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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택배
2015-04-23 10:46:30
psbae

■ 박성배(朴聖培) 아동문학가
△전남 목포 출생(1946)
△서울교대, 한양대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교원문예》동화(1968)·소설(1969) 최우수 당선. 한국일보사 刊『횃불』동화 추천(196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1978)
△한국글짓기 지도회 수석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노원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
△서울노원초 교장 정년퇴직
△동산산업정보고 이사. 노원문학아카데미 강사
△대한민국 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한국 아동문학 작가상, 천등 아동문학상, 한인현글짓기 지도자상 등 수상
△동화집『천사를 만난 바람』,『꿈꾸는 아이』,『달밤에 탄 스케이트』등 30여권
△동시쓰기, 극본 쓰기, 논술문 지도 등 글쓰기 관련 도서 다수
△초등학교 교과서에 <잠자리 꿈쟁이의 흔적>, <외짝꽃신의 꿈>, <가을까지 산 꼬마 눈사람>, <행복한 비밀 하나>, <새싹한테서 온 전화> 등 수록
조회:636
추천:48

                                               세상에서 가장 멋진 택배

                                                                                                                                                                                                 박성배

 

고객님 택배를 오늘 배달 예정입니다. 어디나 택배 회사 김달수

떡을 썰던 섬장 할아버지는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누가 장난한 모양이군. 할 일도 없다.”

할아버지는 핸드폰을 끄고 탁 닫아버렸습니다. 내일이 설날이라 떡국 끓일 떡을 썰고 있습니다. 혼자 먹을 양이니까 별로 많지가 않습니다. 어제 흑산도에 가서 가래떡이랑 과일을 조금 사왔습니다.

학급에는 반장이 있고, 동네에는 이장이 있는 것처럼 할아버지는 이 섬의 섬장입니다. 이 섬은 목포에서 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흑산도에서, 다시 작은 배로 1시간을 가야 합니다. 50분이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는 작은 섬입니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는 다섯 집이 있는 작은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모두 빈 집입니다. 할아버지는 청년이었을 때 육지로 나가 막노동을 하며 집도 장만하고, 결혼도 하고,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았습니다.

작년에 아내가 병으로 죽자, 아들과 딸이 서로 함께 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난 고향으로 가서 살란다.”

이 한마디를 남기고 할아버지는 이 섬으로 왔습니다. 흑산도에서 이 섬으로 오려면 특별히 돈을 내고 배를 부탁해야 합니다.

그 섬은 무인도인가요?“

가끔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허허, 무인도라? 그렇지요. 내가 들어가면 유인도였다가 내가 나오면 무인도이지요.”

할아버지는 옛날 다섯 집이 마을을 이루고 살던 때를 생각하며 쓸쓸하게 웃곤 했습니다.

외로운섬 하나

사람도 하나

촌장도 하나

어쩌다보니 나 하나

할아버지는 아무렇게나 마음 내키는 대로 흥얼거리다가 손등으로 눈두덩을 문질렀습니다.

바보처럼 울긴 왜 우는 거야. 제가 좋아 왔으면서…….”

할아버지는 마치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듯이 자기에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떡국 끓일 떡을 대강 썰어놓은 할아버지는 서울 사는 딸이 사준 털옷을 입고 일어섭니다.

휘익!’ 불어온 바람이 방문을 힘껏 밀었다 물러서고 또 밀기를 반복합니다.

요놈들, 이런다고 내가 못 열지 알고?”

할아버지는 바람이 미는 방문을 어깨로 밀고 나갑니다. 빈 집 뿐인 동네이지만 한바퀴 돌아볼 생각입니다.

준돌아, 고기 잡으러 가자!”

할아버지는 준돌이가 살던 집 앞을 지나며 어렸을 때의 기분을 냅니다. 혼자 큰 소리로 외쳐도 아무도 들을 사람도 없습니다.

미숙아, 조개 잡으러 안 갈래?”

알았어, 금방 나갈게.”

미숙이가 살던 집 앞에서는 미숙이 목소리를 흉내 내서 12역을 했습니다.

빈 집들을 지나 비탈길을 조금 오르면 조릿대 숲입니다. 조릿대 숲에서는 항상 바람이 삽니다.

너희들은 떠나지 않고 잘도 사는구나.”

할아버지는 조릿대 숲의 바람을 손바닥으로 느껴봅니다. 조릿대 잎들이 삭삭삭삭할아버지를 반겨줍니다. 대나무 중에서 가장 작은 종류이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장 잘 살아남는 대무입니다.

얘들아, 연 날리러 가자!”

할아버지는 빈 마을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지금은 모두 노인이 됐을 아이들이 !’ 하고 달려올 것만 같습니다. 설날이나 보름이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조릿대살로 만든 연을 날렸습니다. 연은 바닷바람을 타고 아이들을 끌고 올라갈 기세로 높이 날아오릅니다. 그 순간 연줄을 !’ 끊어줍니다. 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다 저 멀리 날아갑니다. 아이들은 그 연에 꿈을 실어 보냅니다.

섬장이 알립니다. 내일 설에는 모두 우리 집에 모여서 윷놀이를 합시다!”

할아버지는 빈 집들을 향해 손나발을 하고 소리쳤습니다. 섬 언덕에서 크게 소리치면 섬 전체에 다 들립니다. 그 소리에 대답하듯 바닷바람만 와락와락 달려듭니다.

할아버지는 친구들과 놀던 어린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땐 정말이지 섬에 혼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외로운 섬 하나

사람도 하나

촌장도 하나

어쩌다보니 나 하나 

할아버지는 마음대로 생각한 노랫말을 다시 흥얼흥얼 노래했습니다. 바람을 등으로 받고, 새처럼 팔을 벌리고 나는 흉내도 냈습니다. 그러다가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괜히 그렇게 소리 내어 울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슬퍼서 운 것이 아니라 맘껏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가 좋아서 울었습니다. 새들이 하늘을 맘껏 날면서 우는 것처럼 할아버지도 맘껏 날면서 울었습니다.

속이 후련하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을 알기나 할까?”

할아버지는 새처럼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었습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저 바다 건너 멀리 서울에 아들딸이 삽니다.

아버님, 이번 설에 서울로 오시면 안 될까요?”

아들과 딸은 며칠 전부터 전화를 했습니다. 차로 6시간, 배로 3시간, 또 배로 1시간 걸리는 작은 섬까지 올 형편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내 걱정일랑 말고 올 설에는 따로 지내자. 손자 녀석이 보고 싶지만 내가 참아야지 어떡하겠니?”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론 섭섭했습니다. 혼자 설을 보내게 되는 자신이 너무 처량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핸드폰을 꺼내 손자손녀들의 사진을 봅니다.

어쩜 이렇게 예쁘고 똑똑하게 생겼을까?”

할아버지는 입이 헤 벌어집니다. 손자손녀 중에서도 승호 사진을 가장 오래 들여다봅니다.

할아버지 불쌍하다!”

할머니 장례식장에 온 승호가 할아버지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한 말입니다.

할아버지, 나랑 같이 살아요.”

할아버지가 섬으로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도 승호는 할아버지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습니다.

나이는 일곱 살이지만 마음은 어른보다 더 깊단 말이야.”

할아버지는 승호 사진에 뽀뽀를 했습니다.

그 때입니다. ‘삐리릭문자가 왔다는 신호가 울렸습니다.

택배 곧 도착합니다. 부두에서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어디나 택배 회사 김달수

이거 뭐야? 장난이 아닌가 봐!”

할아버지는 눈을 손등으로 씻고 다시 바다를 내려다봤습니다. 특별히 부탁해야만 오는 배가 섬으로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서둘러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겨우 배보다 먼저 부두에 내려섰습니다. 말이 부두이지 사람이 겨우 타고 내릴 수 있는 평평한 바위가 있는 곳입니다.

할아버지!”

배 안에서 승호가 두 손을 번쩍 들고 흔들어댔습니다.

아니, 승호 아니냐?”

할아버지는 꿈을 꾸는 듯했습니다. 승호 옆을 살펴봅니다. 승호 식구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택배 잘 받았다는 사인을 해 주시지요.”

승호 옆에 있던 청년이 승호를 번쩍 들어 내려주곤 전자펜을 내밀었습니다. 보내는 사람은 서울에 있는 아들 박희철입니다. 받는 사람은 할아버지가 틀림없습니다.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했습니다.

택배에 이렇게 신경 써 보기는 처음입니다. 오줌 마렵다 하면 화장실 데려가야지요, 배고프다 하면 식당에 데려 가야지요, 휴게소에서는 혹 잃어버릴까 졸졸 따라다녀야지요. 하하하하! 아드님이 충분한 비용을 내긴 했지만 삼일 후에 다시 택배로 서울까지 갈 일이 걱정입니다. 하하하하!”

청년은 걱정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연신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습니다. 정말 싫은 얼굴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청년이 환하게 웃으며 다시 배에 올랐습니다.

할아버지!”

승호가 할아버지를 향해 팔을 벌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승호를 번쩍 안았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하나도 무겁지 않았습니다. 비탈길을 오르는데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아버님께 깜짝 선물로 기쁘게 해 드리려고 택배 내용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허허허허, 고맙다. 내 생에 최고로 멋진 택배를 받았구나!”

할아버지는 섬에 모두 들릴 정도로 크게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두 아들과 딸이 모여 설날 걱정을 했답니다. 다 못 가더라도 셋 중 누구 하나는 섬에 가야하지 않겠냐고 서로 눈치를 봤답니다. 그 때 듣고 있던 승호가 할아버지한테 가겠다고 나섰답니다. 처음엔 웃고 말았으나, 중국에서 아이들을 택배로 고향으로 먼저 보낸다는 뉴스를 보고 택배 회사에 특별히 부탁을 한 것이랍니다

할아버지는 승호를 안고 조릿대 숲으로 갔습니다.

내일 설날에 할아버지랑 연 날리자.”

할아버지는 연살로 쓸 조릿대를 잘랐습니다.

! 신난다. 할아버지 연 높이 날면 연줄 끊어요.”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던 승호가 자기도 직접 해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럼! 꿈을 실어 날려 보내야지.”

할아버진 무슨 꿈을 실어 보낼 거예요?”

난 꿈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멋진 택배를 받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을 실어 보낼 거다. 넌 무슨 꿈을 실어 보낼 거니?”

……, 비밀이에요!”

승호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웃습니다. 할아버지는 맘이 깊은 승호가 말 하지 않아도 무슨 꿈을 실어 보낼지 짐작이 갑니다. 승호를 번쩍 안아 업었습니다.

할아버지, 힘드시잖아요!”

승호가 내리겠다고 허벅지를 바동거렸으나 할아버지는 승호 뒤로 돌린 손에 꼭 힘을 주었습니다.

외로운 섬 하나

촌장도 하나

택배로 온 손자도 하나

그 하나가 섬에 가득 찼네

할아버지가 제 맘대로 지어서 부르는 노랫가락이 흥겹습니다. 조릿대가 둥실둥실 춤을 춥니다. 파도도 철썩 처얼썩추임새를 먹입니다. ()

 

 

 

* 조릿대 : 대나무의 종류 즁에서 가장 작은 종류로 주로 산에서 살아 산죽(山竹)이라고도 합니다. 대나무 중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합니다.

* 추임새 : 판소리를 할 때 옆에서 흥을 돋우고, 자신감을 부추기기 위하여 내는 얼씨구!’, “좋다!‘, ’그렇지!‘, '얼쑤등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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