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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순)알을 낳는 바위와 참새 참이
2008-02-10 21:37:40
pooleep7

조회:2971
추천:184

(권창순 창작동화)

 

알을 낳는 바위와 참새 참이

             

 

  작은 언덕 아래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작은 언덕엔 할아버지라 불리는 소나무가 살고 있는데, 오늘도 참새 참이가 날아와 조잘거립니다.

  "할아버지, 저기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 말이예요. 참 미련해요. 우리처럼 날개를 가진 새나 알을 낳지 어떻 게 단단한 바위가 알을 낳아요. 아마 정신이 어떻게 됐을 거예요." 

 소나기가 지나간 뒤 두 계곡 물이 합쳐져 거센 물살을 이룬 시냇물 한가운데 누가 봐도 못생긴 바위하나가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서 있습니다.    

 다른 바위들은 시냇물 가장자리로 비켜서서 푸른 하늘의 흰 구름도 보고,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노래도 듣고, 작은 언덕 위에 서있는 할아버지소나무의 향기도 맡으며 한가한데 말입니다. 

 "우리 할머니참새 때부터 저렇게 똥고집을 부리고 있다면서요?" 

 참새 참이는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를 흘겨보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소나무가 대답대신 가지만 흔들자 참새는 이렇게 한마디 하고는 포르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난 할아버지솔향기가 정말 좋아요."

  늘 푸르러 변함없는 할아버지소나무는 알을 낳겠다는 울퉁불퉁바위를 믿습니다. 바위마을이 생긴 건 오래 전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고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순식간에 시냇물은 넘쳐 할아버지소나무가 살고 있는 작은 언덕과 근처의 논과 밭을 삼켜 버렸습니다. 할아버지소나무는 죽을힘을 다해 물살을 견뎌야 했습니다.  

 할아버지소나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시냇물은 햇살을 반짝이며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냇물 가운데에 전에 없던 커다란 바위하나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폭우 때문에 바위가 많은 왼쪽 계곡에서 굴러온 게 분명하였습니다.  

 할아버지소나무는 그 바위를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 커다란 바위는 상처투성이였으므로 곧 여러 덩이로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갈라진 틈 사이에서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단단하던 한 몸이 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저기, 강까지 가지 못한 건 다 너 때문이야." 

 "맞아. 넓은 강에 우뚝 서서 큰 물고기의 집도 되고, 물새들의 아름다운 노래도 맘껏 듣고 싶었는데, 다 너 때문이야." 

 커다란 바위의 위쪽에 있는 덩이들이 물속에 반쯤 잠긴 큰 덩이를 향해 투덜거렸습니다. 

 "오히려 잘 됐어. 이젠 각자 저 강까지 굴러가는 거야." 

 "작아졌으니까 쉽게 강까지 갈 수 있을 걸." 

 이렇게 하여 커다란 바위가 여러 작은 덩이로 무너져 내려 바위마을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무너져 내린 작은 바위들은 물살이 약한 시냇물 가장자리로 다투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만은 박힌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중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난 알을 낳을 거야.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별처럼 반짝이는 알을…"   

 바위마을이 생긴 이후로 몇 차례 큰 비가 내렸지만 강까지 굴러간 바위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바위들은 서둘러 물가로 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얘, 넌 작아졌으니까 쉽게 강까지 굴러갈 수 있다고 장담해 놓고 왜 매번 기회를 놓치는 거니? 넌 겁쟁이야." 

 "그런 넌, 저 사나운 물속에서 아픔을 견디고 있는 못생긴 바위를 제일 많이 탓해 놓고서 무슨 소리야. 겁쟁이는 너야." 

 "모두 조용히 해. 진짜 겁쟁이는 저 물 속에 있는 울퉁불퉁이야. 우리야 이렇게 물가로 나왔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저는 두 손만 놓으면 쉽게 강으로 굴러갈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맞아. 그때 시냇물 바닥에 너무 깊이 박혔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겠지만 울퉁불퉁이는 용기를 모르는 겁쟁이야.”    

 시냇물 가장자리에서 작은 바위들이 이렇게 서로를 탓하고 있을 때 울퉁불퉁바위는 사나운 물살을 견디며 그 중얼거림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바위들이 물가로 피하면서 나 몰라라 한 가제들과 송사리들을 지키면서 말입니다.  

 늘 푸른 할아버지소나무는 바위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러나 울퉁불퉁바위를 바라보면 금새 행복해졌습니다. 

 이제 고추잠자리들이 빙글빙글 맴도니 하늘도 쑤-욱! 쑤-욱! 크고 곧 가을이 올 것입니다.  

 "아휴- 어지러워! 어지러워! 할아버지, 인사드리러 왔어요." 

 참이가 작은 머리를 방울처럼 흔들며 호들갑입니다. 

 "아주 떠나니?" 

 "네, 친척들이 많은 저기 강가 들판으로 이사를 가요. 이곳은 너무 좁고 먹을 것도 충분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곳에 있으면 저 울퉁불퉁바위처럼 미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떠나야 한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도 우리와 함께 떠나세요.”  

 "내 걱정은 말고 잘 가거라. 그곳에선 항상 조심해야 할 거야. 먹이가 많은 곳엔 위험도 많거든."  

 "걱정 말아요. 참이는 보기보다 똑똑하거든요." 

 참새는 몽당연필같은 꽁지로 할아버지소나무가지를 몇 번 톡톡 치더니 서쪽으로 포르르 날아가 버렸습니다.            

 계곡은 곱게 물든 나뭇잎으로 아름다웠지만 울퉁불퉁바위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였습니다. 요즘은 비가 내리지 않아 물살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거센 물살로 온몸을 깎아야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별처럼 반짝이는 알을 낳을 수 있을 텐데."  마음이 초조해진 울퉁불퉁바위는 높고 푸른 가을하늘만 힘없이 바라다보곤 하였습니다.            

 한들한들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큰 나무, 작은 나무들의 가지에선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물위로 떨어진 나뭇잎들은 바위와 바위 사이를 맴돌다 흘러가곤 하였습니다. 울퉁불퉁바위가 빨간 나뭇잎에게 물었습니다.   

 "참 곱다. 넌 어디로 가니?" 

 "알 수 없어. 난 어디든 다 좋아." 

 "어디든 다 좋다고?" 

 "난 오늘을 선택했어. 햇살도 곱고 바람도 너무 부드러웠어. 난 두 손을 미련없이 놓았지. 아찔한 추락도 즐거웠어. 떠날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해." 

 "왜 떠나?" 

 "보답을 해야지. 나를 이렇게 예쁘게 물들여 준 흙과 햇살과 바람과 물 등 많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다 좁은 바위틈에 걸리면 고기들이나 가제들의 집이 되는데 보탬이 되기도 하고, 나뭇잎배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동심으로 물들이기도 하지. 무엇이든 유익하게 해주려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해." 

 "난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별처럼 반짝이는 알을 낳고 싶은데, 거센 물살에 온몸을 씻고 또 씻어도 아직도 이렇게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야. 변한 게 없어. 친구들의 말이 맞나 봐. 그냥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로 사는 게 내 운명인가 봐." 

 "난 늘 모두와 함께 했지. 바람이 불면 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비가 내리면 빗방울들과 함께 투!투!투! 하고 즐겁게 노래를 불렀지. 구름과 함께 푸른 하늘을 흘러가 보고, 노을과 함께 모두를 위해 기도도 드렸지. 새들의 노래와 벌레들의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지. 모두가 정말로 소중한 친구였어." 

 빨간 나뭇잎은 기도하듯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계속 말을 하였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이웃들에게 마음을 열고 감사한 마음으로 해봐. 네 꿈은 이루어질 거야. 네 인내심이면 충분하니까. 그럼, 안녕!"

 빨간 나뭇잎은 울퉁불퉁바위를 맴돌아 흘러갔습니다.                  

 울퉁불퉁바위는 제일 먼저 약해진 물살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고마워. 나뭇잎들을 맴돌게 해줘서. 넌 느려서 부드럽고 많은 생각을 하게하지." 

 귀찮았던 송사리들과 가제들에게도 마음을 열었습니다. 

 "너희들의 장난질과 낙서, 이젠 어깨를 들썩이게 하거든. 즐겁고 신나는 음악처럼. 고마워!"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는 어깨위로 날아와 똥을 싸고 날아가는 산새들에게도 정답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달빛 젖은 바람에 갈대들이 흔들리면 물살과 함께 몸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메아리가 날아오면 맘껏 숨을 들이켰다 불어서 멀리멀리 보내 주었습니다. 그러자 울퉁불퉁에게 하루하루는 즐겁고, 이웃들은 너무도 소중했습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이는 풍성한 들판에서 마음껏 먹고 놀았습니다. 늘 푸른 할아버지소나무가 해준 아주 중요한 말을 까맣게 잊고서 말입니다. 먹이가 많은 곳엔 위험도 많다는.     

 그 날도 욕심 많은 참이는 혼자 남아 잘 여문 벼 알을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허수아비가 달려오며 외쳤습니다.  

 "참이야! 위험해!"

 뱀이 참이를 덮친 것입니다

 “참새 살려!” 

 참이는 가까스로 뱀을 피해 폴폴 날아 올랐습니다. 그러나 너무 놀라 곧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참이는 걸음아 날 살려라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콩밭을 지나 전나무숲을 지나고 산등성이를 넘어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작은 가슴은 콩닥콩닥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참이는 지쳐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습니다. 참이는 그때서야 자기에게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어둠이 이미 산속을 까맣게 물들여 버렸습니다. 참이는 두려웠습니다. 냇가와 강가 그리고 들판과 마을주변을 벗어난 적이 없는 참이로서는 깊은 산속의 밤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지난해 가을 총에 맞아 죽은 엄마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참이는 용기를 내어 들판 쪽을 향해 걸었지만 매번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실망한 참이는 작은 그루터기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다보았습니다. 별들이 초롱초롱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봐. 할아버지의 그 말씀을 잊고 지냈어."  참이는 눈을 감고 할아버지소나무님와 정다웠던 계곡을 마음속에 그려 보았습니다.  한참 후 참이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외쳤습니다.  

 "늘 푸른 할아버지소나무 향기다! 할아버지 솔향!" 

 참이의 가슴은 터질 듯이 또 콩닥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저쪽이다!”

 참이는 있는 힘을 다해 늘 푸른 할아버지소나무 향기를 좇아서 어둠 속을 날았습니다.  그런데, 참이가 마지막 산등성이를 넘었을 때였습니다. 참이는 할아버지소나무의 향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제 참이는 어떡해요.”

 참이는 울먹이며 굴참나무 가지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정다웠던 계곡을 다시 한 번 떠올렸습니다.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에게도 내가 너무 했어.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참이가 중얼거렸습니다. ‘반짝이는 저게 뭐지?’

 그러다 참이가 크게 외쳤습니다.

 “할아버지솔향이다!”

 다시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반짝거리는 곳으로부터 할아버지솔향이 흘러오는 것입니다.

 참이는 힘차게 굴참나무가지를 차고 올랐습니다. 참이는 이제 날개에 힘이 붙어 올빼미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달려든다 해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참이는 할아버지솔향이 흘러오는 계곡을 향해 힘차게 날개짓을 하였습니다. 날개짓을 할수록 반짝임은 더욱더 선명해졌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살펴본 참이는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가을햇살과 조잘대는 강물결, 물새들의 노래 그리고 황금들판도 그대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울퉁불퉁바위는?’ 

 참이는 배도 고프고 온몸이 지쳐있었지만 서둘러 계곡을 향해 날았습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할아버지께 공손히 인사도 여쭙고 그리고 어젯밤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천만다행이구나. 늘 조심해야지. 마음은 전깃줄 같아서 어디든지 연결해 줄 수 있단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전등불처럼 모든 걸 환하게 밝혀준단다.”

 “정말 고마워요. 할아버지.”

 “어젯밤 네가 보았다는 반짝임에 대해 알고 싶으면 저기 울퉁불퉁이에게 가보렴.”

 할아버지소나무는 송사리들의 간지럼에 깔깔대는 울퉁불퉁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참이는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에 살 때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라고, 미련하다고, 미쳤다고 흉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가 보렴.” 

 머뭇거리는 참이를 보고 할아버지소나무는 가지를 크게 흔들었습니다. 참이는 얼떨결에 날개를 파닥거리다 울퉁불퉁이 어깨에 앉게 되었습니다.   

 "내 친구 참이야, 힘들었지?" 

 울퉁불퉁바위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응." 

 참이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어젯밤 네 마음의 소리를 든고 나도 할아버지도 정말 기뻤어." 

 울퉁불퉁바위는 어깨로 참새를 흔들며 계속 말을 하였습니다. 

 "난 너를 많이 생각했어. 넌 날 미련하다고 흉보았지만 그래도 내게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 거야. 어쩜 누구보다 나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몰라. 아마 그럴 거야. 난 믿어.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봐. 진실한 그가 속삭이고 있어. 바로 미움과 욕심 곁에서. 이제 우린 좋은 친구야. 내가 좋다면 여기 내 가슴을 안아 봐." 

 마음이 밝아진 참이는 가볍게 걸어가 울퉁불퉁바위의 가슴을 안았습니다. 한참을 안고 있던 참이가 갑자기 울퉁불퉁 못생긴 바위 위를 싱싱한 음표처럼 뛰어 다니다 날아올라 소리쳤습니다.  

 "꼼지락거린다!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별처럼 반짝이는 알!”  

 "참이야, 넌 내 마음을 본 거야." 

 울퉁불퉁바위는 약한 물살을 간질이며 웃었습니다. 늘 푸른 할아버지소나무는 가지를 흔들어 더 진한 솔향기를 뿜어 주었습니다. 참이는 시냇물 위에서 포르르 포르르 즐겁게 춤을 추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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