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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1 이후)


전투수기 행운의 캡틴 연속(2회)
2009-05-16 17:09:14
bbh39

조회:1519
추천:100

 박봉환 문집 “꼬마각시와 꼬마신랑“

행운의 캡틴 중에서(016-362-8595) (2회)


4월 2일 새벽 5시.

적의 은거지(隱居 地)지를 찾아 그들을 섬멸(殲滅) 시키기 위한 제2단계 작전이 시작되었다.

기도비닉(企圖秘匿)과 낮은 포복, 전술 원칙이 무색해질 만큼 살금살금 전진(前進)해 나갔다.

발걸음 소리를 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입을 벌려 조그맣게 라도 말을 하는 경우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무성한 풀과 울창한 나무들만이 겹겹이 둘러 처져 있는 깊은 정글 속에는 산새들과 풀벌레 소리만이 들려 올뿐 인간의 발자취라고는 우리가 처음인 것처럼 적막의 현장만이 감도는 첩첩산중의 깊고 험한 계곡이었다.

 

오랜 작전으로 말미암은 허기를 야전식량(野戰食糧) 하나로 달랜지 몇 시간이나 지나갔을까?

이렇게 험난한 고산지대의 정글 속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소로(小路) 길이 있다는 전갈(傳喝)이 들어왔다.

반질반질하게 닳아있는 소로 길에서 인간의 흔적(痕迹)이 풍기기 시작했다.

순간 우리는 우리가 찾는 적들이 우리와 가까운 지점에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적진(敵陣)으로 향하는 초조함이 우리를 몹시 긴장케 했다.


산들산들 풀잎 사이로 솔솔 불어오는 열대야의 산바람은 땀에 찌들어 있는 열대인 특유의 몸 냄새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저질의 화장품 냄새가, 평소(平素)에 ‘개코’라고 별명이 붙여진 만큼이나 후각(嗅覺)이 발달한 서 병장의 콧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고,


천리경을 안면에 달아 놓은 듯 남다르게 시각(視覺)이 좋은 하 병장의 눈동자로는 무엇인가 잡힐 듯 말 듯 한 불명의 정체들이 나무와 나무, 그리고 정글과 정글 사이를 그림자처럼 어른거리고 있었다.

  

손에서는 땀이 자꾸만 배어 나왔고 등은 이미 물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당장에라도 무슨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豫感)은 공포(恐怖)에 공포를 더해갔다.


직접적인 전투를 경험해보지 못한 자가 이러한 느낌들을 어떻게 알 것인가?


머리끝까지 뻗쳐가는 그 긴장과 까닭 모를 절박함, 그렇게 지나간 5분여 시간이 5시간도 더 되는 것처럼 흘러갔다.

 

바로 그때 선두에 있던 첨병(尖兵)이 재빠르게 정글 숲 속으로 몸을 피하면서 오른손을 번쩍 들어 뒤로 내밀어 보였다.

심상치 않은 신호(信號)임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는 모두 매우 빠르고도 조용하게 납작 엎드렸다.

병사(兵士) 들은 사방팔방으로 초조하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우리들의 이러한 행동은 산(山) 짐승들조차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신중하고도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첨병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의 손가락이 지시하는 곳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순간 나는 놀라움으로 숨이 탁 막혀 오는 듯했다.

등골마저 서늘해 왔다.

첨병이 가리킨 곳에는 완전무장(完全武裝) 한 적의 대규모(大規模) 병력이 주둔(駐屯)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1개 대대 병력은 족(足)히 되는 듯했다.

 

월남전 대부분의 전투는 게릴라전을 위주로 벌어졌으며, 그런 까닭에 우리 병사들에겐 소규모 병력을 상대하는 게릴라전에 오히려 더 익숙해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지금 눈앞에 있는 적의 규모는 엄청난 것이었으며 월남전 고유(固有)의 3분 게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각개 병사들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긴장된 것처럼 보였다.

나의 주변에 있던 통신병, 김 병장과 분대장, 이 하사 그리고 소대장 최 중위가 나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두 눈을 깜박여 대면서도 그들은 끝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들의 그러한 모습은 오히려 나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의사(意思)의 표시가 있거나 아니면 행동을 취하기 위한 무슨 명령이 있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은 곧 죽음을 각오한 결사항전(決死抗戰) 만이 현실(現實)을 대처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마음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들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엠16 소총은 적진으로 총구를 향한 채 금방이라도 나의 명령만 떨어지면 무수한 총알을 퍼부을 것처럼 완전무결한 사격 자세가 갖추어져 있었고, 왼손으로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수류탄을 꺼내 들고 앞 이빨을 이용하여 힘차게 힘을 주면서 안전핀을 뽑아 풀밭 사이로 홱 홱 하면서 뱉어 내고 있었다.

 

한편, 생과 사의 운명을 목전에 둔 막내둥이 서 일병의 모습에서는 전쟁 공포증(恐怖症)으로 가득 차 있는 듯 안색(顔色)이 시퍼렇게 돌변해 있었고 그의 두 손에서는 가벼운 경련마저 일어나는 듯 소총의 총열 끝 부분이 덜덜 떨리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서 일병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고 있던 분대장, 이 중사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면서 그의 어깨 위에 손을 갖다 댔다.

이 중사의 살기 어린 눈동자로는 비겁하고 졸렬한 자는 죽어서 까마귀밥이 되고 군인 정신이 투철하고 용감한 자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고국에 있는 부모 형제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무언의 충고를 하는 동시에, 강력하고도 위협적인 명령을 하는 것 같았고,

 

서 일병의 오른쪽 어깨를 잔뜩 움켜쥔 이 중사의 왼쪽 손목에서는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하는 대로만 따라서 열심히 싸우면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행동지침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의 사기를 한껏 돋워주려는 상급자로서의 다정다감한 모습은 부하에 대한 사랑과 위엄(威嚴)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믿음직스러운 분대장 이 중사의 면면(面面)을 보는 순간 중대장인 나 자신도 흐뭇한 마음으로 어느 정도의 안정감과 용기를 얻어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적(敵) 과의 거리는 불과 40-50여 미터, 이미 적들은 지근거리(指近距離) 안에 들어와 있었으며 그것은 곧 근접전투(近接戰鬪)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더욱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우리를 지원(支援)해 줄 병력이 부근에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휘하에 있는 1소대와 2소대마저 다른 지역에 있었고, 3소대와 화기소대 그리고 본부 요원을 모두 합쳐도 고작 6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절박(切迫)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절박한 상황 아래에서 무전기를 사용하여 통신연락을 주고받기란 기도비닉(企圖秘匿) 상 더욱 불가능했다.

나의 휘하에 있는 다른 지역의 1소대와 2소대를 합류시키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더더욱 상급부대에 보고하여 지원 병력이나 지원 사격을 요청한다는 것은 우리의 위치만 노출할 뿐이었다.

그것들은 전투가 개시(開始)된 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상급 부대에서 이처럼 절박한 상황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거리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다급한 상태였다.

 

대치하고 있는 병력의 수적(數的) 열세(劣勢)는 자꾸만 공포감을 더하게 만들었고, 적이 든 아군이든 어느 한 편은 몰살(沒殺)일 것이란 생각에 ‘이건 정말 불운(不運) 중에 불운이구나.’ 하는 절망감(絶望感)이 스쳐 지나갔다.

박봉환 문집 “꼬마각시와 꼬마신랑“ 행운의 캡틴 중에서(016-362-8595)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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