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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개섬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2015-12-18 08:10:08
psbae

■ 박성배(朴聖培) 아동문학가
△전남 목포 출생(1946)
△서울교대, 한양대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교원문예》동화(1968)·소설(1969) 최우수 당선. 한국일보사 刊『횃불』동화 추천(196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1978)
△한국글짓기 지도회 수석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노원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
△서울노원초 교장 정년퇴직
△동산산업정보고 이사. 노원문학아카데미 강사
△대한민국 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한국 아동문학 작가상, 천등 아동문학상, 한인현글짓기 지도자상 등 수상
△동화집『천사를 만난 바람』,『꿈꾸는 아이』,『달밤에 탄 스케이트』등 30여권
△동시쓰기, 극본 쓰기, 논술문 지도 등 글쓰기 관련 도서 다수
△초등학교 교과서에 <잠자리 꿈쟁이의 흔적>, <외짝꽃신의 꿈>, <가을까지 산 꼬마 눈사람>, <행복한 비밀 하나>, <새싹한테서 온 전화> 등 수록
조회:766
추천:29

                                 무지개섬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박성배

  비행기를 타고 바다 멀리 몇 시간을 가다보면 동그란 무지개로 덮인 섬이 보입니다.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발달한 과학 덕택에 로봇 하인들을 두고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섬도 무지개를 동그랗게 덮어두고 필요할 때만 여닫아 햇볕의 양을 알맞게 조절한답니다. 언제부턴가 비행기를 타고 이 섬 위를 지나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무지개섬이라고 알려지기 시작했답니다.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이 잘 사는 무지개섬 사람들이 자랑하는 것이 참 많답니다. 그 중에서도 첫째가는 자랑거리는 섬에 사는 사람 모두가 잘생긴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그림으로 그린 듯 멋지고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15살 아래인 어린이들만 빼고 말입니다.

어른들은 15살 아래의 어린이들이 아무리 못생겼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무지개섬의 법으로 15살이 넘으면 누구나 성형수술을 받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무지개섬 사람들이 이렇게 잘생긴 사람들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 뽑은 섬장 덕분이었습니다. ‘섬장이 무엇이냐고요? 왕이나 대통령과 같은 거랍니다. 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지난번 섬장 선거에는 무려 일곱 명의 후보가 나왔답니다. 모두가 그럴듯한 약속들을 내놓았는데 한 후보만 다른 후보와는 전혀 다른 약속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섬장이 되면 무지개섬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드리겠습니다. 아프지도 않고 부작용도 없는 특별한 방법으로 누구나 미남, 미녀가 되게 하겠습니다.”

이런 약속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지금의 자기 얼굴보다 더 예뻐지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다른 후보의 가족이나 친척, 그리고 실수로 다른 후보를 찍은 사람들 외에는 거의 모두가 이런 약속을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습니다.

새로 뽑힌 섬장은 약속대로 무지개섬 곳곳에 성형수술을 하는 병원들을 세웠습니다. 무지개섬 사람들은 2년여에 거쳐 15살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받았습니다.

미남, 미녀가 된 사람들은 섬장을 잘 뽑았다며 좋아했습니다. 모두가 연예인이 된 기분으로 행복했습니다.

새로 태어난 자녀가 15살이 넘으면 성형수술을 하는 병원을 찾아가 자녀의 얼굴을 어떻게 고칠지를 의논합니다. 병원에는 잘 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 서너 명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성형 수술을 받게 될 어린이는 그 중에서 한 명을 가리킵니다. 그러면 의사는 코를 몇 센티미터 높일 것인지, 턱을 얼마나 깎을 것인지, 눈을 얼마나 키울 것인지 등 어린이의 얼굴에 따라 수술 계획을 세웁니다.

이렇게 성형 수술을 하다 보니 얼굴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아 놓으면 서너 그룹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누가 누구인지 잘 구별을 할 수 없습니다. 목소리를 듣거나 남다른 버릇이나 습관, 그 사람만의 독특한 성격을 보고서 그가 누구인지 구분할 정도입니다.

섬장과 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섬장은 코 위에 까만 점을 만들었습니다. 누가 섬장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루는 무지개섬 신문에 커다란 사진과 함께 흥미 있는 뉴스가 실렸습니다.

얼굴 수술을 않고 못생긴 얼굴 그대로로 살고 있는 청년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였습니다.

못생긴 얼굴로 어떻게 돌아다니지?”

그러게 말이야, 창피한 줄도 모르는 청년이군.”

이 청년은 머리가 좋고 열심이어서 공부를 잘했습니다. 상상력도 뛰어나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을 하지 못했습니다. 시험성적은 뛰어나지만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청년의 부모는 안타까워서 지금이라도 성형수술을 하자고 다그쳤습니다.

싫어요, 잘생긴 사람들을 보면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내 얼굴을 지킬 거예요.”

지킬 것이 따로 있지, 못생긴 얼굴을 지켜서 뭣에 쓰겠다는 거니?”

못생긴 얼굴이 아니라 내 자신을 지키는 일이지요.”

쯧쯧, 얼굴이 못생기다보니 생각도 이상하군.”

사람들은 청년을 못난이라고 불렀습니다. 못난이는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가족 식구들에게도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식구들은 못난이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 눈치를 챈 못난이는 어느 날 말없이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얼마 후, 이번에는 15살이 훨씬 넘은 처녀가 성형수술을 않고 돌아다니다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그 처녀는 고아로 자라다가 성형수술을 할 기회를 놓쳤다고 했습니다. 섬장이 그 처녀를 강제로 성형수술을 시키려고 했으나 역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사람들은 그 소문을 듣고 못난이 짝이라고 놀리며 킬킬거렸습니다.

 

잘생긴 무지개섬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자기가 가장 잘생긴 사람이라고 으스대며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잘난 체하고 제 멋대로 행동했습니다. 인사를 할 줄도 모르고 남을 배려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제일이야.’

서로 이런 생각을 하며 남을 깔보았습니다.

어느 날 무지개섬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잘생긴 여자가 한 명 자살을 한 것입니다.

세상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질 수 있는데 왜 자살을 해?”

사람들은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잘생긴 사람이 많다보니 내가 잘생기나마나야.’

이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안개처럼 일어나면서 무지개섬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우울증 환자가 되어갔기 때문입니다.

결혼 할 나이가 되어도 특별히 사랑할 상대가 없는 것도 우울증 환자를 만드는 한 원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재산이나 지위를 보고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똑같이 생긴 얼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섬장을 뽑는 해가 되었습니다.

우리 무지개섬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섬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시 섬장이 되면 자살이 없는 섬으로 만들겠습니다.”

성형수술 병원을 많이 만들었던 섬장은 자신 있게 약속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완벽하게 아름다운 얼굴 모형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얼굴을 그 모형대로 수술해 주겠다는 방법까지 제시했습니다.

이번 섬장 선거에도 후보가 일곱 명이나 나왔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후보로 나온 사람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 했습니다. 얼마 전에 산속으로 들어갔던 못난이 사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하하하!”

사람들은 선거 벽보 앞에서 못난이 사진을 가리키며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성형수술도 하지 않은 못난이 사진을 연예인처럼 잘생긴 후보자들의 사진 옆에 붙여놓으니 더 못나보였습니다. “구두에 껌이 붙었어. 하하하!”

새 자동차에 새똥 떨어진 것 같지 않아?”

사람들은 모였다하면 못난이 사진을 가리키며 웃어댔습니다.

섬장 후보자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섬장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날입니다. 사람들은 성형수술 병원을 만들었던 섬장이 나와서 이야기할 때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러면서 맨 마지막에 나오는 못난이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못난이를 놀려대기 위해서였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자신은 어디 있습니까? 저는 여러분 자신을 찾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하하하, 저 못난이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잔뜩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못난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가락을 머리 위에서 빙빙 돌리며 웃어댔습니다.

내가 여기 있지 어디 있어?”

자넨 지금 여기 없는가?”

우하하하, 날 찾아준대. 여기 있는 날 찾아준다니 고맙지 않은가?”

사람들은 못난이는 역시 못난 생각만 한다고 비웃었습니다.

 

투표를 하는 날, 저녁부터 텔레비전으로 개표하는 모습을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다른 후보의 친척이나 식구를 찍은 사람과 실수로 잘못 찍은 사람 외에는 모두 한 후보에게 표가 몰렸습니다.

세상에, 못난이에게 표가 몰렸어.”

자네도 못난이에게 투표하지 않았나?”

솔직히 그렇다네. 못난이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난 요즘 조금 못생겼지만 씩씩하고 믿음직스럽던 옛날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군. 나도 개성이 없어진 내 얼굴을 보면 진짜 나는 어디 있나 의심이 들곤 한다네.”

사람들은 그 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섬장이 된 못난이는 먼저 성형병원들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15살이 되면 성형수술을 하게 된 법도 없앴습니다.

 

못난이는 섬장이 된 몇 개월 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은 무지개섬 잔칫날 같았습니다. 처녀들은 모두 신부를 부러워했습니다.

그 신부가 누구냐고요? 아주 오래 전에 사람들이 못난이 짝이라고 놀렸던 처녀랍니다.

미인은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눈빛을 가진 신부야.”

싫증이 나지 않은 개성 있는 얼굴이야.”

사람들은 진심으로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었답니다.

, 그 후로도 무지개섬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했냐고요?

그건, 조금 못나긴 했지만 각자 개성 있는 얼굴을 갖고,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 무지개섬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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