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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쥐고기에 대한 추억'-유금호
2009-05-28 09:49:23
yookh

조회:1839
추천:103

쥐고기에 대한 작은 추억

 

 독자 중에 쥐 사육을 해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람쥐라든가 흰쥐같이 좀 귀엽게 생긴 것 말고 시골 변소라든가 장독대 같은 곳을 어슬렁거리는 흉물스럽게 생긴 쥐를 애완용으로 길러본 경험이 있거나, 직접은 아니라 해도 주변에서 그런 특수한 취미를 가진 사람에 대한 소문만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혹 없으신지.

 외국에서는 이구아나를 기르는 젊은 여성도 있고, 제 팔뚝에서 피를 빨리며 벼룩을 기르는 사람도 있다는 해외 토픽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밖에서 식사를 했다 하면 반드시 자기가 사용했던 숟가락을 집어다가 전리품처럼 진열해 놓은 친구가 있었는데, 인도나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숟가락 대신 오른 손으로 밥을 먹는 바람에 수집품 수집에 차질이 생겼노라고 불평을 털어놓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쥐를 기르는 내 친구 k 역시 좋게 말해 좀 개성이 강한 것이라고 흘려 지나가면 그만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워낙 그쪽에 문외한이어서 소설가로서 그 친구가 얼마만한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글이 잘 팔려 돈을 벌었다거나, 큼직하게 사진이 실린 자기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 같은 것을 들은 적도 없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그가 쥐 사육에 탐닉해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도 나는 그저 농담으로 웃고 말았다. 그러다 정작 그 집 좁은 담벼락 밑에 놓인 쥐 사육 상자를 보았을 때 나 역시 아연해지고 말았다.

 이 k라는 친구 집에 가면 보통 닭장보다 철망이 훨씬 촘촘한 장이 담벼락 밑에 네 개나 놓여 있고, 장마다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늙은 쥐들이 십여 마리씩 작은 눈을 빛내며 주인이 주는 먹이를 찍찍거리며 받아먹는 걸 독자들 중 누구라도 보았다면 대개는 질겁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소설을 쓰는 이 친구는 엉뚱한 괴벽으로, 당황하거나 피해를 보면서도 우리는 한 번도 그를 기피하거나 미워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건 그의 티없이 맑은 눈을 한 번이라도 가까이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아마 우리의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고정관념 때문이야. 눈을 가만히 들여다 봐. 얼마나 순수해 보이나?”

 


 k의 취미가 음식 만들기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 그의 요리 시식회에 초대 손님으로 참석을 해야 했다.

 가끔 술친구를 초대해서 귀한 안주를 시식시켜주는 호의가 고맙기는 하지만 때때로 그 새로 만들어낸 안주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 치루는 곤욕은 아마 보통 독자들의 입장으로는 상상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날은 초가을의 토요일로 기억하는데 이 친구에게서 호출이 왔다. 기가 막힌 안주에 술이 있으니까 친부모 상을 당한 만큼 급한 일 외에는 무조건 모이라는 전갈이었다. 이 친구의 이런 일방적 호출을 우리는 한 번도 거절해본 적이 없었다. 80년대의 한때 그는 작품의 이적성이 문제가 되어 2년을 어두운 교도소에서 보내소 나온 뒤 직장 잡기를 포기한 채 혼자 글만 쓰고 있었는데 그러한 그의 입장이 우리에게는 그에게 일종의 정신적 채무감과 연민을 동시에 가지게 한 점도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이런 호출은 우리 몇 친구들에겐 0순위의 명령이 되어 있었던 셈이다.

 친구 C와 H가 퇴근을 서둘러서 내 사무실 앞의 커피 집으로 모인 것이 오후 두 시쯤이었다. 마누라에게 또 찍혔어. 모처럼 처가에 다녀오려고 약속한 게 일주일도 안 지났거든. C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고, H는 으스스 몸서리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오늘은 송충이로 국을 안 끓였는지 모르겠네.”

 지난 초여름에 그는 자기 집 처마 밑의 줄장미 그늘 아래에다 튀김기구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초대해서 송충이 튀김안주를 선보였던 것이다.

 “자네들 몰라서 그러는데 말야. 솔잎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선조들 때부터 알려진 일이지만 현대인들은 위장 구조가 생솔 잎을 바로 소화시키는 데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거든. 꽃 속의 꿀 성분이 꿀벌 뱃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면서 꿀이 되듯이 솔잎은 송충이의 뱃속에 들어가 반쯤 소화가 되어 현대인의 소화 능력에 부담을 줄이면서 솔잎의 엑기스 만을 우리에게 공급해 주는 거야. 하지만 습관이라는 건 완전 무시할 수 없는 거니까, 이걸 바싹 튀겨내는 거야.”

 그는 이마에 땀방울을 송글 송글 맺어가면서 새끼손가락 크기의 흉물스러운 살아있는 송충이를 대 젖가락으로 집어 가스 불 위에서 털을 그을린 다음 튀김가루를 묻혀, 끓고 있는 식용유에다 집어넣었다. 기름 속에서 송충이들이 지지직거리며 튀겨지는 걸 지켜보면서 우리는 으스스한 한기를 느꼈다.

 “모든 음식은 재료가 싱싱해야 하거든. 시골에 갔다가 이놈들을 잡아서 살려 오느라고 하루가 꼬박 더 걸렸다고.”

 그는 맑은 눈으로 우리를 돌아보면서 몹시 자랑스러운 듯이 얼굴에 홍조까지 띄웠다.

 “한 번 튀겨 가지고는 껍질이 좀 질긴 기분이 들어서 두 번씩을 튀겨야 되는데, 이렇게 두 번을 튀기는 그것이 바로 송충이 튀김의 노하우야. 이 노하우를 특허청에 등록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투명한 플라스틱통 속의 꾸물거리던 송충이들이 반 남아 줄어들었을 때 그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친구들 앞에 소주 한 잔씩을 따랐다.

 “우선 내가 앞서 시식을 하지. 우선 송충이를 씹어서 입안에 솔 향기가 가득찬 뒤에 소주를 마셔야 하는 거라고. 소주 맛에서 솔 향기가 느껴지고, 솔바람 소리가 들리고…… 문명의 오염이 싸악 가시지. 이제 슬슬 건강을 생각할 나이들도 되어 가는데, 자 우선 안주부터 씹어 봐.”

 우리는 그의 맑디맑은 그의 눈빛 때문에 그의 시식 후 한 마리씩의 송충이를 씹고 소주를 들이켰다. 속인들의 미각이어서였는지 솔 향기나 그의 말대로 소나무를 흔들고 지나는 바람 소리까지는 몰라도 그 튀김은 바삭거려서 흉물스러운 벌레를 씹고 있다는 생각은 나지 않았다.

 “내 말 맞지? 고정관념에서 한 걸음만, 아니 반걸음만 벗어나서 사물을 바라보면 온갖 사물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다시 살아나. 결국 역사는 도전이거든. 보수와 안정은 결국 모든 것을 부패시키고 침체시켜. 생각해 봐. 두 발로 걸어다니기만 하다가 말이나 소를 타는 일, 얼마나 커다란 도전이고 개혁이었겠나? 인류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다시 무생물인 쇠붙이에 에너지를 가해서 자동차, 기차…… 땅에다 두발을 딛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날짐승처럼 날아보겠다는 도전이 하늘을 날게 하고, 그래서 비행기, 우주선…….”

 “하늘을 날고 싶은 생각은 많이 들 했겠지만 자네처럼 송충이를 술안주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걸세.”

 그날 헤어지면서 그는 내 손을 꼬옥 아주 낮게, ‘고마워’ 작은 소리로 한마디를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시울이 설핏 젖어 있는 느낌이 왔다.

 그날 그의 집을 나와서 세 사람은 위스키 한 병을 나누어 마셨다. 설명할 길 없는 쓸쓸함, 그의 낡고 좁은 처마를 휘돌아 오르며 피어나던 줄장미 꽃들의 색깔처럼 양 볼에 홍조를 띄우던 K의 모습을 생각하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술 한 병을 비웠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서야 H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었다.

 “오랫동안 감옥생활한 사람 이야기를 들었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다른 건 그대로 정상생활인데 자기 손으로 방문을 못 열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어. 문이 잠겨 있다는 잠재의식에서 풀려나지 않아서 그렇다던가…….”



 

 K는 우리 셋이 대문을 들어섰을 때 다른 때보다 훨씬 들떠 있었다.

 “그래 다들 와 주리라고 믿었어.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거든.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우리 세 사람의 눈이 거의 동시에 담 밑에 놓였던 쥐 사육장을 향했다. 갑자기 H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사육장 속이 비어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속이 메슥거려오기 시작했다.

 “자 들어들 가세.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오늘은 말하자면 심각한 결정을 해야하는 좀 특별한 날이거든.”

 우리의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는 우리를 그의 책과 낡은 워드프로세스가 놓여 있는 작은 방으로 밀어 넣고, 조금만 기다리게, 오늘은 시간을 아끼려고 미리 준비를 좀 했으니까 말이야.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K가 방문을 닫는 순간 H가 낮게 소근거렸다.

 “상자에 쥐가 없어졌어. 봤나?”

 “나도 봤어. 이 친구 우리한테 오늘 쥐 고기 먹일려는 거 아니야?”

 C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송충이 튀김을 먹인 친구가 쥐 고기 못 먹일 거 같애?”

 고정관념이며, 상식의 파괴, 도전 어쩌구 하면서 이 친구가 아무래도 제가 기르던 쥐를 잡아서 안주를 만들어 들여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만 방을 뛰쳐나가야 될 것 같은 강박감이 왔다. 그러나 문이 열리면서 큼직한 음식상을 그 혼자가 아니고 마주 들고 들어오는 여자가 있었다. 우리는 더욱 어안이 벙벙해져버렸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어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해해주리라 싶어서 미리 안 알렸는데…… 오늘 사실 내 결혼식이야.”

 그는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고 나서 우리를 주욱 훑어보며 조금 수줍게 웃었다.

 “자네, 주례 서본 적 있는지 모르겠네.”

 그가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결혼식 주례 말아야.”

 “내가?”

 “글세 그 상식은 좀 접어두고. 자네들은 좀 황당하기도 하겠지만 결혼식장이나 교회 같은 건 생리에 맞질 않아. 아예 두드러기가 날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이라는 게 매일 다시 하는 것도 아닌데 짐승들처럼 야합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는 주례와 증인들 앞에서 혼례를 치루고 싶었던 거야. 이해하리라 믿네. 신부 될 사람도 그런 면에서 나와 의견일치를 보았고 그 점이 또한 우리의 인연인 듯도 싶고, 친구가 서주는 주례에 신랑신부가 직접 만든 피로연 음식, 좋지 않은가? 인사 드려요. 내가 얘기했던, 우리 일생의 새로운 시작을 증언해 주실 주례선생님과 증인들이셔.”

 그의 선량한 두 눈이 초조감으로 젖고 있었다.

 “저 서인순이에요. 저이에게서 말씀 들었습니다.”

 여자는 가로 세로가 불분명할 만큼 뚱뚱해서 실제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라라 짐작되었는데 그렇게 보아도 K보다는 서너 살은 더 보였다.

 결국 너무 급작스럽고 진기한 결혼식이 그 토요일 오후에 치루어졌다.

 “그런데 거 있지 않나? 이 여자를 일생 동안 사랑하겠는가? 그렇게 묻는 것 있잖은가? 그 구절에서 일생 동안이라는 단어는 당분간이라는 단어로 좀 바꾸어 주게. 끊임없이 변모하는 세계 속에서 일생 동안이라는 용어는 너무 형식적이고 위선적이야. 그건 이 사람하고도 양해가 되었고, 양해라기보다는 의견일치니까.”

 신부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내가 주례를 보았고, C가 사회를, H가 한 사람의 하객이 된 소설가 K와 서인순양의 결혼식이 조촐하게 치루어졌다. 중국 집에서 시켜온 듯한 요리에, 고량주와 우리가 들고 간 양주가 바닥이 나고 있었다.

 “글세 이이는요. 제 성이 서씨인 것 하나만으로도 좋은 인연이래요. 서씨는 쥐를 연상하게 하고 쥐는 어지간히 부지런해서 잘 살지는 못해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나요.”

 신부 역시 한잔씩 권하는 술을 거절 않고 마신 탓인지 우리와 똑같이 취해가는 듯 싶었다.

 “이이가 요리를 가르쳐 준대요. 뭐든지 다요. 송충이 튀김, 개구리 소금구이. 오징어 순대…… 쥐 탕수육, 쥐 불고기…….”

 “쥐고기 탕수육이요?”

 갑자기 C가 우욱 욕지기로 화장실을 향하면서 피로연은 끝이 났다.



 자네들이 몰라서 그래. 쥐가 왜 나쁘다는 거야? 중국 사람들은 쌀뒤주 속에다 쥐를 길러서 갓난 새끼를 통째 튀겨 먹어. 통째로…… 동남아에서는 원숭이를 산채로 앉혀 놓고 골을 꺼내 먹고, 왜 우리도 소 잡는 데서 날로 골을 먹지 않나? 그런데 왜 그러지? 달팽이도 먹고, 개구리도 먹고, 개구리가 통째 들어있는 미역국을 나, 강원도에서 먹은 적이 있어. 에스키모들은 구더기를 일부러 길러서 튀겨 먹는다고…… 왜 우리 시골에서 번데기 안 먹었나? 번데기하고 구더기하고 뭐가 그렇게 달라? 쥐는 잡식성에다 엄청난 번식성, 거기에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지 않는 고단백이야.

 그의 독백을 들으며 골목을 빠져 나오다가 우리 셋은 하수구 앞에 나란히 주저앉아 토하기 시작했다. 미친 놈. 우리 중의 누군가가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미친 놈. 우리 중의 주군가가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맞았어. 쥐 할애비 같은 놈. 제 혼자 역사의 주역이야? 주역 좋아한다. 미친 놈. 모두는 엑스트라고 저 혼자만 고고하고, 위대하고, 맞았어. 위가 커서 쥐 다 잡아먹어라. 구더기, 원숭이 골, 파리 튀김, 지렁이 육회, 혼자 날마다 다 먹어라. 너희 뚱보 마누라하고 다 먹어라. ……얼마큼 욕을 하고 어깨동무를 한 채 일어난 우리는 초가을의 밤하늘을 오려다보았고 거의 동시에 다시 선량하디 선량한 그의 눈망울을 떠올렸다.

 “저만 외롭고 고독한가? 빌어먹을 자식.”

 H가 중얼거리며 코를 풀었다.

 갑자기 싸아한 초가을의 냉기가 가슴 깊은 곳을 휘몰아 달려갔다.

 “그 친구 고등학교 때는 동굴 속에 갇힌 사람의 심리 상태 연구한다고 우물 속에 두레박을 타고 들어갔다가 빠져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데…….”

 C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를 얼핏 옛날에 들은 듯 싶기도 해. ……그런데 말썽이 되었다는 그 자식 소설 내용이 뭐였대? 2년 형이라면 그런 일로는 꽤 중형인데…….”

  C의 이야기에 우리는 문득 우리 세 사람 다 원래 그쪽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를 2년이나 사회에서 격리시켰던 그가 썼다는 작품의 내용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가을과 겨울이 다 지나도록 우리는 그를 만나지 못하고 지나갔다.

 서로 바쁘기도 했지만 언제고 그가 앞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었다거나, 기발한 작품 소재가 떠올랐으니 한잔 마시자,든지 해서 술집 같은 데서 해후를 했기 때문에, 우리를 상대로 그가 자기 작품 이야기를 실제로 꺼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런 식으로 그가 우리의 만남을 주도해 왔던 습관이, 그가 침묵하는 동안 우리는 그를 만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또 호출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겹쳐서 훌쩍 한 계절을 건너뛰었는지도 몰랐다. 우리끼리 더러 만나서 소주잔을 나누다가 그를 화제에 올렸다가도 끝내는 이상한 쓸쓸함과 암울한 기분 때문에 화제를 바꾼 적도 여러 번이었다.

 겨울이 끝나가던 며칠 전 오후 퇴근시간에 날씨가 무척 흐렸는데, 나는 그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끝내는 초조하기까지 해져서 무슨 자력에라도 끌리듯 택시를 세웠다. 그의 초대 없이 앞서 그를 찾은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 집 담장 앞에서야 생각해내고 놀랐다.

  “예감 같은 것이 있었어. 봄이 오고 있구나, 그런 기분 같은 거지.”

  휑해진 눈으로 시든 줄장미 넝쿨 아래서 그는 내 손을 덥석 쥐었다.


 

 그는 안방 쪽에 대고, 여보 손님 오셨어. 그렇게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휑하니 대문을 빠져나가 소주 두 병과 오징어 한 마리를 사 가지고 들어왔다. 나는 좀 어정쩡한 자세로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돌아올 때까지도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는 다시 안쪽에 대고, 여보, 주례 선생님 오셨다니까,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외를 하는 거야. 아직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래.”

 그는 나를 향해 히쭉 웃더니 그 진기한 결혼식을 올렸던 방으로 나를 밀어 넣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괜찮아.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친구라는 건 당신 알지 않아?”

 그의 음성이 이 방까지 건너오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그는 흰 보자기에 사인 상자 하나를 들고 이 방으로 되돌아 왔다. 그는 상자를 앉은뱅이 책상 위에 조심히 올려놓고 나서 나를 향해 돌아앉았다. 서늘한 냉기와 방안의 밝지 않은 조명아래서 그의 착하고 선량한 눈이 약간 충혈되어 나를 향했다.

 “미안해. 연락을 할가 하다가, 것도 번거롭고…… 벌써 두 달 되었어. 상식의 테두리 속으로 내가 돌아오는 걸 운명이 용납을 안 해주는 것 같아.”

 “그럼 아주머니가?”

 “처음부터 내게 현실적인 능력을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현실은 자기가 꾸리고 꿈꾸는 것은 나의 몫으로 남겨주려 했었던 듯 착한 여자였는데…… 이른 새벽에 그날 수산시장에 생선을 받으러 나간다고 했는데…… 나는 저 여자를 위해,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어…… 그래서 저 뼛가루를 뿌려 버릴 수가 없어.”

 “…….”

 “뺑소니 차였어.”

 나는 그때야 상황의 전모를 이해했고, 황망히 일어나 그가 사온 술 한잔을 그 하얀 상자 앞에 따르고 묵념을 했다. 정확하게 얼굴윤곽이 떠오르지 않는, 어찌되었건 내가 최초로 주례를 섰던 여인네의 명복을 빌면서 K가 쥐를 길렀던 것을 마음 한쪽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상해. 지상에 두 발을 붙이고 선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그는 자기 아내 유골 앞에 놓인 잔을 비우고 내게 잔을 돌렸다.

 “아내한테 물어봐야겠어.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이튿날 친구 C와 H에게 K의 아내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퇴근 시간 같이 만나 조문을 가기로 약속하고, 막 사무실을 나서는데 한 통의 빠른 우편물이 도착했다.

 K가 보낸 편지였다.


 지금 아내와 신혼 여행을 떠나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여행이 끝나면 돌아와 이번에는 좀더 본격적으로 쥐 사육을 시작할까 하네. 좀더 다양한 종류의……

 그리고 한 가지 다시 얻은 확신은 아내와의 결혼식에서 ‘당분간’ 이라고 했던 용어를 ‘영원히’라고 이제 다시 주례를 섰던 자네 앞에서 혼자라도 수정할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확신일세.


 

 나는 봄이 시작되는 거리로 망연히 시선을 보내었다.

 순간 수많은 종류의 쥐들이 까만 눈을 빛내며, 오직 K만을 향한 기다림, K만을 향한 연모와, K하고만 상식과 관습을 넘어선 대화에 열중하는 환영을 보았다.

 혹시 독자분 들 중에서도 혐오스럽게만 생각하던 쥐들이, 전혀 팔리거나 읽힐 것 같지 않는 소설을 그래도 꾸준히 쓰고 있는 내 친구 K와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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