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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時失里에서'(2-2)- 유금호
2009-05-19 13:27:33
yookh

조회:1556
추천:98

단편소설 '시실리에서'(2-2)                      

                                                                                             유 금 호 

마을을 떠나기 전 두개의 사건이 있었다.

마을 노인 한 사람의 죽음과 샤샤.

어두웠던 청춘의 10여 년 동안에도 내게 한 여자가 있었다.

청순하고 착한 여자였는데, 내가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조금 쓸쓸한 미소를 남기고 내 곁을 떠나버렸다. 더 이상 자기가 내 곁에 있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게 그 여자의 이별의 변이었다.

이름이 알려진 뒤부터 사랑 비슷한 것을 몇 번인가 경험하기도 했고, 나를 지독하게 좋아한다는 새로운 여자도 한 사람 있었다. 이거 돈 많이 든 거야. 자기, 나 옛날 사진 보면... 못 알아볼걸. 제 얼굴의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이 쌍꺼풀눈 얼마 들었게? 또 코에는 얼마? 이 광대뼈 깎는 데는 얼마? 하고 쫑알거리던 쾌활한 여자여서 결혼까지도 생각했었는데, 내가 전화 코드를 빼고, 휴대폰 전화를 꺼버렸을 때, 녹음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었다.

결혼해서 애기 낳으면, 내 옛날 얼굴이 나올 거잖어? 돈이 없음 성형도 못해줄 거구.. 그 동안  즐거웠어 이제 스무 살쯤일까, 며칠이 지나면서 나는 샤샤에게서 풍겨 나오는 싱그러운 생명력 속에 내가 침몰해 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 오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을 노인 한 사람이 죽어 장례를 지낸 날이었다.

그 날 오후는 금방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씨였다. 그 장례식에는 이십 여명,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 음식을 준비한 듯 잔뜩 먹거리들을 준비해서 모여들었다. 나로서는 이미 몇 사람 낯익은 얼굴도 있었지만 거의가 처음 본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처음부터 내가 그 마을에서 살아왔기라도 한 듯 미소를 보냈고, 어떤 남자들은 오래간만이라는 듯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기도 하였다.

아무도 입을 벌려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신기하게 의사를 서로 전하는 것이 불편해 보이는 점은 전혀 없었다.

노인의 시신은 흰 천으로 덮여 청년들에 의해 마을 뒷산으로 옮겨져서 묻혔다. 무덤을 직접 만들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무덤 아래쪽에 서 있는 돌탑 위에 돌들을 얹었다. 몇 십 년이나 되었을까, 돌탑 아래쪽은 새파란 이끼가 가을 속에 빛을 바래고 있었다. 

무덤이 완성되었을 때도 가족 중의 아무도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자를 여행이라도 보낸 듯, 혹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전송하고 돌아선 듯, 마을 사람들은 무덤 일이 끝나자, 그 앞에서 다들 술을 따라 무덤 위에 뿌리고 나더니 손뼉을 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무렵 가늘게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도 앞서 산을 내려갈 생각을 잊은 듯 손을 맞잡고 깔깔거리며 무덤을 빙글거리며 돌다가, 잠시 음식과 농주를 권해가며 다시 마시고, 또 빙글거리며 무덤을 돌기 시작했다.

나는 샤샤와 처음 보는 내 또래 청년에게 손을 하나씩 잡힌 채 그들처럼 그 이상한 장례식에 끼워서 같이 춤을 추었다. 뛰고, 발을 구르고, 빠르게, 혹은 느리게 원을 그리며 추는 그 춤에 특별한 양식이 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얼마 후에는 자연스러운 리듬과 율동이 조화를 이루어갔다.


오래간만에 마신 농주의 알코올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온몸을 적셔왔다. 눈앞이 자꾸 부우옇게 흐려지면서 깊이 모를 우물 밑으로 의식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갔다.


산을 내려올 때는 꽤 취해서 샤샤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산비탈을 흔들거리며 내려 왔다...... 그래, 당신들이 쌓은 돌탑들이 훨씬 견고한 거야. 몇 십년, 몇 백년 후에도 당신들의 돌탑은 마을 어디에서도 보이도록 점점 높아지겠지.. 내가 쌓은 탑은 말야, 내가 말로 지은 집들, 언어로 쌓아올린 그 허구의 탑은 실체가 없거든..빗물이 뺨을 타고 눈물처럼 흘러 내렸다. 실체가 없는데도 바보같이 황홀하게 빛나고 있다고 착각했어. 빛나 보이는 것은 착각이었는데 말이야. 내 탑의 빛은 반사광이었는데.. 달빛 같은 거. 샤샤. 불쌍하게도 나는 말을 가지고 거짓말 집을 짓고, 탑을 쌓느라고 세월을 보내버렸어. 이해하겠어? 내가 얼마나 허무해졌는지..내 독백이 귀찮았던지 샤샤가 걸음을 멈추고 제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막아 버렸다.

입술을 막은 손가락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나는 그녀 손끝을 빨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울고 있었을까.

그녀 여리디 여린 열 손가락을 차례로 입 속에 집어넣으며 깊이 숨을 들어 마셨다. 아주 깊게 콧속으로 스며들어 온 꽃 냄새.. 네 냄새였구나.

얼굴 가득 빗물을 받으며 아득한 현기증 속에서 샤샤의 체취를 나는 처음으로 깊게 맡았다.

그녀가 고개를 좌우로 젓는 것이 꿈속처럼 보였다.

은은하게만 느꼈던 그 향기의 강렬함이라니..나는 발을 헛디디며 거기 젖은 잔디밭 위에 쓰러져 버렸다.


병원에서 의식이 돌아 올 무렵 헛소리처럼, 샤샤....샤샤.....내가 애타게 누군가를 찾더라는 이야기를 퇴원 무렵 들었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의사보다도 가족들에게 들리도록 조금 큰소리로 말했다.

-구상 중이었던 소설 속에 나오는 강아지 이름이 샤샤였거든요. 아주 영리한 놈인데, 이름이 좀 이상한가요?                 

-애완 동물을 기르는 것도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그런 사례가 많으니까요..

-집에 들어가면서 동네 가축 병원에서 강아지를 한 마리 살까하는데요.

병실 문을 나서면서 의사를 향해 내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의사가 우리 가족들을 향해서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는 것이 보였다.


시실리.

내 30대의 젊은 안쪽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그 마을 이름과 샤샤, 금목서 향기에 대해서만은 앞으로 의사나 내 가족들에게, 아니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잔뜩 흐린 도심의 하늘로 눈길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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