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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강 수필집 발문
2011-06-28 03:19:47
crane43

조회:1818
추천:123

평생 바다와 열애에 빠진 수필가, 최준강
-최준강 첫수필집 《파도가 들려준 소식》출간에 부쳐-

김 학(수필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1. 수필가 菊邨 최준강과 수필의 만남

菊邨 최준강, 그는 평생 바다와 열애에 빠진 사람이다. 영원한 현역, 일벌레다. 그는 수산관련 공무원으로서 1모작인생을 마무리한 뒤 73세인 지금까지 종합건설업체인 (주)우미에서 수산관련업무를 전담하는 부사장으로서 신바람 나게 2모작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 100세 시대를 선도하며 쉴 줄 모르게 일을 하는 탱크 같은 존재다. 그 스태미너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어려서부터 지게를 지고 변산(邊山)에 올라가 땔감을 해 오고, 날씨가 더우면 서해바다로 나가 수영을 하며 자랐기에 체력이 강건해진 까닭일 것 같다. 그는 땅보다 바다를, 농민보다 어민을 사랑하는 타고난 수산인(水産人)이다. 그렇게 살아온 그가 수필을 만난 것은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菊邨 최준강, 그는 바다의 고장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진터에서 본관이 전주최씨인 아버지 崔京烈과 어머니 金順任의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고향은 처녀가 쌀 서 말만 먹고 시집가면 부자라고 했을 정도로 가난한 자갈밭동네였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 앞에는 곰소항과 곰소 염전이 있고, 그 너머로는 널따란 서해바다가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또 마을 뒤로는 국립공원 변산이 병풍처럼 에두르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그의 고향이다. 산골동네라서 땔감을 구하기 좋았고, 바닷가라서 생선과 소금을 구하기 쉬운 산간 해변마을이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 변산은 국립공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변산은 동네 지게꾼들이 날마다 오르내리며 땔감을 해오던 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뿐 아니라 격포를 찾는 피서객들과 천년고찰 내소사를 찾는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날마다 줄지어 찾아오는 고장으로 변했다.
菊邨 최준강, 그는 진터라는 조그만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바닷가라서 늘 바다를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바다로 멀리 나가면 어떤 곳이 나올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자랐을 것이다. 그런 생각 때문에 그는 곰소에 있는 변산수산고등학교(군산수산전문학교 전신)를 다녔고, 군대생활도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는 해군에 자원입대하였다. 해군에서 제대한 뒤 공채로 수산계통의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부안군청을 거쳐 전라북도 도청 수산과로 옮겨 오랜 세월 붙박이처럼 근무하다가 수산과장으로 퇴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주경야독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전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기도 하였다.
그가 공무원으로 재직 중 수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했던 일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의 수산분야의 경험과 지식은 꼭 필요한 곳이 있었다. 그는 주식회사 우미 부사장으로서 수산자원을 번식시키고 보호하는 인공어초(일명 고기 집)를 개발하여 특허를 얻었다. 그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수산업의 방향을 전환하게 했던 장본인이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갯벌생물보존회"라는 기업을 만들어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수산관련 경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한다. 부디 그의 꿈이 이루어져서 우리 어민들이 모두 잘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3남1녀의 장남인 菊邨 최준강, 그 역시 3남1녀의 자녀를 두었다. 그의 자녀들은 지금 대학교수, 중등학교 교사, 세무공무원 등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자녀들의 성공 이면에는 그의 아내 송재순 여사의 교육열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려준다. 송 여사는 아이들이 한참 공부할 때 자정이 넘도록 학원 문밖에서 기다리다 배고픈 자녀에게 삶은 달걀을 먹이고 집으로 데려오곤 했다는 것이다. 송재순 여사의 이러한 지극정성이 밑바탕이 되어 자녀들의 성공적인 오늘이 있게 된 것이다.
菊邨 최준강, 그는 종친회 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면서도 전주최씨 대종회 사무국장을 맡아서 종친들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의 활동은 팔방미인답게 사통팔달이다. 활동 범위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여 마치 홍길동을 방불케 한다.
수필가 菊邨 최준강, 그가 수필을 만난 것은 2001년 8월의 일이다. 지금부터 10년 전 8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이 개설되자 1기생으로 등록하여 103강의실에서 수필을 만난 것이다. 평생 바다와 가까이 살아온 菊邨 최준강이 생경한 수필을 만났으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10년 동안 꾸준히 강의실을 드나들었다.
菊邨 최준강은 마침내 격월간《수필과 비평》2003년 5,6월호에서 <이모작 인생>이란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하여 마침내 수필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菊邨 최준강은 2006년 5월 20일 행촌수필문학회 제4차 정기총회에서 제3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2년 동안 행촌수필문학회를 이끌며 문단의 지도자 역할도 했었다.
식소사번한 菊邨 최준강은 수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 못한 편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정신으로 수필에 몰두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하여 등단한 지 8년 만에 늦깎이로 첫 수필집《파도가 들려준 소식》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수필집 《파도가 들려준 소식》에는 54편의 작품이 6부로 나뉘어 게재되어 있다. 그가 발과 가슴으로 빚은 그의 수필 속으로 들어가 보자.

2. 수필가 菊邨 최준강의 수필세계

수필가 이정림은 《수필쓰기》라는 그녀의 저서에서 수필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간절한 충고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첫째, 수필은 소리 내어 통곡하기보다는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글이다.
둘째, 수필은 활짝 드러내기보다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게 하는 글이다.
셋째, 수필은 분노를 폭발시키기보다는 조용히 잠재우는 글이다.
넷째, 수필은 고독을 천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글이다.

수필가와 독자와의 관계를 이렇게 명쾌하게 짚어 준 문학이론가는 그리 흔치 않다. 수필가라면, 그리고 수필을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깊이 새겨두고 수필을 빚으면 좋겠구나 싶다. 이것은 수필을 걸러내는 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몽근 모래 같은 수필은 이 체를 통과할 것이고 굵은 모래는 이 체로 걸러질 것이다.
수필의 길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이다. 그래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수필은 끝없이 완성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菊邨 최준강, 그는 희한한 수필가다. 아니 기발하고 재치가 넘치는 수필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집에 경사가 있으면 거실에 태극기를 게양한다는 발상을 어떻게 했을까? 최준강 수필가 집안의 독특한 가정 풍속도가 그려져 웃음을 자아낸다.

우리 집에 경사가 있을 때마다 거실에 태극기를 세운다. 가끔 세워지는 태극기를 보고 난 다음에 식구들은 그때야 사유를 더듬거려 생각하다가 "아!…" 하면서 태극기가 세워진 뜻을 알아내기도 하고, 태극기가 세워진 사정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아버지,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
하고 태극기를 주시하며 묻기도 한다.
<거실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뜻은> 중에서

손자손녀가 태어나거나, 식구들의 생일, 군대에 간 아들의 휴가, 결혼기념일, 손자손녀가 반장이 된 날, 아들이나 딸이 취직을 하거나 승진을 한 날 등 집안에 경사가 있으면 어김없이 사흘 동안 거실에 태극기를 내건단다. 처음엔 장난 같았지만 꾸준히 계속하자 당사자들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더라고 했다. 거실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책임은 수필가 최준강의 몫이다. 이 태극기 게양이란 행사를 통해 가족들은 저마다 가족의 기념일을 기억하게 되고, 서로 축하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 아닐 수 없다.
수필은 착상이나 표현이 기발하거나 뛰어나면 좋은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를 웃기거나 울릴 수 있는 수필 역시 좋은 수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菊邨 최준강의 등단작인 <이모작 인생>이란 작품 역시 비유가 산뜻하여 미소를 지으며 읽을 수 있는 수필이다. 옛날에는 벼를 수확한 논에 보리를 심었다. 그럴 때 벼농사는 1모작이고 보리농사는 2모작이다. 사람도 그렇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직장생활은 1모작이고 퇴직 이후의 삶은 2모작이라는 것이다.
菊邨 최준강은 정년퇴직 이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강의실에 나오면서 새롭게 만나게 된 6,70대 만학도 문우들을 2모작 인생으로 묘사하고 있다.

보리는 벼과의 중요한 재배작물이다. 식량으로, 사료로, 공업원료로 다양하게 쓰이는 작물이다. 보리를 식량으로 많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할맥(割麥)이나 납작보리를 만들어 공급한 때도 있었다. 보리밥은 비타민 등 영양가가 쌀밥보다 많아 각기병 예방에도 좋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다고 했다. …… 보리는 엿기름을 만들어 엿의 원료로도 쓰고 달콤한 감주를 만드는데도 없어서는 안 된다.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 보리인가. 흉년시절 사람들이 쑥이나 소나무 껍질 등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을 때 열매를 주어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보리의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것은 배고픈 시절을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2모작 만학도들은 2모작 보리가 가지는 자양분보다도 더 알찬 다모작(多毛作)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리라.
<이모작 인생> 중에서

화자는 이모작 인생을 사는 문우들이 2모작 보리처럼 사회에서 쓰임새가 많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절절한 심사를 잘 그리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 최면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졸리는 눈을 비비며 책장을 넘긴다."는 결미가 마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같아서 미소를 자아낸다. 남다른 의지와 각오여서 한편으로는 기대도 크다.
菊邨 최준강 수필가, 그의 안테나는 늘 바다를 향해 열려있다. 그는 늘 바다와 소통하며 정(情)의 탑을 쌓는다.

어항도 계급이 있는데 규모가 제일 작은 졸병 항은 "소규모 어항"이고, 다음이 "2종 어항", 그리고 제일 계급이 높은 어항은 "1종 어항"이다. 계급에 따라 관리청이 중앙청일 때는 투자가 많았고 군(郡)에서 관리하는 졸병 항은 자연히 투자도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추억과 그리움 건져내는 바다> 중에서

부안군 격포항이 1종항이 된 것은 오로지 그가 심사위원들을 설득한 결과물이란 사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와 열애에 빠진 菊邨 최준강의 깊은 애향심(愛鄕心)이 이루어 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수필은 진솔해야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다. 진솔, 그것은 수필에서 최대의 매력이자 양념이기 때문이다. 수필의 문장은 솔직하면서도 구수하게, 담담하면서도 거짓 없이, 해학적이면서도 지성적이어야 한다.
수필은 다른 수필가들이 아직 표현하지 못한 말이나 주제를 선택해야 신선한 맛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다. 남들이 이미 표현했거나, 수없이 반복한 단조로운 문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싱겁고 지루함을 느끼게 할 따름이다. 수필이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여 문학의 체로 걸러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장르다. 그렇지 못하면 평범한 글이 되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가 없다.

멀리 보이는 상팔담의 비취색 물은 움직이는지 고여 있는지 감지가 되지 않았다. 그림 같이만 보이던 물이 구룡폭포에서 굉음과 함께 요동친다. 저 신비스런 물은 금강산의 제일 높은 비로봉에서 시작하여 구룡폭포에서 물 절구질을 하고는 신계천을 따라 어디론가 바쁜 듯 흐르는 모습을 보고서야 금강산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육로로 다녀온 금강산> 중에서

금강산을 둘러보고 쓴 기행수필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화자답게 그 바쁜 와중에서도 천하명산 금강산을 찾고, 그 금강산에서 소재를 찾아 수필로 빚은 글이다. 금강산 여행이 막혀버린 지금 독자들은 이런 기행수필에서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상상으로 느낄 수밖에 없어 안타까울 것이다.
수필가라면 다른 수필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소재를 택하여 수필을 빚을 때 생명이 있고 개성이 넘치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 것이다. 또 수필을 쓸 때 주제가 잘 살아나도록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이다. 작품의 형상화와 의미화는 결국 그 정황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한 체험의 나열만으로는 좋은 수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을 쓰려면 작가의 사색의 샘물이 마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작가의 의식은 24시간 열어놓은 안테나처럼 언제나 깨어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와 여행, 사색이란 3박자를 멀리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지금도 추석이나 설이면 고향을 찾아가 동네 고샅을 헤매기도 한다. 그리고는 내가 낳고 자랐던 옛집을 둘러보며 자동차 안에 준비한 술병을 들고 슬며시 옛집 대문을 밀고 들어선다. 집주인은 옛 주인이 찾아옴을 반가워하며 어김없이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으니 슬그머니 궁둥이를 내리고 한 잔 마신다.
<고향도 한 잔 나도 한 잔> 결미

고향을 사랑하는 화자의 정감이 넘치는 글이다. 옛 주인과 새 주인이 만나 한 잔 한 잔 마시는 술맛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일은 흔치 않는 일이다. 두 사람의 술자리 모습을 바라보는 그 고향집은 얼마나 마음이 흐뭇했을까? 그 두 사람은 같은 핏줄이 아니더라도 정이 들고 형제처럼 가까워졌을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수필가의 마음일 것이다.
아무리 수필이 체험의 문학이라고 하지만 빈약한 체험과 깊이 없는 사색 그리고 농필(弄筆)로 쓴 글이라면 문학성이 확보될 리 없다. 그런 글로는 독자의 감동은커녕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수필을 쓰는 작가는 진지하고 진솔하게 문장을 엮어가라고 하는 것이다. 성의 없이 쓴 수필은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菊邨 최준강 수필가, 그는 처음으로 물고기들에게 아파트를 마련해 준 공로자다. 아니, 그는 물고기 아파트의 설계자다. 최준강, 그는 물고기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은인이다. 그렇기에 그가 물고기나라에 가서 대통령에 출마하면 압도적으로 당선될 지도 모른다.
어민들은 조상 대대로 잡는 어업에만 종사해 왔다. 낚시나 어망 등의 도구로 물고기를 잡는 데는 능숙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갈수록 어족자원이 줄게 되었다. 그러니 세월이 흐를수록 가까운 바다에서 먼 바다로 나가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생각해 낸 것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였던 것이다.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사는 아파트, 그것이 이른바 바다목장이다.

콩 세알을 심었던 이유는 한 알은 땅속의 벌레 몫이고, 한 알은 새와 짐승의 몫이며, 한 알은 사람 몫이라고 한다. 바다에서 서식하는 생물의 사정을 보면 복어류에 속하는 개복치는 어미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3억 개 정도의 알을 낳는단다. 웬만한 어류들도 모두 몇 십만 개의 알을 낳는 것은 보통이다. 콩 세알과 비교하지 않아도 물고기들의 넉넉한 양보와 여유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생태계의 순리까지 지켜 가는데 사람들은 마지막 한 마리까지 알이며 어린 새끼까지 싹쓸이하려 뒤쫓는 그물을 본 물고기들은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물고기아파트를 만들어 주는 마음> 결미

어민들의 싹쓸이 고기잡이를 질타한 작품이다. 공생(共生)과 상생(相生)이 자연의 이치인데 그걸 어겨서야 되겠느냐는 꾸짖음이다. 물고기들에게 아파트를 마련해 줄 정도로 정이 많은 물고기 아빠 최준강 다운 일갈이려니 싶다.
우리 조상들이 한 구멍에 콩 세알을 심는 이유가 벌레와 새와 사람이 모두 자연의 주인이기에 함께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 동반자로 여겼던 까닭이다. 화자는 그런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 공동체를 사람들만의 공동체로 좁게 생각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한다.
菊邨 최준강 수필가, 그의 관찰력은 날카롭다. 모든 일을 허투루 보아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오감(五感)에 잡히는 글감은 바로 수필로 요리가 된다.

계절의 고개를 어김없이 챙겨주는 서리! 또 농부들의 겨우살이 준비를 독촉하는 서리! 서두르라는 의미의 서리가 가을에는 무쪽도 바르게 베어 먹지 말라며 농부들의 바쁜 일손을 재촉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면 "자네도 이제 서리가 내렸네 그려!" 하며 친구를 걱정해 주기도 한다.
<서리가 가르쳐 준 깨달음> 서두

여름에 무성하게 자란 호박넝쿨은 참나무 감나무 가리지 않고 휘감고 기어오른다. 하지만 서리가 내리면 호박넝쿨이 시들 줄 알기에, 그 나무들은 서리가 내릴 때까지 참고 견딘다는 자연의 이치를 설득력 있게 일깨워 준다. 다년생인 나무와 1년생인 호박의 삶을 비교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줄거리다. 수필가로서 소재를 보는 안목이 트인 것 같아 반갑다.
벼루 열 개를 갈아서 구멍을 내고, 붓 천 자루를 뭉그러뜨려야 훌륭한 서예가가 될 수 있듯이 수필가에게도 그러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3. 수필가 菊邨 최준강의 나아갈 길

수필가는 모름지기 세 가지 눈을 가지라고 했다. 자기를 보는 눈, 남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보는 눈도 육체적인 눈[肉眼]만이 아니라 마음의 눈[心眼]까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주만물을 소재로 여기는 문학이니 만큼 수필의 소재를 어찌 허투루 보아 넘겨야 하겠는가?
菊邨 최준강은 바다와 어업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수필가다. 그러니 바다에서 소재를 찾는 "바다 전문 수필가"의 길로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갈수록 전문수필가들이 크게 독자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불규칙하게 땜질식으로 수필을 창작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그리고 끈질기게 일정한 터울로 수필을 빚어 수필통장에 저축해 두었다가 원고 청탁을 받으면 그 수필통장에서 수필을 꺼내 바로 송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넉넉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작품을 써야 충분히 다듬어야 좋은 수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세로 노력하여 제2, 제3의 수필집을 출간하기 바란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는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지 않던가?
수필쓰기는 글을 쓰는 수필가와 독자 간 일종의 의사소통행위이다. 따라서 수필쓰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예의가 있게 마련이다. 직접 만나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이 아니고, 누가 읽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예의가 더욱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손자병법처럼 글을 쓰는 수필가는 모름지기 미리 독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할 줄 안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고(want)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need)를 미리 파악하고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菊邨 최준강 수필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고언(苦言)이다.
최준강 수필가의 첫수필집 《파도가 들려준 소식》상재를 축하하며 문운창성을 빈다. 그리고 제2, 제3의 수필집이 잇따라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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