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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상사화 꽃 다 지고"-유금호
2009-05-06 12:20:25
yookh

조회:1642
추천:102

상사화 꽃 다 지고

                                                

 전어회 뜰 때는 기술이 쪼께 필요하당게요. 요것들이 물에서 올라오면 성질이 급해서 금방 죽어부니께 일단은 눈깔을 보아야 허지라. 눈이 개씹오른 것 맨키로 뻘게진 것은 회로 안 묵는 것이요.... 고 눈깔이 어린 애기 들 눈 맨키로 꺼멓고 초롱초롱한 것으로 골라서 비늘 벗기고, 내장 빼내서 깨끗이 씻거 가지고는 잔칼질을 잘 해야 되는 디, 꼭 무 채 썰 듯이 꼬랑지부터 칼집을 깊이 한 번, 다시 깊이 더 한 번, 한쪽 껍대기만 붙게 그렇게 깊이 칼질을 해서 세 번째 칼질로 끊어놓고, 또 그런 식으로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끊고...그렇다니께요. 찬바람 시작되먼 여그 바닷가에서야 싸고 흔하면서 제철 만나 맛 좋아지는 것으로 전어 덮을 것이 없다니께요. 원래 잔가시 많은 고기가 맛있다고 안 합디까? 준치도 마찬가지지라. 왜놈들이 준치, 고놈, 가시만 없으먼 조선 놈들 묵기에 아까운 고기라고 했다는 소리는 들었을 것이요.

 하이고, 여그 목포도 올해 더럽게 늦게꺼정 더웠지라.....이 나라 인종들 성깔이 점점 못 되게 변해가서, 기후꺼정 민심 따라갈라고 고약해져 간다고 누가 그럽디다. 앞으로 한 반도가 중동같이 봄도 없고, 가을도 없이 사람 삶아 죽이게 덥다가, 얼어죽게 춥고, 그렇게 딱 두 가지로 변해 가는 징조가 보인다고요, 아열대성으로 변해갈라고 그런다고도 해 쌓드만, 참말 이번 여름 징글징글하게 더웠지라. 아, 그라문요. 찬바람 나고, 새 쌀 나올 때, 이 전어 회를 싫것 묵어놓아야 한 삼동 감기 같은 거 안 걸리고 지낼 것인디.....물론이지라, 고놈을 누릿누릿 구워서는 그러문요, 우리 아짐씨는 쪼께 아시네, 대가리가 조금 파삭거리게 구워서는 통째 대가리부터 바로 바숴야 고것이 전어 구이 묵는 법이거등요. 가을철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이란 말도 안 있습디여?.....그런디 참말로 말세가 되가는지, 망할 놈의 이번 여름, 참 길기도 하더마는 그냥 떠나는 것이 그리도 서운해 가지고, 고 콜레라를 지 꼬랑지에 끌고 다니먼서 뭐할라고 전어 창자구에 까지 기어 붙을 것이요? 그 통에 전어 회 좋아하는 사람들이 초가을 한 재미를 싹 안 버려 부렀겄소? 하기사 늦가을 되어서도 생선회들을 안 묵는 바람에 횟집 여럿 금년 피 봤을 것이구만요.

 아짐씨. 아까 내가 말한 것 맨키로 꼭 그대로 썰어 보시란 말이요. 한번, 두 번, 그 다음에 끊고... 또 한번, 두 번...맞소. 그렇게 썰어야 묵을 때, 첫 칼집 자리에 얇게 썬 마늘 조각 하나 밀어 넣고, 두 번째 칼 집 자리에는 청양 고추 막 붉어 가는 놈으로 한 조각 넣은 뒤, 된장 한 점 발라서, 구녕 숭숭 뚫린 배춧잎에다 우선 통째로 싼 뒤, 초고추장에 훔씬 적셔 씹어야 제 맛이 난다, 그렇게 되지라. 뭣이든지 싸고 흔하다고 함부로 볼 것이 아니지라. 세상에 아무리 못난 것도 다 지대로는 법도가 있는 것 아니겄소? 옛말에 지불생무명지초(地不生無名之草)라 했는디....하이고,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이 문자는 뭐 문자겄어요? 들은 풍월이지라.....그 말씀 듣고 보니, 것도 그럴 듯 하구만요. 수불생무명지어(水不生無名之魚)라. 헛허허 참.....그것 외와 두었다가 친구들한테 써 묵어야겄소....물은 이름 없는 고기를 내지 않는 것이렸다....헛허허, 암만해도 이런 촌보다는 서울서 한 세월 지난 손님이 한 수 위인 거 같소.....그러니께 없는 돈 디려 새끼들 학교 보내고, 과외 시키고..., 사람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 새끼는....하기사 요새 이런데서야 말 새끼 같은 거 없소마는.... 그나 저나 이 전어 회, 나 하는 대로해서, 한 점 잡수어 보시오. 절에 간 새악씨란 말도 안 있습디요? 목포 겉은 이런 항구에 오셨으먼, 더구나 으슬으슬 밤바람이 추운디, 그 밤바다 처다 보며, 소주 생각 나는 나그네면 여그 법도를 따라 전어 회를 들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이요.

 

 생각보다 맛이 괜찮지라? 옛날에사 그 됫병 한 되 짜리 소주병을 열어 놓고, 말좆곱부라고 아실랑가 모르겄소만, 그렇지라. 요새 사기 물 컵이지라. 거기다가 막 소주 그득 그득 따라서 주욱 비우고, 주욱 비우고 했지라.....맞소. 이런 바다에서 술을 마시먼 안 취하제라. 이런 바닷가에서 출렁출렁 물소리 들으면서 마시면, 혼자 그 됫병을 다 비워도 그리 크게 취하지 않는 것이 참 신기허지라. 그것이 그러니께 똑 같은 술인디, 어째서 그것이 어디서 마시느냐, 누구하고 마시냐, 또 누가 그 술을 따라 주느냐, 거그 따라서 그 술 맛이 수 만가지로 달라지는 이치가 참 묘하거등요.... 조깨 실례요만 아짐씨가 우리한테 한 잔씩만 따라주어 보실라요? 남자끼리 따라 묵는 술하고, 혼자서 지 잔에 지가 따라 묵는 술하고, 아짐씨가 따라 주는 술하고, 어떻게 달르냐, 고것을 시방 조금 알아 볼라고 그렁게....아이고 고맙소. 나, 각씨 죽고 나서는 여자가 따라주는 술 처음 마셔보는 갑소......각시 있을 때는 지년이 막 잡아온 세발낙지 한 마리씩에다 말좆곱부로 한 잔씩 마셨제라..... 맞어, 이렇다니께... 술이 달디 달아 부요. 달디 달어. 사이다 맛 맹키로....여그 서울 손님이사, 어짠지 모르겄지만 나한테는 이 술 맛이 아까 나 혼자서 따라 마실 때하고는 천양지판이여....이상한 조화지라. 어째 같은 소주가 이리 달라지는지... 하기사 사람하고 사람 사이도 그러지라....딴 사람 눈에는 버버리에다 팔푼이었는지 몰라도 우리 각시 그 가무잡잡한 얼굴에다 비시시 비시시 웃으면 들어 나는 덧이만큼 이븐 색씨를 나, 외국 나가서도 본적이 없다니께요....외국이라고 어디 많이야 가 봤겄어요? 우리 때야 중동 나가서 조께...그라고 우리 하나 있는 성님이 월남에서 죽어서 찾으러 갔지라....스엉 느엉(Suon Nuon)이 되야지 불고기고, 껌찡(Com Chien)이 볶음밥이고, 껌짱(Com Trng)은 흰 밥이고, 어찡보(Ech Chien Bo)라고 개구락지 다리 튀긴 것도 묵어 보긴 했지라....그래도 어디 이 전어 회 맛에 댈 것이요?...

 그란디 이상하제라, 술 한잔을 얻어 묵고 나니께, 아짐씨가 더 젊어 보이고, 아까는 몰랐드만 아짐씨도 웃을 때 덧이가 있구만요. .....전어, 쪼께 더 썰어 보시오. 손님도 그대로 비우가 맞는갑소. 그래도 한 사람이 한 다섯 마리씩은 회로 묵고 나서, 구워 먹등가 하제, 두어 마리씩 가지고는 택도 안 차 겄소....하이고 다행이구만요. 실례가 될랑가 해서, 말을 처음에는 안 걸라고 했는디, 걱정 했드니만 손님도 기분이 좋으시다니, 내 기분도 더 좋아 불그만요....혼자 술잔 앞에 놓고 앉은 사람 보면, 아이고, 저 사람도 나 맹키로  맘속에 멋인지 엉킨 것이 많겄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라....

 

 상사화(想思花)라고 들어 보셨는가, 모르겄소. 꽃므릇이라고도 부른답디다. 귀한 꽃은 아니어라. 흔히 자주 보기는 해도 그러는 갑다,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고 그러지라. 절 뜰 같은 데 있기도 하고, 여그 전라도 땅에는 절 들어가는 냇물 가상자리, 축축한 그늘에 많이 있는 흔한 꽃이제라....아이고, 손님도  아시는고만요. 맞소. 늦여름에 잎사구는 하나도 없이 꽃대만 멀쭉하게 올라와서 나리꽃 비슷하게 검붉게 무슨 거미발같이 하늘을 보고 악을 쓰듯이 떼지어 피지라...그렇다니께요. 고놈의 잎사구하고, 꽃하고는 한 뿌리에서 분명히 나오는디도 한번도 저희들끼리 대면을 못한다니께요. 그래서 상사화라는디, 고 놈의 꽃이 늦여름이면.... 여그서 가깝소. 승달산(僧達山)이라고, 거그 가면 절이 있는디, 그 절 밑, 작은 저수지 골짜구에 양옆으로 그놈의 꽃이 꼭 불이난 거 맨키로 하도 많이 피어 있어서, 그 골짜구에 서 있으먼 정신이 다 산란해진당게요. 처음에 나도 그랬지라.... 무슨 잎사구도 없는 꽃이 다 있다.....무심하게 둘러 봤는 디, 다음 해 삼동이든가, 각시 죽어 뿐 다음에 거그 절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그 골짜구를 또 지나 갔구만이라.... 무심중에 늦여름에 각시하고 여그 어디를 지나다가 무슨 놈의 잎사구도 없는 구신같은 꽃이 참말로 많기도 하다, 했던 생각에 거그를 둘러보다가 잘못했으면 주저 앉아불뻔 했어라. 분명 불이 난 거 맨키로 벌겋던 그 냇물 양쪽 바로 그 자리가 아직도 봄이 올라먼 상기 한참 있어야 할 그 늦 삼동에, 이건 꼭 보리밭 맨키로 퍼런 잎사구들이 꼭 퍼런 보료를 깔아 논 거 겉이, 내 눈 끝난 데까지 다 덮어 부렀드란 말이요....그때사 그 늦은 여름날, 우리 각시 이마빡에 삐질삐질 땀이 너무 흘러내려서 거기 서늘한 단풍나무 그늘 한 쪽에다 앉히고, 베 수건으로 각시 이마빡을 톡톡 두들기다가 불길 같이 눈앞을 어질거렸던 그 꽃들 생각을 하게 되었구먼요. 그때 각시가 다리 아프고 더와서만은 아니었든가 싶은게, 그 가무잡잡한 얼굴이 허옇게 되어서는 고개를 흔들어 댔는디, 그거이 벌건 꽃들이 너무 많으니께, 꼭 그것들이 거미새끼들같이 다리들을 처들고 덤벼 오는 것 같어서 어지럼증이 들었을까, 그 생각을 다시 했구만요. 우리 각시도 갯바람 속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년이 그까짓 꽃한테 놀랠 일이야 없었을 것이요만, 어찌 되었건 얼굴이 허옇게 되어 도리 도리를 하먼서, 내 팔에 매달리는 바람에, 허예지다가 벌게진 각시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봤당께요.....태풍에다, 해일에다, 바닷가나 섬에서 살어 온 사람들은 하도 험한 것을 많이 겪고, 살어서 어지간한 것은 눈도 깜박 안 하지라. 우리 각시 귀 먹고, 말을 못해도, 그 하늘하늘한 몸으로도 얼마나 억척으로 살아 왔는디요, 별명이 콩자반이었제라. 얼굴이 조막만하게 작은데다가 살이 워낙 검어놓아서 꼭 콩자반 같었지라. 모르겄소, 못 듣는 귀여서, 그년이 저를 보고 욕하는 말인지, 콩자반이라고 숭보는 말인지사, 똑똑히 못 알어들어도 말하는 사람 입 움직인 거 보고, 지를 보고 말하는구나, 저를 부르는구나,는 금방 알어 불고 했지라.... 어째 그런 년이 그리 쉽게, 지가 기저귀도 차기 전부터 맨 날 이불 속 같이 들어가 뒹굴고 놀고, 40년이나 먹을 것을 받아 온 그 바닷물에서 죽었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어 낼 수가 없구만이라..... 그년 죽을 때, 바닷물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니께, 귀가 안 들리니 밀물소리를, 아, 천둥치득키 달려오는 그 그르렁거리는 큰 물소리는 귀먹어서 못 들었다해도, 그 파도란 놈이 이빨을 갈먼서 덤벼드는 것은 눈으로 보았을텐디, 어째 그 갯벌에 그대로 김 말뚝같이 가만히 서서 들어오는 물살에 떠밀려 갔는지, 시방도 그것은 알 수가 없구만이라, 죽어 분 것들은 암말도 못해라. 세상사가요. 죽은 사람보고 뭐라고, 뭐라고 해쌓는 것은 도리가 아니어라.....맞소. 죽은 사람을 두고 뭐라고 뭐라고 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어라. 우리 성님, 떠나온지 20년도 더 지나서, 사이공으로, 옛날 여자를 찾어 판탄장에서 쭝민 장으로, 다시 닌호아, 송카우, 푸캇 추라이 까지 다 헤매고 다니다가, 그 여자 소식을 묻고, 물어, 하노이에서도 한참 위로 올라가 딘 방(Dinh bang),그 촌 동네 어귀에서 숨을 거두어서는 논 한 한 가운데 공동묘지에 누워 있습디마만 죽은 사람 보고 이리 저리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라....

  

 그 삼동, 친구들하고 절까지 놀러 갔다 내려 왔구먼요. 그 골짝을 지나게 되니께, 그 꽃 생각이 언뜻 들어 둘러 보았지라. 워매, 어찌 그럴 수가 있으까요? 어디 한 곳이나 그 늦여름에 꽃이 있었다는, 다리 여럿 달린 거미들 같이 무섭게도 많던 벌건 꽃들이 거기서 피워봤다는 흔적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시퍼런 잎사귀만 그득하게 덮여 있드라니께요. 암만해도 내가 다른 곳을 잘못 알었으까, 그 생각을 하면서 어째 그리 섬뜩했는지, 어째 그 꽃이 그리도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 무서운 생각이 자꾸만 들드라니께요....

그때 각시가 고개를 흔들면서 식은땀 흘렸던 것이 그년 눈에 그 벌건 꽃들이 내뿜는 한을 보았는지도 모르지라.... 보고 싶어도 절대로 못 볼 사이라면 그것이 하찮은 풀이라도 어찌 한이 안 서리겄어요? 꽃이 필 때 보면 저것이 언제 잎사구가 있었는가, 상상도 할 수 없게 잎사구 흔적이라고는 없이, 잎사구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거 맨키로 벌겋게 꽃만 피지라. 잎사구는 잎사구대로 꽃하고는 구정물 한 방울 튀어간 사돈네 팔촌만큼도 상관없는 거 같이 시퍼런 얼굴로 그리 무성해 있지라....  


 한 시간이면 부웅하고 서울서 비행기 타고 날러 올 것인디, 기차로 꼬박 여섯 시간이나 타고 와서 목포역, 그 청승맞게 흘러나오는 <목포의 눈물> 노래꺼정 다 듣고 기껏 여그 와서 혼자 소주잔을 들고 있어라? 초면이지마는 손님도 조께 성가신 사람이요. 여그 와서 무슨 사업상 중대차한 일을 본다던지, 젊은 날 어찌하다 나란히 야간열차라도 탔던 못 잊을 사람이라도 이제사 소식을 들어 여그까지 왔다먼 무슨 수로든 불러내서 못 다한 정담을 나누던지...안 그렇소? 아짐씨 생각도 그러지라?... 그런 손님이 더러 있다고라?....아니, 서울서 여그까지 와 갔고는, 여그 포장마차에 앉거서 아짐씨 얼굴 한번 보고, 한 숨 쉬고, 바다 한 번 보고 한 숨 쉬고.... 뭔 생염불 소리나 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라? 하기사 그런 사람도 없으란 법도 없것지라.....뭐라드라, 시(詩)라든가, 뭣인가, 그런 거를 쓰는 것이 직업인 사람도 있는 갑디다만 그 사람들은 뭣을 묵고 사느지 그걸 모르겄습디다마는 손님은 인상 본께 학교 공부도 많이 허신 거 같고, 그럴듯한 자리에 앉아 기셨던 거 같은 디, 목포에 눈물...그 노래꺼정 다 듣고는 찬바람 부는 포장마차에서 나 같은 무지랭이 술 동무 해줄라고 오신 것은 아닐 것이고.... 사람마다 지 취미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잉게, 어짤 수가 없지라....아짐씨, 거 낙지를 야들야들한 뻘낙지로 두어 마리 썰어 보시오. 통째 묵기는 좀 크겄소....그라고 서울 손님들은 작은놈도 그거 통째 못 잡술 것이요. 잘못하먼 발이 콧구멍으로 들어가 분께....한 점 씹어 보시요. 또 여그 목포꺼정 오셨다가 이 산 낙자를 못 묵고 가셨다하면 우리 목포 사람 잘못이제라....

 

 우리 성님이라....60년대 월남전 갔다가 손목 하나 끊어져 가지고 돌아 왔는디, 우리도 첨엔 손목만 끊어진 줄 알았드먼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제라...나야 그때 아직 어려 가지고 뭘 모르기도 했구만이요. 그날부터 날이면 날마다 20여 년을 남쪽 하늘만 처다 보고 중얼대드만, 시방은 베트남 하노이 북쪽 외딴 동네 공동묘지에 묻혀 있구만요.....다(da-예), 컴(khong-아니오), 쾌컴(khoe khong-반갑습니다), 또이 라 거이 남쥬던(Toi la Nam Trieu Tien-나는 한국사람입니다) 나까지 성님 탓에 월남 말을 조각 조각 몇 개는 안 잊어분 것 보시요...그 성님 땀에 참 마음 고생께나 했지라.... 왼 손 하나를 거그 베트남에 내뿔고 돌아온 뒤로 손목 하나 없는 것이사, 그대로 살어가먼 되지만도 혼을 빼놓고 온 것은 참 어찌할 수가 없드랑게요. 좋아지내던 꽁까이(congai-아가씨)가 있었는 갑디다. 젊으나 젊은 나이, 언제 죽을지 모른 타국 땅에서 잠깐 계집에 빠진 것이 뭐가 그리 잘못이것소? 그런디 부상당해서 돌아온 뒤에도, 인자 공산당이 자리를 잡아서 가도 오도 못할 그 땅, 그 베트남 꽁까이를 잊어불 수가 없다, 그리되니, 우리하고 총 마주 잡던 베트콩이 통일을 해가지고, 공산 베트남 땅이 되았는디....그래서 월남 사람들이 배를 타고 떠돌다가 죽고 안 그랬소? 그런디 생사도 모르고, 찾아갈 수도 없는 땅, 새악씨 땜에 마음에 깊이 병이 들어부니 옆에서 보던 우리가 환장할 노릇이었제라. 각시 생기면 마음 잡아질까 하고는 어무이가 어디서 색시를 하나 들였는디, 첫날밤도 안 치루고 내 보내었소. 그거이 그래도 우리 성님 양심이었겄제라. 찾아 갈 수도 없고, 잊히지도 않고...거 한번에 서너 편씩 돌려주는 영화관에 가면 그런 이얘기 찍은 영화가 옛날엔 더러 있었지라.....월남 땅에다 손 하나 두고 와서, 그것 찾으러 가야 안 쓰겄냐?....부상당해 돌아 왔을 때만해도 그렇게 웃으며 씩씩하드만, 92년, 우리 나라하고 그 공산 베트남하고 서로 오가기로 할 때꺼정 꼭 허깨비로 휘청 휘청 그리 살드라구요. 어무이 홧병으로 가고 나서도, 그리 폐인으로 지내다가, 국교가 터졌다, 소식 나오고는 하노이로 아무 말도 않고 날아가 부렀어라. 쥔 없는 서랍 속에서 흑백 사진 한 장 찾아들고, 형 없어진 뒤 1년이 지나고야 나가 이번에는 형 찾어 삼만리 했구만이라.....

 혹시 그런 소리 들어 보셨는지 모르겄구만요. 남양군도 어디 이야기라고 형이 그럽디다만, 거그서는 사람이 죽으먼 일단 묻었다가 몇 년 뒤에 다시 파내서, 뼉다구를 깨끗이 물로 씻어가지고, 소를 잡어 그 피를 뼉다구에 뿌려서 다시 보낸다고요.....아이고, 손님이 그걸 알고 계시는구만요. 그걸 아는 사람은 나가 시방 처음만나 보구만요.... 본래는 산 사람 목을 짤라다가 그 사람 피로 조상 뼉다구를 싯거서 보내야 참으로 좋은 곳으로 간다고....맞소. 그것을 거기 사람들 <티와>라고 부른다고, 성님 한테서 그 소리를 듣긴 했는디, 그 <티와>가 <기와>인지, <티귿>인지 지나다가 중간에 헷갈려서 잊어부렀구만요....암만해도 손님은 그런 거 연구하고 하는 학자든가, 대학 선생님아니먼, 신문사 그런 디서 그런 거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든디 그런 일  하시는지 모르겄소만....이 촌 구석에서 공갈이나 치는 그런 불상놈들 말고 말이요....그런디 하고 관계없는 사람이 어찌 사람 모가지 잘라다가, 그 피로 지 애비, 에미 뼉다구 씻는 것을 다 알겄소?... 한 잔 쫙 드십시다요. 이런 때는 말좆곱부로 해야 하는디..... 첨에 성님한테 그 소리 듣고는 비우가 팍 상해 불드만은 가만 생각해 봉께, 인자는 산 사람 모가지는 못 자르고, 짐승으로 대신한다니께 고개가 끄덕거려 지드라니께요..... 그렇게 한번 더 정신 차려서 정식으로 이별을 해야 죽은 사람이 이쪽에 정을 끊고 저 곳으로 가겄다,.... 그래야 보내는 사람도 제대로 보내주는 것이 되겄다, 그런 생각이 들드랑게요. 처음에사 경황이 없어 슬픈지 어짠지도 모르고 떠나 보냈지만, 차분하게 정신을 차려서 이 세상에서 다시 못 만나는 생사의 갈림길, 정식으로 새로 이별을 해야겄다....그래야 죽은 사람하고 완전히 이별이 되것다, 그런 생각이 들드라니께요. 여그 섬에 시방은 없어졌어도 초분(草墳)이라는 것이 있었다니께, 그것도 이치는 어찌 보면 그거하고도 같을 것 같지 싶구만요.... 20여년 전, 전쟁 끝날 때 이미 그 꽁까이가 죽어 뿐 거를 20년이나 지난 뒤에, 그 땅에 가서 알어내고는, 완전 진이 빠져서 우리 성님, 젊은 날 이미 혼을 빼 놓고 왔던 씨클로 굴러다니는 그 베트남 땅에서 임종 해줄 사람도 없이 죽었어라... 여자를 만난 것은 남쪽 사이공 쪽이었을 텐디, 그 식구들 소식을 묵고 물어 하노이 꺼정 올라가서는, 그 여자, 옛날 죽었다는 소식을 알고는 더 이상 살 생각이 없어졌겄지라....이민 간 고향 사람이 하노이, 거그서 여행사 하는 것을 어찌 어찌 연줄로 알어서, 성님 방에 있던 사진을 수 십장 복사해서 보냈지라. 그 사람이 서너 달을 사방에다 줄을 놓고, 억척을 부린 바람에 성님이 그 땅에서 죽은 것도 알고, 그 옛날 그 꽁까이 언니 된다는 할망구까지 만나서 거그, 논바닥 한 가운데,  공동 묘지에 누워 있는 형 비석까지 찾아 내었지라. 그 비석에 한국서 가져간 소주 뿌려주고 왔지라...<티와>겉이 피는 아니었어도, 피 대신 소주 뿌려 줌시롱.... 인자 떨어져 나간 손도 찾고, 그 꽁까이도 찾어서 훨훨 살어 불소. 나도 우리 버버리 각시가 물에 빠져 죽어서 퉁퉁 불어 있는 것 그대로 묻을라다, 아니다, 싶어 곱게 태운 뒤에, 지 기저귀 차고 들어가 놀던 물, 지가 반지락, 낙지, 새조개, 피조개 잡다가, 지 숨 거둔 바닷물에 골고루 보내 주었소..... 인자 귀머거리, 버버리, 다 내 비리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무슨 소리든지 다 듣고, 하고 잡은 말, 인자는 애써 빙싯거리지만 말고 뭔 말이라도 다 해불어라....알겄지야?...그리 뿌려 주고 오는 길이어라.....마누라 보내고, 인자 성님, 떨어진 손 목 마디 다시 붙는 땅, 좋아하던 처자 찾아서 가시라고... 이 동상 수 만리 타향꺼정 왔소.....나, 시방 형 뼉다구를 다시 씻어서, 성님 말한 참말로 좋은 그곳이라던 그 땅으로 가는<티와> 하는 기분으로 술로 비석을 씻고 있구만요...그러고 눈물 흐르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디.... 고놈의 소낙비, 그 열대지방 소낙비가 쏟아져 와서 눈물에다, 빗물에다, 소주꺼정 섞어져 갖고는... 티와를 한 셈이구만요....월남으로 이민 가부린 고향 사람 아녔으면 하노이서도 북쪽 하롱 베이 쪽으로 두 시간이나 더 올라 간 그 시골 농촌 논 한 가운데 있는 동네 공동묘지에 성님이 누워 있는 것을 어찌 알었을 것이요? 고놈의 데는 산이 없응게, 논 바닥에다 그리 사람을 묻읍디다....나가 시방 운다고라? 나는 다 울어 불어서 인자는 안 울제라....그러니께 나는 각시도 물에다 묻고, 성님도 물에다 묻고, 그리 돌아 온 셈이제라..... 강 사장이라고 그 사람한테는 큰 신세를 저 부렀구만요..... 옛날 광주서 시끄럽던 사건 났을 때, 그 사람, 지 친동생 죽고 나서, 고향을 뜨더마는 결국은 이 나라꺼정 떠난 친구지라. 다행히 거그 색씨 얻어서.... 아오자이가 하늘하늘 어울리는 영 이쁜 각시를 얻었습디다. 하기사 우리 각시도 아오자이를 입었으면 그리 하늘하늘 했을 것이구만이라.....


 나는 여그 바다에다 오줌을 싸야겄구만이라. 나는 바다가에만 나오먼 꼭 바다 물에다 오줌을 싸야 싼 것 같이 시원해지구만요. 초겨울 비까지 내리는디, 내 오줌이 바다를 오염시키면 얼마나 시키겄소? 소독이 되면 되제. 바다가 너무 오염되었은 게, 내가 시방 소독을 하는 것이랑께요.....아이고, 손님은 그 쪽 바우에다 대고 누시오..... 거기다가 요새는요. 내 그 소리는 안 할라고 했는디... 여그 바다 속에 우리 각시가 있당게요. 나 오줌 누는 거 보고, 우리 서방이 왔구나, 그럴 것인디, 거그다가 나란히 다른 남정네가 턱, 물건을 같이 보여불면 못 쓰제라....비가 안 오먼 바닷 속에 별 그림자가 떠올라온다 말이요. 가만히 들여다보먼, 그 속에 우리 각시 눈이 들어 있당게요. 운이 좋은 날은 나가 소주를 잔에다 하나 따라 놓으면, 그 잔 속으로 별이 되어서 우리 각시 눈이 그 안으로 기어들기도 하는 디, 오늘은 나가 너무 말을 많이 해서 이년이 삐쳤을 것이오.....

 

 둘이 살 때는 둘이 있을 때, 무슨 소리내어 말 할 것이 있었겄소? 버버리 하고 사니 얼마나 답답하냐고, 그렇게 뭘 모르는 사람도 있습디다만 우리 부부는 말 같은 거 안 하고 눈만 보고 있어도 할 말 다 하고, 그러고 살았어라.... 말이란 것이 목구멍에서 나오다가 옆으로 가기도 하고, 입을 나오다가 잘못 되기도 하지만, 눈으로만 말을 하면 오해 같은 것이 생길 수가 없어불지라. ....섬들에서 한참 김 수확할 때, 일 손 달린 집 일해 주러 갔다가, 각시를 만났었는디, 첨 한 사흘은 나도 한 마디도 말을 해 본적이 없었당께요... 그때는 각시가 버버리고 귀머거리인지 몰랐제라...요새 촌구석에, 더구나 섬이라는 데는 남자고 여자고, 젊은 것들은 남어 있지를 않으니께 하다 못해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공단 같은 디 가고, 학교 간다고 육지로 나오고 허니, 젊은 여자라는 것은 씨가 말랐당게요. 그러니 처녀 없는 데 총각들이 살 맛이 날 것이요? 그러니 총각들도 다 섬을 나와불고, 섬에는 노인들만 남어서 한참 김 발 막고, 김 뜯을 때는 육지서 일꾼들이 안 들어가면, 한 해 김 농사도 못하게 되불거등요. 섬에 남었던 콩자반같이 생긴 처녀가 내가 일할 집 딸인 것도, 그년이 버버리인 것도 한 이틀은 몰랐다니께요. 처음에는 내외하느라고 그러는 것이구나, 했제.... 그러다 같이 배타고 김 뜯으러 가고, 그 바람에,.... 아, 사람이 눈으로만 말해도 할 말 다 하고 지내겄구나, 딱 그런 생각이 들더라니께요. 그것도 인연이었고, 더 못 살고 지 죽은 것도 인연이 다 해서 그리 된 것이겄지만 살어오먼서 말다툼은 한번도 안했고만요. 말을 못하니께 큰 소리 낼 일이 없지라, 그러다가 나도 버버리거 되가는 거가 아닌가, 그 생각이 들기는 했어도, 심성 곱고, 워낙 눈치 빨러서 무슨 서로 속 상할 것이 있어야 싸우지라....참말로 어찌 생각하면, 사람이 보통 살면서, 참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고 사는구나, 그런 생각도 더러 했구먼요. 오늘 저녁 이렇게 씨부렁 대는 것도 생각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겄소? 그저 전어 회 썰어서 말좆곱부에 천천히 소주 따라 마시면 그것으로 되는 것을 이리 나도 떠들고 있구만요.


 안 운다니께요....울기는 내가 왜 울겄소? 우리 아부님 말씀이 사네는 딱 세 번만 우는 것이다,했는디, 고게 한 번을 더 넘어버렸구만요, 아부님 돌아가시고 한 번, 어무니 돌아가시고 한 번, 각시 물에 퉁퉁 불어 숨 넘어간 것 건져 놓고는 안 울었는디, 너무 퉁 퉁 불은 것이 영 마음이 안 좋아서 불 살라다가.... 밤에 몰래....물 오염시킨다고 법으로 못 하게 되어 있다고 그래서 산에다 뿌려 줄까 하다가는..... 지 기저귀 찰 때부터 맨 날 바닷물에서 살았는 디, 맨 날, 낙지 파고, 반지락 파고, 기 잡으면서 산 곳인디 ...그라고는 깜깜한 밤에 혼자 낚시하러 가능거 맨키로 배타고 나가서, 깊은 바다에다 골고루 뿌려 주었는디, 그때 많이 울었구만요. 처음에는 안 울 것 같았는디 참 많이 울었구만요....이렇게 세 번을 다 울어 부렀는디, 마지막 우리 성님 만리 타국 논 가운데 묻혀 있는 것보고 나서, 한번 더 울어부러서  네 번이 되었다니께요.... 아부님이 이왕이면 언제 울고, 언제 울어라,... 그리 자세히 가르쳐 주셨으면 그리 했을 것인디....하기사 그 중에 어느 것을 빼 먹을 수도 없었겄지라. 각시 뼈가루 뿌린 날이 빠져야 도리이긴 하겄지만..... 그날 밤, 각시 뼉다구 가루를 바다 사방에 골고루 뿌리고, 술 한 병 찌끄리고 났더니만.... 조금 전까지 그리도 깜깜했는디, 별이 하나, 두 개씩 바다 속으로 뜨드만요. 바닷가서 살았어도 생전 바다 물에 별이 떠올라 온다는 그런 생각 해 본적이 없었는디... 그러다 보니 그 바다에 뜨는 별 속에 우리 각시, 막 잡아 올린  생선 눈같은 눈이 보이드라니께요....그때부터 바닷가에서 소주를 묵을 때는 우리 각시 눈이 술 속으로 들어오는가, 아닌가, 보는 버릇이 생겼다니께요..

 기껏 몇 병 아닌데 오늘은 취하구만요. 각시 살았을 적엔 각시가 산낙지 잡어 오먼 통째로 된장 찍어 한 마리씩 바수고, 말좆곱부로 한 잔씩 해서 한 되를 다 묵어도 별로 취한 것을 몰랐는디.....그리 내가 낙지를 맛있게 묵어대먼 옆에 앉어서 나를 보고 있는 각시 얼굴에 웃음이 상사화 꽃 무리겉이 피고 했어라. 콧잔등에 작은 주름을 짓고, 서방 술 잔 비면, 옆에서 다시 또 따르고, 또 따르고...술이 그러니께 따라주는 손에 따라서 약도 되고 독도 되고 그런 이치인지도 모르겄구만이라.


 고놈의 승달산 골짝을 오늘 안 갔어야 하는디, 거그를 간 것이 오늘은 실수라먼 실수였구만요.... 그 여름 그리도 많이 피었던 꽃들이 다 졌다고 해도 꽃대궁이 찌거기라도 남어 꽃피었던 흔적이라도 남았어야제, 도통 거그에 꽃이 있었다, 저승에서 온 것 같은 벌건 꽃이 그 늦여름 그 냇물 가장자리를 무신 신혼 이불자락같이 다 덮고 있었다, 그런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겨 놓아야제,... 세상에... 막 돋아난 보리밭 같이 무슨 놈의 퍼렁 잎사구는 그리도 싱싱하게 그 냇물 가장자리를 다 덮어부렀을 것이요?

 생각해 보니 그때 우리 각시가 그 콩자반 같이 까무잡잡한 얼굴이 허예짐스로, 그 상사화 붉은 꽃 무리가 얼굴을 덮었었던지, 어쩐지 그 생각이 나드랑게요. 그러고는 생전 안 그러던 각시가 자꼬 내 손을 끄는 바람에 거그 여름이 끝나 가는 풀밭에 그날 같이 자빠져 부렀지라.

 고것이 사단이었을까라? 잎사구하고, 꽃하고 한번도 못 만나는 즈그들 그 깊은 한을 독기로 내 뿜고 있는 하필 거그, 잔디밭에 둘이 같이 자빠진 것이 눈꼴이 시리고 시려, 우리 각시, 뻘 밭에서 잠시 넋 놓고 있을 때, 이빨 갈고 달려오는 파도를, 그 상사화 붉은 꽃무더기 얽힌 혼이 바다꺼정 쫓아와서 두 손으로 각시 눈을 가려 부렀는지 모르지라... 아이고, 시간이 너무 많이 가 부렀구만이요..


 누릿 누릿한 대가리 색깔을 보니께, 아짐씨 솜씨 믿어도 괜찮겄다 싶소. 가을 전어대가리에 든 깨 서 말, 맛을 제대로 알라고 하먼 대가리 색깔이 똑 요렇게 되어야 쓰거등요....잘 구워졌구만이라.... 요 전어 구이도 지금이 한 철 별미지, 한 계절 지나면, 나뭇가지 씹는 맛이 되어부러요....똑 같은 전어가 시방은 맛이 기가 막히는디, 다른 때는 영 아닌 것도 생각해 보면, 고놈의 상사화가 추울 때에 같은 뿌리에서 잎 사구만 나오고, 늦여름에는 한을 품고, 벌겋게 미친 꽃만 나오는 이치나 별반 다른 거 같지도 않구만요.....벌써 여섯 병이면 오늘 저녁 많이도 묵긴 묵었소. 취하기도 했지라. 오늘 같은 밤에 술잔에 별 뜨기는 틀렸구만요. 암만해도 금방 비꺼정 올 것도 같고만요....참, 손님 오늘 모습이 말이요, 오늘은 상사화 같으먼 잎사구만 나오는 그런 날로 보이요. 서울서 여그까지 와서... 여름도 아닌디, 찬 바람 부는 여그, 대반동 꺼정 와서, 혼자 소주 마시는 사연이야 알 수 없지만 .....버버리하고 오래 살어서, 인자는 사람 만나서 서로 입 벌려 말 안해도, 필요한 것은 짐작이 되고, 그리 되드라니께요... 나, 다시 장가요? 아니어라. 혼자 살 것이요. 죽을 때까지라... 여그 와서 바다에다가 오줌 싸고, 말좆곱부에다 술 따라 놓으면 우리 이쁜 버버리 각시가 별이 되어 술 잔 속으로 찾어 들고 할 것인게요. 그것으로 되었제라....장가는요. 한번 가 봤으먼 그것으로 되제라. 훗날 죽어서 아부님 만나고, 성님 만나서 장가도 한번 갔었소, 그 말이면 안 되겄소?...암만해도 비가 올성 싶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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