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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꼬마각시와 꼬마신랑 (1)
2009-05-02 11:38:31
bbh39

조회:1615
추천:92

 

“꼬마각시와 꼬마신랑” 중에서(1)

 순이는 충청도 첩첩산중(疊疊山中)의 박자포실(朴自浦室) 이라는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박자포실은 전형적인 오지(奧地)의 가난한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박자포실은 밤만 되면 언제나 칠흑 같은 암흑으로 빠져들었다. 석유(石油)가 귀(貴)하여 등잔(燈盞)불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밝혔다. 학생들은 해가 지기 전에 모든 숙제(宿題)를 마쳐야만 했다. 농산물의 운반수단은 지게가 고작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한복판에 파 놓은 조그마한 우물에서 두레박 한두 개에 의지하여 식수(食水)를 해결해야 했다. 사람들 대부분이 구멍이 뻥뻥 뚫린 너덜 가지 옷을 입고 다녔고, 신발은 하나같이 다 해진 짚신을 신고 있었다.

 30여 가구의 박자포실은 전형적인 박씨 일가의 씨족(氏族) 마을로 박 씨가 아닌 성(性)을 가진 사람은 순이네 와 용미 댁이라는 택호(宅號)를 가진 김 씨 집뿐이었다. 순이 아버지는 산지기(지방에 따라 도지기 문지기 또는 능지기라 부르기도 한다)로 농사를 위한 약간의 전답(田畓)과 그의 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대여(貸與)받는 조건으로, 한식(寒食) 등 각종 종친회(宗親會) 행사의 준비는 물론 박 씨 일가의 모든 애 경사(哀 慶事)를 거드는 일종의 문중(門中) 머슴이었다.

 순이 아범과 어멈은 마을 어귀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마님, 서방님, 또는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허리를 연방 굽실거렸다. 순이 아범보다 10여 년 이상이나 나이가 적은 젊은이들이 “어이. 동만이 이리 좀 와봐”라고 부르면 그는 “예. 서방님” 또는 "예 도련님" 하며 냉큼 그 젊은이에게 달려갔다.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의 흉내를 내느라 하릴없이 “동만이, 동만이”하면서 그를 놀려댈 때면 그는 그저 아무것도 못 들은 척하며 자기가 하고 있던 일에만 열중했다.

 이미 나라에서는 반상(양반과 상놈)제도가 없어 진지 오래지만, 보수적인 시골 농촌 씨족 마을에까지 미치진 못하였다. 순이 아범이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고 산지기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순이 또한 산지기의 딸이라는 이유로 또래들로부터 많은 따돌림을 받았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그녀는 또래들의 따돌림을 괴이치 않고 구김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산골 마을의 겨울은 어디나 할 것 없이 매섭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 내내 열심히 가꾸어 가을에 수확하고 나면 어김없이 산과 들에는 눈보라가 내리치며 황량한 들판 위로 매서운 겨울이 찾아든다.해방 전 1943년 겨울도 그랬다.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어느 날 마을 어귀의 한 모퉁이에서 순이는 두 손으로 눈물을 연방 닦아내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평소의 밝고 명랑한 모습이 아니었다. 텃논 저쪽 논두렁에서 순이 아범이 다른 몇몇 사람들과 함께 양손을 눈(雪) 속에 처박고 엎드려서 벌(罰)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윗몸이 발가벗겨진 채 눈보라 속의 허허벌판에서 얼차려를 받는 남자들 앞에는 주재소(駐在所)에서 나온 순사(巡査) 한 명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묵직한 곤봉은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내려칠 기세였다. 면사무소 직원인 듯한 한 젊은이가 서류뭉치를 뒤적거리며 구장(里長)과 무엇인가를 귓속말로 속삭이다가 심사가 뒤틀린 듯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서 마을 사람들을 향하여 호통을 쳤다.

“어찌하여 당신들은 대 일본제국(大 日本帝國)을 위한 공출(供出)을 지연시키고 있습니까?”

‘공출!’

매서운 한겨울을 굶주리며 근근이 버티어가는 시골 농민들에게는 겨울바람보다도 더 잔인한 단어였다. 글 한 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무지렁이 산골 농민들에게는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한 왜놈들이 통치자금과 태평양 전쟁을 위해 세금을 징수한다는 데에 대한 민족주의적 반감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다만,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해마다 나라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자꾸 뜯어가니, 어떻게든 안 뺏기려고 필사적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농민들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빌린 장례 빚 (꾸어 온 곡식의 원리와 이자)을 무엇보다 먼저 갚아야 한다. 빚을 청산한 농민들은 먹을거리마저 부족한 곡식으로 닥쳐올 춘궁기(春窮期)를 걱정하며 어렵게 지내야 한다. 빤히 어려운 줄 알면서 공출이 며칠간 늦어졌다고 처자식이 눈을 멀뚱멀뚱 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벌(罰)을 받고 있다는 현실이 차가운 눈보다도 더 시렸다. 그러나 그들이 가슴 가득 울분을 지니고 있어도 이에 저항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농민들은 겨우내 쌓인 눈 무게에 꺾어지는 나뭇가지보다도 더 무기력한 존재였다.

 “마님! 어떻게 힘 좀 써 주세요.”

 옆에서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순이 어멈이 구장에게 달려들어 애원하자 벌을 받고 있던 남자들의 가족 모두가 종종걸음을 하며 우르르 구장 옆으로 모여들었다. 구장은 순사의 눈치를 보며 사람들에게 낮게 일러준다.

“계란꾸러미하고 씨암탉 말고 뭐 딴 방법이 있겠어?”

구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족들은 각자의 집으로 달려가 곱게 기른 씨암탉과 계란 꾸러미를 들고 왔다. 하얀 쌀밥에 닭고기 국으로 푸짐한 점심 대접을 하겠다는 구장의 말에 일본 순사는 그제야 못 이긴 척 남자들을 얼차려에서 풀어주었다. 그는 한참 거드름을 피우더니 가을 수확 공출을 조속히 이행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구장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 버렸다.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던 봉덕이가 냉큼 순이에게 다가서서 팔을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순이야. 울지 마 이제 괜찮아.” ~~~ ~~~ ~~~

<박봉환 문집 “꼬마각시와 꼬마신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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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bbh39    
2009-05-02    
11:53:58    
이 글은 박봉환 문집 "꼬마각시와 꼬마신랑" 중 주요부분을 발췌한 글의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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