴 때 시골에 간 수진이가 예쁘다고 하도 야단이어서 새끼 한 마리를 얻어 승용차에 싣고 왔던 것이다.

   반디를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는 집이 아파트가 아니고 단독주택이어서 베란다와 옥상은 물론, 마당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수진이 방에서 우유를 주며 키웠다. 잠도 수진이와 함께 잤다. 화장실 문제가 걱정되었지만 시골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헌 세숫대야에 모래를 담아 거실 문 앞에 내어놓았더니 신통하게도 거기서 볼일을 보았다.

   수진이는 늘 반디를 안고 살았다. 화장실에 갈 때도, 슈퍼에 갈 때도 반디를 안고 갔다. 아침밥이 늦으면 저는 먹지 않아도 반디의 밥은 챙겨주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던져놓자마자 반디부터 찾았다. 학교에서 주는 우유는 먹지 않고 남겨 와서 반디에게 주었다.

   반디는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때로는 양지바른 곳에 누워 ‘코로롱 코로롱’ 하며 코를 골기도 하고 입이 찢어져라 게으른 하품을 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수진이의 얼굴을 핥아주기도 하고, 또 방안에 굴러다니는 물건이 있으면 저 혼자 오른발로 치고 왼발로 낚아채는 등 온갖 묘기를 부려 가족들을 웃기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수진이와 함께 반디도 쑥쑥 자랐다. 여름방학 무렵엔 중고양이가 되었고, 수진이가 4학년이 될 무렵에는 어른 고양이가 되었다.

   봄이 되자 반디가 사춘기를 맞았다. 괴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밖으로 싸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외출외박이 잦아지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밤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둥고양이가 집 앞을 어슬렁거렸고 어떤 때는 얼룩고양이도 나타났다.

   그때부터 사고도 생겼다.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가 씩씩거리며 우리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홍어값을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반디가 옥상을 넘어 다니며 그 집 옥상에 널어놓은 홍어를 먹어치운 모양이었다.

   아내는 그럴 리가 없다고 우겼지만 직접 눈으로 봤다고 하는 데는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아내는 홍어값을 물어주었다.

   반디가 현관 마루 밑에서 새끼를 낳았다. 네 마리나 낳았다. 수진이가 새끼를 꺼내보려고 마루 밑으로 손을 넣었다가 반디가 발톱으로 할퀴는 바람에 손등에 빨간 오선이 그어졌다. 그때부터 수진이는 반디를 무서워했다. 그래도 아내는 매일 밥과 우유를 마루 밑에 넣어주었다.

   반디의 새끼들도 무럭무럭 자랐다. 한 달쯤 지나자 반디가 새끼들을 데리고 밤마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웃집에서 기르는 십자매 한 쌍이 비명횡사를 했는데 모두들 범인으로 반디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 무렵 반디의 다섯 모자(母子)는 가히 천하무법자들이었다. 며칠 전에는 집 앞 쓰레기통에서 어슬렁거리던 비둘기 한 마리가 반디 모자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이웃 주민 몇몇이 목격을 했단다. 그날 밤 반디와 새끼들이 모두 주둥이가 시뻘겋게 물든 채 집안으로 들어오다 아내에게 혼이나 밖으로 쫓겨났다.

   며칠 후, 반디가 외출한 사이에 나와 아내는 새끼들을 모두 차에 싣고 인천에 가서 동서에게 줘버렸다. 마음대로 처분하라며….

   그날부터 반디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 안팎을 돌며 ‘아-웅 아-웅’ 하고 괴성을 질러댔다. 새끼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 많던 비둘기가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숫고양이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 열린 반상회 때 반장 집에 모인 아주머니들은 하나같이 반디 일당을 성토했다. 반상회가 아니라 반디 성토장이었다.

   ‘옥상에 생선을 말릴 수가 없다.’

   ‘집에 새를 기를 수가 없다.’

   ‘밤마다 몰려다니며 괴성을 질러대니 도무지 무서워서 못살겠다.’

   결국 이번 토요일까지 반디를 내쫓지 않으면 쥐약을 놔서 잡겠다는 최후통첩이 나왔다. 그날 반상회의 결정사항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반디를 멀리 내다버리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 나와 아내는 반디를 차에 싣고 인천 동서댁으로 향했다. 서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다가 제2경인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일부러 금천대교를 건넜다. 그곳은 길옆에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거기에 반디를 내버리면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OO갈비집이라고 씌어있는 한 음식점의 진입로에 차를 세웠다. 아내가 ‘반디야, 이 집에 들어가서 잘 살아라’ 하며 반디를 내려놓았다. 한동안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반디가 음식점 쪽으로 사라졌다.

   다시 차를 몰았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곱게 기른 딸을 시집보내고 나면 이런 심정이 될까. 아내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인천 동서 댁에서 두 시간쯤을 보내고 밤 11시쯤 다시 집으로 향했다.

   11시 40분쯤, 집 앞 골목에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우리 집 담장 부근에 파란 불 두 개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담 옆에 차를 세우고 대문을 여는 순간, 시커먼 물체가 후다닥 대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지르자, ‘야옹-’ 하면서 현관 마루 밑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틀림없는 반디였다.*



   메모
ID : 12kim28    
2009-06-11    
10:44:11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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